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유대인 천년의 역사/아랍세계연구소( Institut du monde arabe)
본문
<Juifs d'Orient - Une histoire plurimillénaire> -L’Institut du monde arabe
아시아 무술전을 보고 나왔는데 날씨가 아주 봄날같이 따뜻하고 좋아서 내친 김에 가게 된 아랍 세계 연구소 IMA(Institut du monde arabe)는 아랍 세계를 소개하는 프랑스 문화 기관이다. 건축물 또한 특이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랍 문화와 서양 문화의 융합을 시도한 이 건물은 Jean Nouvel, Architecture Studio(Martin Robain, Rodo Tisnado, Jean-François Bonne, Jean-François Galmiche), Gilbert Lèzenes 및 Pierre Soria 로 구성된 건축가 팀에 의해 설계 및 건설되었다고 한다. 아랍문화를 상징하는 아라베스크 문양들이 보인다.
기획전을 보기 전에 상설전 부터 갔는데 7층에 전시관이 있어서 꽤 놀라웠다. 파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8층까지 올라가는 건물을 진짜 오랜만에 봐서 이 곳의 규모를 체감하게 되었다. 사실 아랍권 문화만을 집중적으로 접해 볼 일이 없었는데 사실 아랍이야말로 엄청나게 풍요로운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연구와 보존은 물론 애정어린 관심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7층 전시를 보고 내려오는 길에 도서관이 있길래 살짝 구경했는데 다들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지 궁금했다. 역시 Quartier latin 라틴지구에 있는 도서관이라 그런지 학구열이 높은것 같다..ㅎㅎ 참고로 이 건물 바로 맞은편에 파리 6대학이 있다.
2021년 11월 24일부터 2022년 3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동부 유대인" 전시는 아랍 세계에서 수백 년 된 유대인 공동체의 역사를 연대순 및 주제별 접근 방식으로 살펴본다. 동부 유대인의 지적, 문화적 삶의 위대한 시기를 설명하고 수세기 동안 아랍-무슬림 세계의 사회를 형성해 온 풍부한 교류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지중해 연안에서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유프라테스까지, 아라비아의 유대 부족과 예언자 무함마드 사이에 형성된 최초의 연결고리부터 유대교의 주요 인물들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유대인과 이슬람교도의 동거의 등 여러 측면을 보여준다. 바그다드, 페즈, 카이로 및 코르도바의 중세 칼리프 시대, 마그레브와 오스만 제국의 유대인 도시 중심지의 부상에서 세계 아랍의 유대인들의 마지막 망명의 시작에 이르기까지...
전시를 보며, 미셸 우엘벡 Michel Houellebecq의 복종soumission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그 책은 2022년에 이슬람 정당 출신의 공화국 대통령이 선출되는 프랑스의 가까운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픽션이다. 12만부 이상 판매되는 큰 성공을 거뒀는데 2015년 Charlie Hebdo 총기 난사 사건 당일에 출간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참고로 최근에 그는 여덟 번째 소설 "Anéantir" (한글 번역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억누르다/ 말살시키다 라는 뜻)라는 소설을 출간하기도 했는데 이도 마찬가지로 2027년 대선 캠페인이 쇠퇴하는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두 번째 5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에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가까운 미래 소설이다.
얼마 전 서점에 가서 발견했다.
"복종"에서 예측한 2022년의 미래가 어느덧 지금이 되었다는 점과 이슬람 정권이 정말 출현할 수 있을까 라는 점에서 의문이 들지만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슬람계 프랑스인이 프랑스 인구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종교가 가지는 힘인 결속력을 무시할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작가가 굉장히 논란이 많고 성차별적인 발언을 많이 해서 그의 책을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뭐라고 코멘트하기는 어렵다. 프랑스 문학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한 남자 교수님께서는 "미셸 우엘벡을 비난하는 자들은 그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이다" 라고 하셨고, 한 여자 교수님께서는 "그는 냉소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성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성차별주의자이다" 라며 강력하게 비판하셨는데 나는 후자를 지지한다.
약간 옆으로 새긴 했는데 어쨌든 아랍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이 전시의 의미는 크다고 본다.
이라크, 예멘, 이란,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 등의 의복과 생활용품들도 볼 수 있었다. 비슷해보이지만 다 디테일이 다른 것을 보니 마치 서양인들이 한중일을 동북아시아로 뭉텅거려 생각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디테일이 전혀 다른 것 처럼 말이다. 이 다양한 공존은 언어, 관습, 정신 또는 과학적, 지적 생산의 문제이건 간에 서로의 문화와 종교를 풍요롭게 하는 데 있어 각자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1층의 뮤지엄 샵도 잠깐 들렀는데 아랍스러우면서 예쁜 상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랍 세계 연구소인데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었다. 뭔가 크리스마스 트리는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전유물인줄 알았는데 있길래 신기해서 찍었다. 이술람문화가 타 종교에 대해 폐쇄적일 것이라 생각한 것도 나의 편견이었나 보다.
아랍속의 유대 문화의 역사가 공존해 왔다는 사실을 전시를 통해 보면서 아랍과 유대민족간의 갈등이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기원했다. 세계평화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