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제 마욜 <자코메티> 2018.12월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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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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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제 마욜 <자코메티> 2018.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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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본 전시라 뒤늦은 감이 있지만


자인제노 방문객들과 공유하고 싶은 작품이라 포스팅합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숭고한 인간이든, 고독한 인간이든 모두 걷는다. 이 세상에 내던져진 이상 누구나 걷고, 걸을 수밖에 없다. 종착점이 어떤 풍경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그곳으로 가야 한다.“(알베르토 자코메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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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학을 공부하면서 접했던 사뮤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 작품이 있다. 195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실존주의와 초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부조리극의 고전인 이 작품은 그다지 방대한 분량의 책은 아니지만 두 남자 주인공의 동문서답과 상황으로 인해 술술 읽혀지는 책은 아니다. 베케트의 이 작품이 무대에서 공연될 때 무대장치를 친구에게 맡겼는데 앙상한 나무 가지로 무대를 채웠던 그 친구가 바로 알베르토 자코메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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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예술가들은 절대로 인간의 이성을 믿지 않게 되었다. 인간이 저지른 전쟁의 참상은 도저히 이성을 가진 인간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탐구하게 되었고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트의 사상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 욕망,  꿈을 표현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초현실주의가 탄생되었던 것이다.  스위스 출신 자코메티는 1922년 파리로 와서 그림에서 조각으로 장르를 갈아타게 되었다.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형상을 만드는 자코메티는 초현실주의자들과 코드가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코메티는 여동생과 지인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접하면서 나약한 인간에 대해 고민하고 죽음을 작품의 중요 소재로 활용한다.  1938년 파리의 한 카페에 앉아 있던 자코메티는 우연히 장 폴 사르트르를 만나게 되었고 정치, 사회,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오래 대화를 나누면서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을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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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대면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가녀린 몸의 인간이 발만은 바닥에 딱 붙어 옴짝달싹 못하면서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불안한 인간의 실존을 말해주는 듯하다. 전쟁을 겪고도 힘찬 발걸음으로 내딛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고 온갖 풍상과 부딪히면서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인류의 비극이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의 해석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자코메티라는 예술가와 내가 존경해 마지 않는  샤르트르가 사상적 교류를 하며 예술적 철학적 영감을 나누었다는 점만으로도 내겐 의미있는 전시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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