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궁전 : 왕의 동물들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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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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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사유 궁전 : 왕의 동물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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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animaux du roi au château de Versailles




어린 시절 프랑스 여행을 왔을 때 두 번이나 가 본 베르사유 궁전을 정작 파리에 살면서는 교통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오늘은 특별히 마음 먹고 파리 근교로 진출해보았다. 트람에서 기차로 한 번 환승하고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고 예상보다 멀지 않아 의외였다. 앞으로 베르사유를 자주 가게 될 것 같아 아예 1년 무제한 방문권을 구매했다. 어린 시절 기억 속 베르사유 궁전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던, 엄청나게 크고 넓고 화려한 곳이었는데 오늘도 역시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혼자 어느덧 다 커서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을 거니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백신패스를 검사하는 직원들과 매표소 직원들이 모두 친절하고 « 안녕하세요 », « 감사합니다 » 등의 한국말을 먼저 건네었고 심지어 한 직원은 대전에서 살다 왔다며 « 입장권 확인할게요 » 라는 완벽한 한국어 문장을 구사하기도 해서 격세지감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시안들은 다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알았던 것을 떠올리면 우리 한국이 이토록 국격이 높아지다니! 참으로 자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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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어렸을 때는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과 웅장함에 감탄하며 눈이 바쁘게 움직였었는데, 나름 유럽 곳곳의 박물관을 다녀봐서 인지 예전 만큼의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방들과 장식에 또 한번 감탄했다. 게다가 베르사유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거울의 방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고 지금 현대인으로 보아도 멋있는데 당시 사람들은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싶었다. 이러한 화려함에 익숙함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거의 17년 정도만에 재방문이라 그런지 입장전부터 아주 들떠 있어서 베르사유 궁전의 황금색들이 더 밝게 날 환영해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오늘은 궁전과 정원을 탐방하러 갔기 때문에 전시 포스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 왕의 동물들 »이라는 특별전을 하고 있었다. Quelle chance ! (행운이야!)


이번 전시회는 궁정에서 반려동물의 위치와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그 동물들이 왕실 사람들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준 모습을 초상화나 장식품을 통해 보여준다. 또한 반려동물, 야생동물, 외래동물들이 왕실의 정치적 속성과 권력의 상징으로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냥 동물도 아니고 왕의 동물들이라고 하니 뭔가 더 새롭고 특별함이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생겼다. 



이번 전시 포스터가 아주  감각있어 보였다


다양한 동물들의 소묘, 조각, 카펫, 시계, 보석함, 실제 뼈 등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자연사 박물관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고 새로운 동물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civette이라는 동물의 소묘가 있어서 족제비인가 하고 찾아보니 사향고양이였다. 루왁 커피로 잘 알려진 사향고양이가 이렇게 생겼는지 처음 알게 되어 미심쩍어하며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정말 똑같이 생겨서 놀라웠다. 이렇게 동물들에 대한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묘사는 만져보지 않아도 촉감으로 느껴질 정도로 섬세했다. 



 



과거에 동물이 거래되던 장면을 그린 듯한 회화가 있었는데, 동물권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 옛날에 동물은 커녕 사람들도 노예로 사고 팔던 시절이니 뭘 기대할 수 있겠냐만은 , 최근 한 사극 드라마 촬영장에서 말을 드라마의 극적 효과를 위해 일부러 넘어뜨리고 학대하여 사망하게 만든 사건이 떠올라 분노하였다. 인권 감수성이나 동물권에 대한 사려깊은 생각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과 요즘같이 관심만 있으면 스스로 정보를 얻고 올바로 대처할 수 있는 시대에 그러한 무지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가르치며 계몽시켜야 한다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또한 이 전시회에 그려져있는 동물들은 어쨌든 왕실에 속해 있으니 그나마 풍족하고 보호받으며 살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동물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을 것이다. 




마지막 사진은 개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이다. 


풍경화 속에 나와 있는 동물들이 실제로 존재했을까 상상화일까 궁금해하며 전시장을 나섰는데 정말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바라보면 수 많은 동물들이 함께 살았을 것만 같은 대자연이 펼쳐진다. 겨울이라 나무들이 휑하여 음산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유럽만이 가지는 이 느낌의 겨울 나무들을 좋아해서 정원을 한참 걸었다. Petit Train (쁘띠 트랑, 작은 기차) 이라고 줄줄이 열차도 어렸을 때 한 번 타봤었는데 오늘 보니 반가웠다. 사실 정원을 너무 오래 걸어 살짝 피곤해져서 히치하이킹을 할 뻔했지만 참았다. ㅎㅎ 



코로나 시국인데다 겨울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진 않았지만 날씨가 풀리고 봄과 여름이 오면 정원도 푸릇푸릇 더 아름다운 베르사유를 맞이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머지않은 날 또 방문할 것이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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