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코메티 인스티튜트/자코메티와 고대이집트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본문 바로가기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633_4636.jpg
 


자코메티 인스티튜트/자코메티와 고대이집트 전

본문

따로 사전 예약은 없어도 보건패스 혹은 영문 백신접종증명서만 있으면 입장이 가능했던 자코메티 인스티튜트! 오랜만에 방문해서 반가운 마음 반, 한편으로는 자코메티와 고대 이집트를 어떻게 연관지어 전시했을까 하는 호기심 반의 상태로 전시장에 들어섰다.



a2fa7b13daaaac94b8fee1388eaf574e_1680426111_3723.jpg



루브르와의 콜라보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이집트문화의 영향을 받은 자코메티의 수많은 습작, 조각품들과 루브르에서 보내온 이집트 원작 조각품들을 함께 전시했다. 바로 바로 비교하며 보여주니 자코메티가 이집트 문화에 관심과 애정이 대단했다는 사실을 알게됨과 더불어 자코메티가 이렇게 다양한 문화에 대한 탐구를 했기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자코메티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초 <봉주르 파리> 포스팅중 하나인 '자코메티와 사디즘' 에서도 느꼈지만 자코메티가 영향을  주고 받은 여러 방면의 사조를 찾아내는 자코메티 인스티튜트의 연구가  대단했다. 세계적인 박물관인 루브르가 특정 작가(그가 아무리 유명작가라 해도) 연구소가 기획한 전시에 루브르 소장품을 대여해주는  열린 마인드에도 놀라면서  역시나 프랑스의 문화예술 기획력은 대단하구나를 느꼈다. 



루브르와 콜라보했다는 설명


자코메티가 제작한 인간의 형상과 고대  이집트인이 만든 인간의 형상을  비교해 놓은  작품들이 많았는데 따로 떼놓고 보았더라면 그냥 지나쳤을텐데 모아놓고 보니 공통점이 한 눈에 들어와서 고대이집트 조각들이 자코메티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고양이 조각상은 정말 자코메티스러움이 녹아들었다고 보자마자 알아챌수 있을정도로 앙상한 채 발이 묶여 있었는데  루브르가 협찬해준 고대 이집트 고양이 상도 바닥에 발이 옴짝달싹도 못하게 붙어 있었다. 늘 자코메티는 인간의 발도 바닥에 움직이지 못하게 파묻어 버리는 편이라 아마도 인간이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표현했을거라 지레 짐작했는데 어쩌면 고대 이집트의 조각상에서 받은 영감이 아니었나 싶다.



 이 전시장의 특징은 벽면을 잘 활용하는 것인데 단순히 작가나 작품을 소개하는 캡션만 있는것이 아니라 자코메티의 습작을 함께 전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자코메티가 사진이 있는 책에  스케치를 해놓았는데 그런 것마저 전시해 놓은 것이 흥미로웠다. 역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다. 아무리 사소한 것도 훗날 큰 자료가 될 수 있고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아야 짜다는 속담처럼  모아둔 자료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것은 더 중요한 일같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평생 동안  고대 이집트의 작품에 항상 매료되었고  자신의 조각과 그림에 이를 반영했다고 한다. 이집트 예술이 제시하는  미학적 개념과 재현에 대한 연구를 해왔던  자코메티 인스티튜트는 루브르 박물관과 협력하여 조각가와 이집트 예술의 이러한 관계를 확장, 심화하기 위해 이 전시를 기획했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이집트 조각상에서 신체의 특정 포즈와 태도를 포착했고  자코메티가 초현실주의 시대에 제작한 <걸어다니는 여인 I(The Walking Woman I)>은 여신 네프티스(Nephthys)나 제물을 나르는 사람(Carrier of Offerings)과 같은 조각상에서 소심한 발걸음을 차용했다고 한다. 이집트 조각가들이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상형문자 방식으로 처리한 것처럼  자코메티의 여성 인물들은 1958년의 위대한 여인처럼 모든 움직임을 버리고 고정된 자세를 취하고 발을 모으고 팔을 몸 옆에 붙이고 있다는 점도 전시 안내문에서 밝히고 있다. 




게다가 이 곳은 마치 가정집같이 아기자기한 공간에 구석구석 보물찾기 하듯 찾아 다니는 재미가 있고  바닥 타일이 참 예쁜 것도 마음에 든다. 공간이 주는 매력만으로도 자코메티 인스티튜트에서 열리는 기획전은 다  챙겨보고 싶다. 



대개 갤러리가 끝나는 곳에 꼭 뮤지엄샵이 있는데 이 곳은 입구에  뮤지엄샵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미니 매대가 있는데 다양한 상품이 있지는 않았지만 제품의 퀄리티 만큼은 높아보였다. 어쩌면 자코메티 작품이 주는 우울한 느낌이 사실상 아트 상품화 되기에는 매력이 떨어질 수가  있겠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전체 184 건 - 4 페이지




dc6844e799399dddb82e7941c1448de0_1729312774_3745.jpg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