오르세미술관: 행복한 시절. Émile Zola가 촬영한 Denise/ 제임스 휘슬러, 프릭컬렉션/ 박물관의 이브 생 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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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특별전
Les années heureuses. Denise photographiée par son père Émile Zola
James McNeill Whistler (1834-1903), Chefs-d’œuvre de la Frick Collection, New York
Yves Saint Laurent aux musées
25세이하 학생 혜택이 끝나기 전에 미리 오르세 미술관 연간 회원 카드를 만들어 놓고 맘 편히 전시를 보려는 계획을 세우고 아침부터 서둘렀다. 물론 연간회원 카드는 인터넷으로도 신청 가능하지만 특별전시도 보고 간 김에 직접 카드를 만들기로 했다. 3개의 특별전시가 진행중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전시장이 크지도 않고 작품수도 많지 않아서 약간 아쉬움이 남는 전시들이었다.
먼저 에밀졸라의 사진전이 있었는데, 작가 및 비평가로는 많이 들어봤지만 사진가로서의 에밀졸라는 의외였다. « 행복한 시절. 아버지 에밀졸라가 촬영한 드니즈 » 전시 제목만 보아도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진다. 에밀 졸라는 우리가 잘 아는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불평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쓴 ‘’나는 고발한다(J'accuse)’’로 유명하다. 드레퓌스 사건은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반역 혐의로 누명을 쓰게 된 사건으로 19세기 말 프랑스 제3공화국의 주요 사회적, 정치적 갈등을 불러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가 글을 기고한 L'Aurore 신문사는 일반적으로 약 30,000부 정도 배포되는데, 졸라의 글이 실린 1898년 1월 13일 목요일 호는 발행 부수가 10배 증가해서 몇 시간 만에 30만 장의 출판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중들에게 드레퓌스 사건을 광범위하게 알린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오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가진 작가 에밀졸라가 가정적인 아버지였다는 점이다.
“우리는 바로 산책을 나가지 않고 정원에 머물렀다. 아버지는 모든 것에 열정을 쏟는 사진가였다. 따라서 우리는 친밀감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 남아있다.’’ - 드니즈 졸라, « 딸이 들려주는 에밀 졸라, Émile Zola raconté par sa fille » (1931)에서 인용된 문구이다. 딸을 모든 각도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 사랑스러운 아버지의 렌즈와 정면으로 클로즈업된 사진을 통해 자애로운 부성이 느껴진다. 우리 아부지도 그래주시면 좋겠다. 언젠가 ‘’아빠 나 오늘 왜 이렇게 못생겼지 ? 참으로 고민이야!’’ 라고 하니 우리 아버지께서는 ‘’그게 어제 오늘의 고민은 아닌 거 같다’’ 라며 시크하게 대답해주신다. 보통 아버지라면 "우리 딸이 어때서! 세상에서 젤 이쁜 걸!: 이라고 답할텐데....ㅎㅎ 다른 집 딸내미들 같으면 서운해하고 삐질 일이겠지만 내 아버지의 이런 유머코드가 딱 취향저격이다. 사실 졸라같은 아버지라면 나는 좀 부담스러워했을 수도 있다.
두번째, Frick Collection 프릭 컬렉션의 걸작 전시는 1935년 산업계의 거물이자 위대한 수집가인 Henry Clay Frick(1849-1919)의 컬렉션이다. 프릭 컬렉션은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술관이고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유럽 미술 박물관 중 하나이다.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 James Abbott McNeill Whistler(1834-1903)의 주요 작품이 뉴욕을 떠나 오르세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것이다. 프릭 컬렉션의 회화, 파스텔 등을 포함한 22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뉴욕에 가면 현대미술관과 프릭 컬렉션을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짧게나마 마주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10년 전 쯤, 뉴욕 현대미술관 MoMA 모마에 갔었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예술에 무지한 어린 녹두였고 뉴욕 도착 1일차에 비몽사몽 모마를 간 바람에 미술관 의자에 앉아서 졸았던 부끄러운 기억뿐이다. 그랬던 꼬마가 이렇게 미술관도 찾아다니고 배우고 즐기며 지식을 쌓고 있으니 스스로가 대견하다. ^^
프랑스는 미국, 영국과 함께 휘슬러의 3대 고향 중 하나라 한다. 1834년 매사추세츠에서 태어나고 1855년과 1859년 사이에 파리에서 데뷔했기 때문이다. 런던에 정착한 그는 파리 예술계와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으며 1863년 거부된 작품과 함께 전시를 했는데 그것이 1890년대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1891년에 헨리 클레이 프릭은 자신의 컬렉션을 구축했으며 1910년대 초에는 19세기 후반까지의 컬렉션을 공개하며 휘슬러의 작품 18점을 구입하면서 이 예술가를 그의 컬렉션에서 가장 잘 대표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만들었다 한다. 물론 작가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후원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의 예술적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자인제노도 훌륭한 젊은 작가들을 많이 발굴하고 있는데 현재 개인전이 진행중인 김수연 작가의 보라빛 작품들도 가까운 미래에 더 인정받고 사랑받게 될 것 같다 !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들이라 마음 속으로 늘 응원하게 된다. ㅎㅎ 보라색을 좋아해서 유독 그렇게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전시장의 커튼은 우아한 바이올렛 색이어서 더 김수연 작가의 작품이 떠올라 내 팬심을 한번 언급하고 싶었다.ㅎㅎ 작품이 궁금하실 봉주르파리 독자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둔다.
https://m.blog.naver.com/mangchiro/222660983832
김수연 - Paradox of Space
마지막으로 보러 간 오르세에서의 이브 생 로랑 전시는 지난번 파리 현대 미술관에서 처럼 이브 생 로랑이 옷을 만들 때 영감받은 예술작품을 보여주는데 오르세미술관의 명불허전 포토존 5층 시계탑에서 진행중이었다. 옷들은 멋있었지만 막상 이 곳에 전시된 정도가 전부라고 하니 약간 허무했다. 그래도 고흐의 작품들이 있는 전시장에 가니 이브생로랑의 의상 디자인스케치가 있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예술 간의 교감에 민감한 입생로랑은 파리 현대 미술관의 리듬과 색상, 조명, 재료 사이에서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 아카이브를 통해 모델 제작 과정, 패션 하우스의 삶, 창작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델 구현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전시이다. 그의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전시의 전통적인 틀을 넘어 박물관들과의 친화적 네트워크를 추구하고 있다.
오르세미술관은 언제 방문해도 밝고 따뜻한 건축물과 조명 덕분에 환영받는 느낌이 들어 좋다. 오늘의 특별전시들도 물론 귀하고 소중하지만, 오르세에서 그동안 기획했던 모리조나 시네마 관련 특별전 정도의 전시규모와 비교하면 약간 빈약하게 느껴지긴 했다. 그래도 오르세미술관에 들렀으니 인상주의 작품들을 지나칠 수는 없기에 독자들과 감동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