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Nuit Blan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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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it Blanche > (03/10/2020)는 매년 파리에서 밤새도록 예술적 여정의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진행되는 아트행사이다. 이 날 파리 시민들의 늦은 귀가를 위해 밤새도록 몇 개의 지하철 노선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집에 돌아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19시부터02시까지만 진행되었다.
(*작품해설은 파리 현대미술관의 설명을 정리했다)
<Nuit Blanche 2020년 > 에디션의 예술적 디렉션은 두 가지 경로로 제공된다. 하나는 쁘띠 팔레에서 파리 현대 미술관으로 가는 세느강 우안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부르델 박물관에서 자드키네 박물관을 통해 파리의 그레이트 모스크로 가는 세느강 좌안 방향이다.
올해는 자연과 도시의 새로운 조화를 예술적 방향으로 잡은 시인 '르네 샤르' 의 인간과 자연의 “공통의 존재” 를 통해 기리는 것이라고 한다. 시적이고 부드러운 산책을 이끌어낸 이 특별한 에디션에서는 MAM Paris가 제시하는 여러 아티스트와 만날 수 있다.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엄청 많았다.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에서 동시 진행되었는데 나는 그 중 파리현대미술관을 선택했다.
Sheila Hicks의 작품으로 파리 현대 미술관과 팔레 드 도쿄 입구 사이에 위치해 있다. 이 거대하고 장엄한 건축 구조물에서 움직이는 혜성 세트를 도입하여 관람객들이 영구성과 일시적인 관계를 함께 인식하고 마주치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 별자리에는 마법 같은 효과가 있어 관람객이 그 너머를 바라봄으로써 세상속에서 인간이 덧없는 존재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왼쪽 사진은 파리현대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져옴)
lan Kiaer 의 위 작품은 파리 근대 미술관과 팔레 드 도쿄 사이의 공간에서 유기적이고 투명한 형태로 전시되었다. 이 불안정한 설치는 봉투처럼 매달려 떠 있다. 파리 현대미술관과 팔레드도쿄 사이의 공간을 가볍게 관통하며 두 건물간 건축적 질량의 균형을 강조해 불안정하게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잠자는 짐승같기도 한 이 투명하고 거대하며 섬세한 핑크 매트릭스는 환경의 리듬에 따라 숨을 쉬고, 부풀고, 비워지고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것에 반응하는 존재라고 덧붙인다.
미국 아티스트 Jimmie Durham 은 금속 같은 재활용 재료로 만든 동물 두개골 조각 세트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한다. 생명 공학이 만들어 내는 괴물처럼 나무와 천을 이용해 다시 생명을 불어 넣고자 했다. 그의 작품들은 미술관 안에 전시되어 있고 관람객은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시방식이다.
어릴적 나에게 엄청난 두려움의 대상으로 기억되어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대형거미 'maman' 을 만날 수 있었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거미줄을 짜는 거미는 어머니, 혹은 타피스트리 복원자로서의 작업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이 거대한 조각의 의미가 보살핌 및 보호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때 읽은 책을 성인이 되어 읽으면 그 느낌이 다르 듯이 예술 작품 역시 나의 세계관이 확장될수록 다가오는 감동은 전혀 다름을 느꼈다.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에펠탑의 반짝이는 모습을 한 컷!
사실 주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약간은 피곤한 채로 보러 간 전시였는데 생각보다 작품이 엄청 많지도 않고 모르는 작가들도 있어 조금 재미는 덜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하나 하나 작품 해설을 찾아서 보다 보니 꽤나 의미있는 전시였다. 파리미술관 디렉터들의 기획을 감히 내가 섣부르게 판단했다는 생각과 함께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임을 깨달았다. 유럽에서만 볼 수 있는 백야 현상을 활용한 이 전시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달빛 야외 전시' 같은 기획도 해봄직 하다는 생각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