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Centre Pompidou) 프란시스 베이컨 전/2019.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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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회화의 분방함과 기괴함을 상징하는 영국의 구상화가 프란시스 베이컨은 1909년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퇴역 영국군 장교이자 기마 조련사의 아들이며, 17세기 초반에 활약했던 같은 이름의 영국 철학자의 먼 후손이기도 하다. 그는 떠돌이 생활을 하며 노름꾼에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다. 그는 주로 사진이나 영화, 다른 화가들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기존의 이미지를 공포와 폭력, 고통을 전해 주는 유동적이고 변화 있는 작품 세계로 변형시켰다. 괴물의 형상, 괴상망측한 디테일을 혼합한 그의 도상학은 과장과 조롱, 경멸과 익살을 오간다. 그리고 그 무대는 닫힘과 가두기의 연속이며, 고통받는 존재가 속박된 공간을 의미한다. 어쨌든 베이컨은 20세기의 공포와 정신 장애를 표현한 음울한 휴머니즘의 거인이다 ( 회화의 괴물 베이컨/시공사 발췌)
퐁피두 전시를 인터넷으로만 예매해왔던 지라 이렇게 긴 줄 서서 입장 해보긴 첨이다. 사람이 정말 많았다.
프란시스 베이컨의 전시는 한국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다만 리움에서 그때는 작가의 이름이 베이컨인줄도 모른채 뭔가 불편했던 그의 그림을 본 기억이 있다.ㅎㅎ
이 으스스한 분위기의 작품 <방안의 인물>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 이 기괴한 형태의 비틀어지고 왜곡된 인체가 무서웠고 방안에 덜렁 음산한 소파만 하나 있는 풍경이 마치 악몽 속에 있는 듯한 공포감을 주었다.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도슨트를 따라다니다가 그의 해설이 너무 장황해서 (절대 못 알아들은 게 아님 ㅎㅎ)
그냥 인파를 뚫고 자유롭게 관람했다. 어릴 때의 선입견에서 한 발자국 더 나가긴 했으나 여전히 나에게 베이컨은 어렵고 불편하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했던 철학자 베이컨의 어록을 떠올리며 화가 베이컨을 텍스트로 이해해 보지만 여전히 가슴으로는 힘든 작가이다.
베이컨이 이렇게 공포스러운 그림을 그린 내면에는 '너무나 살고싶다' 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이라 한다.
그는 어떤 인터뷰에서 "훌륭한 그림을 볼 때 그 그림은 내 모든 감각의 밸브를 열어줌으로써 나로 하여금 격렬한 삶으로 되돌아 가게 만든다. 그림을 보고 있는 나를 느낌으로써 살아있고 살아갈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그림이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이야기'가 아닌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관람객들의 감각을 자극하려 하는 것이다.
죽음과 공포를 표현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살고 싶은 감각을 일깨우려 한 베이컨의 작품은 아직은 삶의 깊이가 얕아서인지 나를 설득시키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