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 로사 보뇌르 (1822-1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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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Orsay : Rosa Bonheur (1822-1899) 2022년 10월 18일부터 2023년 1월 15일까지
에꼴 데 보자르를 방문하고 세느강을 따라 걸어서 오르세 미술관에 다녀왔다. 걸어서도 한 십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다 보니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있는 갤러리에서 밤톨들도 구경하고 caisse des dépôts et consignations를 지나며 장 뒤뷔페의 작품도 우연히 보았다.
로자 보뇌르 탄생 200주년을 맞아 오르세 미술관은 자연을 향한 이 비범하고 혁신적이며 영감을 주는 예술가를 기리는 중요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여성 해방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이 화가는 살아있는 세계의 존재를 중심에 두었고 동물의 특이점을 인식하는데 전념하여 그들의 활력과 영혼을 표현했다.
예술가 집안 출신인 로자 보뇌르는 아뜰리에 뿐만 아니라 실제 자연에서 매일 동물과 생활하며 보고 느낀 것들을 풍부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에 대한 그녀의 시선은 동식물에 대한 탁월한 비전을 보여준다. 로자 보뇌르는 동물을 화려한 구도 내에서 예술 작품의 중심에 두거나 실제 인물 사진으로 분리한다. 그럼으로써 과학적 발견과 동물 종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바탕으로 감성과 비범한 사실주의가 없는 표현적인 작품을 완성한다. 그래서 정말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은 동물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약 200점의 작품(회화, 그래픽 아트, 조각, 사진)은 작품의 크기와 형식도 다양하여 눈이 즐거웠다. 특히 동물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좋아할 정도로 묘사가 정교하고 생동감있다.
아무래도 어린이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오르세 측에서 그림을 그릴 수 종이와 색연필 그리고 바인더까지 준비해놓았다. 그림을 못 그리는 편이지만 한 번 따라 그려 보려고 나도 챙겼는데… 어렸을 때 엄마가 분명 동네 화실에 보내주기까지 했었는데 왜 이런 실력인지 모르겠다.
코르셋을 강요받던 시대에 살았지만 매우 자유로운 여성이었고 프랑스 최고 명예인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은 최초의 여성 예술가였다고 하니 존경심이 샘 솟았다. 그녀는 미술 컬렉터들과 힘을 합쳐 예술 시장에서 재정적, 도덕적 독립을 획득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성과 예술가의 독립을 추구하는 데 있어 롤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태어난 지 두 세기가 지난 지금, 예술과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 농촌과 생태학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큰 전시였다. 현재까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회적 문제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전시된 그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에게 미술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사고를 해 볼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진짜 좋은 기획이라는 생각을 하며 전시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