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에서 <베르트 모리조>와 만나다!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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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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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에서 <베르트 모리조>와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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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트 모리조>



19세기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정부 고위관리의 딸(로코코 화가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증손녀)로 태어났다. 아버지도 예술가들의 후원자였으며 아마추어 화가였다. 


베르트 모리조는 어렸을 때부터 친자매인 에드마 모리조(Edma Morisot)와  함께 일찍부터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진지하게 미술에 몰두했다.  1868년에 만난  마네는 모리조의 작품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마네는 모리조의 초상화  등 여러 점을 그렸다. 


마네는 모리조의 작품을 과거의 관습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모리조는 마네에게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것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모리조의 작품은 마네와 같이 구도를 강조했으며, 동료 인상파 화가들처럼 광학적 색채실험에만 몰두하지는 않았다.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에는 그의 가족들이 자주 등장했는데, 특히 여동생 에드마는 〈풀밭에 앉아 있는 화가의 여동생 퐁티용 부인 The Artist's Sister, Mme Pontillon, Seated on the Grass〉(1873,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화가의 여동생 에드마와 어머니 The Artist's Sister Edma and Their Mother〉(1870, 미국 워싱턴 D. C. 국립미술관 소장)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요람〉(1872)은 모성과 가족을 주제로 한 작품이며 모리조가 그린 작품 중 최고로 꼽힌다. 모리조는 섬세하고 미묘하며 아름다운 색채(그는 차분한 에메랄드 빛이 섞인 빨강색을 자주 사용했음)로 동료 인상파 화가들의 존경을 받았다. 다른 인상파 화가들과 마찬가지로 모리조의 작품도 많은 평론가들의 놀림거리가 되었다. 풍부한 교양과 매력을 갖춘 여성인 모리조는 말라르메와 드가, 르누아르 및 모네와도 친분을 쌓았다.


베르트 모리조는 에두아르 마네의 동생 외젠과 결혼했다. 모리조는 인상파 화가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작품을 전시했으며, 친구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상파 화가들의 투쟁에 계속 참여했다. 파리 살롱전에서 6번 연속으로 당선되었으며, 1892년 파리에서 개최한 개인전으로 그의 명성이 확인되었다. 1895년 파리에서 장티푸스로 사망했다.(다음 백과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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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교수님이 오르세에서 모리조의 개인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다고 강력 추천해주셔서 일정을 확인하니 9.22일이 마지막 전시였다. 그래서 아침 일찍 부랴부랴 서둘러 갔는데 다음날이 마지막이라 그런지 인파에 떠밀려 여유로운 감상은 즐기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인상주의 화풍을 좋아하는데 미술관에서 유유히 벨에포크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모리조는 당시 인상파 엑스포에 참가한 첫 여성 화가로서 동시대의 내로라하는 남성화가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작품을 남겼다. 하지만 당시 사회는 전반적으로 남성 위주였고 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여성이 진입하기에는 벽이 너무 높았다. 어려서부터 루브르를 드나들며 예술적인 소양을 길렀던 모리조는 인상주의의 대가인 마네의 가르침과 영향을 많이 받게 되었다고 한다. 마네가 그린 <제비꽃 장식을 한 모리조>도 우리에게 아주 낯익은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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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파 작가들은 당시에 유행하던 옷이나 스타일들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아마도 이런 이유로 그들의 그림에서 대체적으로 비슷비슷한 분위기와 느낌을 전달받는 듯 하다. 사실 상징주의나 초현실주의 사조들의 작품들은 각자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데 유독 인상주의 만은 그림들의 분위기가 다 닮아 있다. 


모르조는 마네의 뮤즈로서 유명세를 떨쳤지만 실은 아주 실력있는 작가였다. 특히 그의 그림속 모델들은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어서 더 아름답고 귀여운 느낌을 전달한다.  일부 과격한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여성이 미의 도구가 아니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아름다운 여성들의 모습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그림속 풍경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본 듯한  빨래 말리는 모습, 커피 마시는 모습, 바느질 하는 모습들이 익숙하게 느껴진다.



프랑스 혁명 이후 구체제 앙시앙레짐이 무너지고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한 시민계급의 탄생과 영국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지면서 그야말로 벨포크(아름다운 시대)가 열리게 된다. 미술계에서도 전통적인 회화풍에서 벗어나 인상주의가 자리를 잡게 된다. 이전까지 여성 작가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모리조라는 여성화가의 등장은 기록할만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19세기는 여성에게 현모양처의 역할과 가치를 강요하던 시기라서 화가라는 직업을 갖는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받을 시대였다.


모리조가 여성 작가로서 나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유복한 가정 환경과 꿈을 위해 현실과 전혀 타협하지 않았던 그녀의 강인함에서 비롯되었다. 마네와도 흔히 있을 수 있는 성공한 남성 작가와 미혼 여성의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고 평생 멘토로서 우정을 유지했던 점도 그의 작품 세계를 보다 폭넓게 해준다.


여성이라는 한계 때문에 실내 혹은 정원에서의 여성만 작품에 담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내게는 오히려 그런  아름다움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남성 작가의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매력 포인트다. 모르조를 새롭게 조명한 이 전시의 기획도 관람객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편 나는 모르조의 그림속에서 나의 모습을 오버랩시키기도 했다.


<Monsieur Manet et sa fille -마네 부녀>는 오늘의 내 최애 작품이었는데 마치 나와 아버지를 연상시킨 아주 따뜻한  작품이었다.  실제 우리 아버지는 책을 매우 지루하게 읽어 주시곤 했는데 그 때의 아련한 노스탈지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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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 그림은 피아노 배우던 베이비 시절, 하기 싫고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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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림은 모리조 여동생과 조카인데 나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앗! 저기는 파리의 앵발리드네!'라고 바로 알아차릴수 있었다. 내가 파리에 산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끼게 한 그림이다. 많은 예술가들의 숨결을 느끼고 그 그림속에서 내 일상을 발견하는 기쁨은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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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속 19세기 초록 의자는 21세기 파리에 아직도 존재한다.  아날로그 감성을 간직한 파리에서 나는 느림의 미학을 엿본다.



또한 모리조가 그린 자화상은 상당히 당차고 씩씩해 보여서 내 필명인 '녹두(장군)'을 연상시킨다. 외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내적으로는 지적이면서 실력있는 화가였던 모리조! 19세기였기에 평가절하된 이 화가를 새롭게 평가할 수 있는 전시였다. 마네의 뮤즈로만 알려져 있기에는 너무도 보석같은 작가다.



그나저나 인상주의 그림들인데 전시장의 벽과 조명이 다 어두웠다는 점이 조금 의아했다. 대 오르세 미술관에서 어련히 알아서 큐레이팅 했겠냐만은 보통 오랑주리에서 마치 자연광같은 환한 조명아래서 모네작품들을 본 느낌과 달라 약간은 갑갑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오랫만에 오르세에 온 김에 상설관의 인상파 방도 구경했다.





<이 작품에 아주 유명 인사들 총출동이다. 행커치프하고 오른쪽에 앉아 잇는사람은 보들레르, 수염둥이 오른쪽에서 세번째 서잇는 사람이 마네, 가운데 초상화는 들라쿠아.>



요즘 공부하느라 바빠서 오르세를 자주 못 와봤는데 이번 기회에  이 멋진 작품들을 그것도  모두 공짜로 보고 가니 너무나 뿌듯하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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