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샤를로뜨 페리엉 전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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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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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파운데이션/ 샤를로뜨 페리엉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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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를로트 페리엉( Charlotte Perriand)



시험 공부로 인해 피폐한(?) 삶을 살다가 시험이 끝나고 24시간만에  선택한 샤를로트 페리엉 전시였다. 


일단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에서 하는 전시라면 보증할만한 전시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혹시 전시가 별로여도 ( 왜냐하면 페리엉의 전시가 건축가의 생활가구 라는 컨셉이어서  지난번 파리 건축단지 포스팅과 비슷해 뭔가 신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루이비통 재단 건축 자체를 소개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역시나 프랑스! 아마 루브르박물관 오르세미술관 다음으로 파리 방문객들이 가야 할 곳은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이 아닐까 싶다. 



아클리마티시옹(jardin D'Acclimation)공원에 위치한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은 미국의 건축가  프랑크 게리(Frank Gery)가 설계했다. 유리잔의 구름을 형상화한 이 건물은 곡선인듯 직선같은 폴리카보네이트(함께 간 토목 기술사 삼촌의 코멘트) 특성이 잘 드러난, 그 자체로 예술작품인 곳이다.   프랑스를 비롯한 글로벌한 현대미술을 창조하고 소개하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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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단식 분수가 흐르는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과 옆에 ' le jardin de Séoul  (서울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전통 궁궐을 꽤나 정성스럽게 가꾸어둔 정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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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본격적으로 전시장으로 들어가 보자.


샤를로트 페리엉의 전시는 1903년에 태어나 90세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던 그의 서거 20주년 회고전이다. 



건축은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1920년대에 르코르뷔지에에게 포트폴리오를 들고 찾아갔던 페리엉은 르코르뷔지에로부터 "우리는 바느질 할 쿠션이 없다. 돌아가라"라는 냉소적인 답을 듣는다.  간결한 라인과 메탈을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당시로는 상당히 파격적인 시도를 한 페리엉의 포트폴리오에 르코르뷔지에는 협업을 하게 된다. 두사람은 가구가 차지하는 공간이나 불필요한 장식을 최소화하고 기능성을 강조하는데 이런 컨셉은 독일의 바우하우스운동과도 같은 컨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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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서랍, 책상, 탁자 등 생활가구들을  르 코르뷔지에와는 물론이고  페르란도 레제와도 콜라보한 작업들이 있었고  피카소,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과도 함께 전시되어 서로 시너지 효과는 물론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여성의 신체 치수나 주방에서의 동선을 계산해 넣은 주방가구들은 남성인 르코르뷔지에로서는 고려하지 못했을 부분이었으나 페리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페르낭 레제와의 교류를 통해 페리앙은 '아르 브뤼 (art brut)'의 개념을 접하면서 노르망디의 돌이나 나무, 파도를 재료나 소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기계적 직선에서 자연의 곡선으로 이동하기 시작했고 레제와의 콜라보로 메탈의 차가움을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낸 부드러운 나무결과 접목하기도 했다.



페리엉은 일본의 문화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는지 일본식 정원과 다다미 공간도 전시되어 있었다.



한편 미술관 도슨트의 설명을 통해   우리가 르코르뷔지에를 건축가로만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오전에는 그림을 그리고 오후에 건축작업을 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그의 그림과 조각품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전시 작품의 퀄리티 뿐만 아니라 전시장의 구조와 방식도 다른 곳과 달리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았다. 학생10유로 (보통 파리 국립미술관들은 학생에게 무료)가 아깝지 않은 곳이다.



1920년대 설계된 모던 아파트를 재연해 은 그의 건축은 정말 100년후의 사람인 내가 봐도 살고 싶을 정도로 세련되고 편리한 공간으로 보였다.



특히 그가 디자인한 목재가구들을 보면서 목공을 취미로 하시는 아버지에게 나중에 저 디자인대로 만들어달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만큼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들이 이목을 끌었다. 특히  관람객들이 앉아 볼 수 있게 설치된 의자들에 직접  앉아보니 정말 편안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감탄한 기획은, 원래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의 시그니처인 계단식 분수에 샤를로트 페리엉의 수상가옥을 재현해 둔 것이었다.  그 자체로 멋있는 분수에 그녀의 집을 구상화 해놓으니 그야말로 첨상금화였다. 그리고 집 자체 (내부) 또한 나름의 안락함이 있어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본 , 샤를로트 페리엉은 거의 모든 상황에 따른 집을 지은 건축가이다.  눈오는 날의 산속 별장, 일본식 다다미방 재구성, 멕시코 가구에 대한 재해석, 20세기 초의 현대식 아파트, 1평 남짓의 캐빈 (약간 우주공간을 뚫고 올라가는 로켓 같은  조그만  공간 ) 등등  다양한 집의 구조와 생활 가구들을 볼 수 있었다.



전시장 곳곳에 그녀의 가구 디자인을 스케치하는 전공자들을 보면서 문화 강국 프랑스에서 태어나 누리는 문화적 인프라가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껴졌다. 이번에도 역시나 프랑스의  큐레이팅에 감탄을 하며 이런 구성은 관람객을 즐겁게 할 뿐 아니라 기획자에게도 큰 보람과 성취감을 안겨 줄 것 같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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