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 아르퉁(Hans Hartung)/파리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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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피악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검은색의 화가 피에르 수라제(한국에서는 술라게스라고 표기하기도 함) 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화가라는 사실만으로도 앙스 아르퉁의 전시는 흥미를 끌었다. 게다가 파리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는 처음인지라 과연 파리시가 운영하는 미술관은 전시를 얼마나 멋지게 선보일지도 궁금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작가 피에르 수라제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앙스 아르퉁(1904~1989)은 앵포르멜 (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즉 프랑스 추상미술의 선구자였다. 타협 없는 현대성을 구현했던 앙스 아르퉁의 작업 중심에는 수많은 실험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들과 함께 작가가 사용했던 다양한 매체, 실행, 혁신적 기술개발 및 수많은 숙련된 도구도 전시되었다. 지난 2017년 파리시립근대박물관이 작가의 유화, 사진, 조각, 도자기 및 문서자료 등을 인수했다고 한다.(서울아트아이드 참조)
때마침 서울에서 부모님이 오셔서 전 날 퐁피두 상설전을 오랜만에 둘러보았는데 앙스 아르퉁의 작품 한 점과 수라제의 작품으로 가득찬 섹션이 떠올랐다. 어제 퐁피두의 그 방을 찍어서 같이 포스팅했더라면 더 유익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으로 녹두 특파원의 사명감은 다음 번 포스팅으로 이어져야만 했다. ㅜㅜ
파리시립미술관은 전시장 구조 자체도 특이했다.한 작품을 다양한 각도와 방향에서 볼 수 있게 해놓았고 관람객의동선에 따라 와닿는 느낌이 달랐다. 역시 큐레이팅도 하나의 예술이다. 작품의 수와 규모도 엄청나 전시장 여기저기를 아주 신나게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학생에게는 거의 무료인지라 비교적 비싼 입장료를 받는다 생각했는데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르퉁의 작품이 시대가 지날수록 변화해가는 과정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점이 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액션 페인팅의 선구자 잭슨폴락 등 여러 현대 미술 작가들이 연상되는 작품들도 많았다. 아마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는 의미일 것이고 현대미술을 이끈 거장 중 한 명이라는 작가 프로필이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마치 큐비즘이나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처음 본 당대 사람들의 반응도 이랬으려나 싶었다. 시대를 앞서가고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예술가들이야말로 찬사받아 마땅하다 본다.
작가가 사용한 도구나 작품을 창작하는 필름들도 볼 수 있었고 특이하게도 아르퉁의 작품 전시회 포스터가 한 편에 전시되어 있어 재미있었다. 무려 1961년도 전시부터 1969년 무렵의 포스터였는데 한 오십년후엔 내가 본 이 전시의 포스터도 마치 역사처럼 전시될 수도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뭐든지 자료로 혹은 사진으로 남겨놓는 습관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로잉이나 습작과정을 담은 영상 등등 볼거리가 풍성했는데 그런 영상을 본 후에 본 작품들은 어떤 도구로 어떻게 그렸는지 예상이 되니 작가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졌다,
어쨌든 백문이불여일견 인만큼 나의 주관적 감상은 이정도로 마무리 하고 아르퉁의 작품 사진을 몇 개 더 올리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우리나라의 대형 미술관에서 아르퉁 전시를 유치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