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특집2-호안 미로 재단: 파울 클레와 자연의 비밀
본문
La Fundació Joan Miró : Paul Klee i els secrets de la natura
카탈루냐 박물관에서 걸어서 한 15분 정도 Jardins de Laribal 공원을 산책하다보면 호안 미로 재단을 발견할 수 있다. 멀리서부터 줄이 길게 늘어 서있길래 ‘아니 다들 호안 미로를 이렇게 좋아한다고?’ 라는 생각을 하며 기다림을 포기하고 관광을 하러 갈까 망설였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 다시 오기까지 16년이 걸렸는데 언제 다시 올지 모르니 왔을 때 보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줄을 기다렸는데 인터넷으로 표를 구매하려고 해도 이미 매진이어서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는데, 이게 웬걸 ! 산타 에우랄리아 축제가 진행되는 덕분에 무료입장을 하게 되었다. 기다림이 아주 보람되었달까? ㅎㅎ
호안 미로의 작품과 개인 소장품을 위해 만들어진 호안 미로 재단은 건축물부터가 바르셀로나 해안에서 가장 현대적인 예술 작품으로 역동적인 공간이다. 재단은 건축가이자 도시 계획가인 Josep Lluís Sert 가 설계했다. 그는 호안 미로의 절친이자 카탈로니아의 아방가르드 건축가였다. 합리적인 구조와 중앙 안뜰, 옥상 테라스 및 채광창과 같은 지중해식 특징을 갖춘 이 재단은 건축물을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바르셀로나의 랜드마크가 될만 하단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이 두 명의 예술가와 도시의 문화적 아이콘인 예술, 건축 및 조경의 조화가 어우러진 예술 작품 그 자체였다.
호안 미로의 생동감 있는 예술적 풍경을 조명할 수 있었고 20세기와 21세기의 예술에 대한 풍부한 감상이 가능한 곳이었는데 이는 호안 미로가 특별히 모든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예술적 열망으로 고안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리라. 재단에 전시된 그의 회화, 소묘, 조각 및 종이 작품 컬렉션은 정말 완벽 그 자체였고 그의 삶을 관통하는 예술적 연대기를 철저히 둘러 볼 수 있었다.
사실 호안 미로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사람이지만 내가 그를 처음 만났던 순간은 그리 유쾌하진 않았었다. 10살 무렵 바르셀로나를 처음 방문했을 때 호안미로 공원에 가서 그의 조각 앞에서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그때는 누구인지도 잘 모르겠고 피곤한데 어머니가 유명 작가의 작품이니 꼭 사진을 남겨야 한다고 했을 때의 그 귀찮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엄마 미안 ㅋㅋ)
지금은 그 때 호안 미로와의 첫 만남을 계기로 파리의 퐁피두 센터에 가서 그의 작품도 자주 보고 어디 가서 아는 체 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경험시켜 주려 하셨던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할 줄 아는 지수로 성장했다고나 할까!ㅋㅋ
기존의 이젤 그림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작가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는 붓이 아닌 불과 가위로 그림을 그렸고, 그의 기법을 직물로 확장하거나 충동적인 붓놀림으로 벼룩 시장에서 구입한 고전 송장의 그림을 다시 그렸다고 한다. 이로 인해 놀라울 정도로 날 것의 면과 온전한 예술적 화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대형 회화와 조각의 탄생으로 확장된 것이다.
호안 미로의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매우 개인적인 언어를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주제별로 나눠진 전시 공간은 미로 작업의 핵심 개념을 보여주며 기존의 회화를 초월하려는 작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60년대부터 제작한 대형 캔버스는 넓은 색상 영역과 제스처의 자유로움이 담겨져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그리고 “파울 클레와 자연의 비밀”이라는 특별 전시회가 진행중이었는데, 독일계 스위스인 화가 파울 클레는(Paul Klee, 1879-1940) 자연 현상의 관찰에 대해 느낄 지속적인 매력을 강조한다. 형태의 기원과 예술적 표현에 대한 그의 호기심은 주변 환경을 주의 깊게 연구하도록 했다. 그래서 이 전시는 자연에 대한 파울 클레의 매력과 자연으로부터의 예술적 파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식물, 동물, 풍경, 지질학적 구조 및 대기 현상에 대한 그의 관심과 호기심은 독특한 시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파울 클레가 교사로서 일할때 그의 시간은 자연에 대한 그의 세심한 연구에서 파생된 교육학 개론의 형식으로 성찰을 정교화했다. 그는 이러한 영역에서 계속 작업했으며 퇴행성 질병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던 말년의 삶에서도 예술은 그의 피난처가 되어주었다고 한다.
재단의 규모와 작품에 대한 감탄으로 너무 열심히 구경을 했는지 배가 고파서 카페테리아에 들렀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음식인 하몽이 들어간 샌드위치였는데 분명 별 거 아니고 파리에서도 맛 봤던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맛있었던 것인지 정말 잊히지 않는 맛이었다. 허기를 채우고 뮤지엄 샵도 구경 갔었는데, 이 곳은 왜 이렇게 터무니없이 비싼 것인지 그저 호안 미로 작품이 새겨진 마그네틱만 두장 사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름다운 공간에 근사한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 바르셀로나 여행을 간다면 꼭 가봐야 할 장소 1위로 내 마음대로 선정하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