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건축문화재단지 -건축가의 가구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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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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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건축문화재단지 -건축가의 가구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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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건축과 문화재의 관계를 재조명해 볼 수 있는 ‘파리건축문화재 단지’ 에서 열리는 ‘건축가들의 가구’ 를 관람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 는 말이 이번 처럼 절실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Palais de Chaillot (샤이요 궁) 동쪽 건물에 위치한 이 곳은 다양한 건축 문화재 관련 자료와 유물이 전시되어 있는 상당한 규모의 전시장이다. 유서 깊은 주요 건축물들의 가치와 상징성, 도시 환경 및 건축 문화재 보호에 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각 층별로 중세~ 18세기, 프랑스 유명 건축 문화재, 19세기~ 현재까지를 주제별로 모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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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굵직굵직한 뼈대라면 마지막 완성은 인테리어인데 그 중에서 가구와 조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본다. 125명 이상의 건축가의 오리지널 작품과 한정판을 비롯하여 대량 생산된 300여개의 작품들을 전시중인데, 1960~2020이라는 부제에서와 같이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건축가가 상상력과 개성이 녹아 있는 독창적인 가구들을 선보였고 전시장의 기존 컬렉션과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내가 건축에 대한 지식이  많았더라면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운 탄식이 전시장을 돌 때 마다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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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내 발길을 멈추게 한 이 곳!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1887~1965)가 마르세이유에 설계한 공동주택단지를 박물관 안에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그대로 재현해 둔 것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얼마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는 그가 설계한 이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 1952)을 비롯해 그의 건축물 17개를 세계문화유산에 동시에 등재했다. 



여기서 잠깐 이 위대한 건축가에 대해 잠시 뒷조사(?)를 해보았다.



스위스에서 태어난 르코르뷔지에는 파리에서는 구스타브에펠의 에펠탑과 샤를 뒤테르의 '기계관'을 보며 산업 건축을 이해하고, 콘크리트와 철이라는 근대적 재료와 기술을 배웠고, 빈에서는 세세션(Secession, 분리파) 예술 운동을 접했으며, 지중해와 발칸반도의 민중 건축물에서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체득하고, 그리스에서는 '고전적인 비례'를 배웠다. 그는 아크로폴리스에 올라 파르테논을 스케치하며 이렇게 말했다. "건축은 빛 속에 빚어진 매스(Mass)의 장엄한 유희다." 


코르뷔지에는 시대에 대한 탁월한 혜안으로 1914~1915년, '혁신적 집'이란 뜻의 '돔이노(Dom-ino) 이론'을 완성한다. 이 공법은 자동차 뼈대(프레임)에서 얻은 영감으로, 마치 도미노 게임을 연상시키는 구조이다. 얇은 바닥판, 바닥판 사이를 지탱하는 기둥,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을 집의 구조로 정의했다. '돔이노'는 1차 대전후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코르뷔지에 방식의 '사회 참여'였다. 훗날 근대 건축의 5요소의 바탕이 된다


돔이노 공법과 같은 '사회 참여' 맥락에서 2차 대전 후 프랑스 정부의 제안에 따라 현대 아파트의 시초로 평가받는 마르세유의 대규모 주거단지인 유니테 다비타시옹 설계를 맡았다. 해안가에 위치한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대형 여객선을 연상시키는 콘크리트 건물에 1600명이 거주하는 340여 가구의 아파트로 구성된다. 내부에는 복층화된 거실과 주거 공간, 상가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옥상에는 유치원과 체육, 영화 관람용 스크린 시설 등을 갖췄다. 마치 작은 도시처럼 아파트 내에서 주민들 생활의 상당 부분이 이뤄질 수 있었다. 아파트 가구별로 전면 발코니와 폭 넓은 창이 등장했고 외관은 컬러풀했다. 


그는 건축이 권위와 지배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임을 선언했고 실천했다. /르 코르뷔지에-근대 건축의 거장(이관석), 참고


 


‘집이란 인간이 살기 위한 기계’ 라는 명언을 남긴 르코르뷔지에의 말은 ‘어디에 사는 지가 당신을 말해준다’고 하는 우리나라의 아파트 광고 문구를 무색하게 만든다. 인간에게 있어 집이란 어떤 의미여야 하는지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 건축가의 작은 집은 소박하지만 아주 실용적인 공간이었다.



우리나라 동대문 DDP의 건축가로 익숙한 자하 하디드 ( Dame Zaha Mohammad Hadid 1950~2016)의 작품들이 있었는데 너무도 근사해서 우리 집에 갖다 놓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대단한 규모의 건축설계만 한 건축가로 알고 있다가 이렇게 디자이너로서도 훌륭한 것에 반했다. 위키에서 그녀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건축계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를, 단지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들어설 건축물을 설계한 사람만으로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다. 그녀는 뛰어난 건축가일 뿐만 아니라 개성 넘치는 소품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자하 하디드는 건축과 도시, 패션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유기적 공간을 창조한 그는 미래지향을 꿈꾸던 현대 도시들이 열망하던 스타 건축가였다.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태어난 자하하디드가 어릴 적 보고 자란 변화무쌍한 모래산의 이미지는 훗날 유기적이고 해체주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모태가 됐다.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영국 런던의 명문인 건축협회학교에서 건축학을 공부한 뒤 스승인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의 건축사무소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1980년 자신의 걸계사무소를 설립한 뒤 아일랜드 수상관줘, 파리 빌레트 공원, 홍콩 피크단지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자하하디드는 1920년대 러시아 아방가르드 건축가들의 영향을 받아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이름을 알렸으나, 지나치게 관습을 뛰어 넘는다는 이유로 설계만 하는 페이퍼 건축가 시절을 보내기도 했다. 페이퍼 건축이란 도면 위에 그림만 그리고 실제 땅 위에 지어지는 건물은 없다는 뜻입니다. 당시에는 물처럼 흐르는 디잗인을 실현시킬 방법이 없었다. 자하 하디드는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디자인을 고집하며 다양한 재료, 섬세한 디테일을 공부했다. 그녀는 자신의 노력이 언젠가 빛을 보게 될 것이라 확신했고, 시간이 흘러 3D 기술이 발달하자 자하 하디드의 설계는 하나씩 하나씩 실현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자라서, 아랍인이라서 건축가로 일하는 것이 평탄치는 않았다고 한다..


 


사실 나는 동대문 DDP를 여러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길을 잃거나 복잡한 동선으로 헤맬 때가 많고 그 거대한 곡선으로 둘러쳐진 건물이 낯설어서 서울의 풍경과는 좀 겉돈다는 인상을 받아서 그 설계자인 자하 하디드를 원망(?)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전시에 나온 소품들은 상당히 센스있고 화려했다. 건축가로서만이 아니라 가구와 패션 분야에도 자신의 디자인을 접목한 건축가였다. 스와로브스키나 루이뷔통과 콜라보한 제품들이 많은 것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우아한 카리스마가 자하하디드가 추구하는 세계가 아니었나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자하하디드의 작품 리스트중에 동대문 DDP가 누락되어 있거나 장누벨의 작품 소개중 우리나라 리움미술관이 빠져 있는 것이 좀 맘 상했다.   



유명 건축물 모형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다양한 디자인의 의자를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구경하는 것도 눈이 즐거웠다. 박물관 자체가 워낙 규모가 방대해서 지하 2층, 1층, 2층, 3층 등등 여러 곳에 상설전이 열리고 있었고 그 사이 사이에 건축가들의 가구들이 무심하게 마치 원래 자리인 것처럼 전시되어 있어 하나씩 찾는 재미도 쏠쏠햇다

 


한편 파리노트르담 화재를 기리는 의미로 노틀담 관련한 작품도 꽤 있었는데 한국식1층 rez de chaussée 에 상설전이 열리고 있었다.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서 가지고 싶은 생활용품에다 찻잔 세트가 많아서 다도를 즐기는 녹두의 취향을 저격하기도 했다. 독특한 디자인의 다양한 조명도 그냥 하나의 작품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멋졌다. 지하에도 힘들어서 다 못 둘러 볼 정도의 볼거리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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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펠탑을 매일 바라보고 살면서도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다는 것을 파리 생활 3년만에 첨 알았다. 여기서 바라보는 에펠탑의 전망이 아주 훌륭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녹두가 꼽는 최고의 작품은 아래의 코코넛 섬유질로 만든 의자인데 당장 앉아보고 싶을 정도로 흡인력이 강한 작품이었다. 프레스코 아래에 전시되어 더욱 신비감이 높고 가치있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건축가에 대해 많이 무지하여 아는 작가를 찾아 그 작품을 발견하며 ‘유레카’ 를 외칠 수는 없었으나 수많은 건축가의 살아있는 작품들을 눈으로 본 것만으로 만족하자 싶었다. 훗날 가구나 조명을 선택할 때 분명 안목으로 발휘될 수 있으리라 작은 기대를 걸어본 전시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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