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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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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아 기념관: 쇼아의 혼란에 빠진 스피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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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Mémorial de la Shoah : Spirou dans la tourmente de la Shoah



'쇼아' 는 히브리어로 "대재앙"을 의미한다. 앵글로색슨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홀로 코스트' 라는 용어는 그리스어로 "불에 의한 희생"을 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제2차 세계 대전 기간 동안 나치 독일과 그 협력자들에 의해 거의 600만 명의 유럽 유대인이 살해된 것을 가리키는데 파리 시내 한 가운데 이 대량 학살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박물관이자 문서 센터인 쇼아 기념관(Shoah Memorial) 은 추모의 장소이다. 이 추모를 통해 '쇼아'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이를 보존 및 존중하는 것 만큼이나 쇼아의 역사를 가르치고 전달하는 것이 가장 큰 소명이다.  내가 다녀온 날에도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으며 이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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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에서 1944년 사이에 프랑스의 유태인들은 반유대주의 법안으로 인해 강제 억류 후  추방 당하는 큰 타격을 받았다. 자신들이 통합된 일원이며 보호받았다고 믿었던 사회로부터 완전히 배제 당했던 것이다. 1942년 여름, 비시 정부는 독일 점령군에게 16세 미만의 어린이와 프랑스령 영토의 일부에 있던 외국인 유대인 10,000명을 넘겼다. 76,000명의 유태인이 비시 정부의 협력으로  추방되어 나치에게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유대인 인구의 25%가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라고 하니 가히 충격적이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1995년 7월에 프랑스 유태인에 대한 박해와 추방에 대한 프랑스 정부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 선언 이후 프랑스에 살고 있는 유대인이 프랑스의 역사로 통합되는 것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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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아기념관의 이번 기획전은 프랑스 유대인의 역사를 추적하는 상설 전시회를 보완하고 새롭게 조명한다.  « 쇼아의 혼란에 빠진 스피루 » 라는 특별전시는 벨기에의 위대한 영웅 스피루(Spirou)와 아우슈비츠에서 암살된 독일의 위대한 신객관주의 화가 펠릭스 누스바움 사이의 관계를 보여준다. 스피루는 에밀 브라보 (Émile Bravo)가 2차 세계 대전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의 직접적인 목격자, 즉 살아있는 증인들이 사라져가는 현실 속에 이를 잊지 않고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만화책의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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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루라는 캐릭터는 1938년에 탄생한 호텔의 벨보이인데  현명하면서도 장난꾸러기이며 자비롭고 동정심이 많으며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호기심이 많은 어린 소년이다.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데에는 아무래도 어린아이가 가진 양심, 사랑 그리고 정의를 가진 눈으로 전쟁을 바라본다면 이 참혹했던 현실이 독자들의 공감을 더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 게 아닐까?   



특히 픽션과 역사적 현실이 뒤섞인 비극 코미디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희망> (L’espoir malgré tout) 은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이 시리즈는 전쟁의 공포를 설명하고 증오와 전체주의에 대해 경고한다. 또한 에밀 브라보는 펠릭스 누스바움(Felix Nussbaum) 이라는 독일계 유대인 화가와 그의 아내 펠카가 아우슈비츠에서 생을 마감한 실제 이야기 속에 가상의 인물 스피루를 삽입하여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결국 작가는 개인이 불의에 맞서고 저항하는 힘의 원천을 관찰함으로써 헌신, 인간애, 연대, 정의를 스피루를 통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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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야만성과 남녀노소에게 무차별적으로 행해진 잔인한  범죄를 실제 기록들과 만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유태인이 받은 고통의 역사를 재연한다. 박해와 추방에 직면한 유대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나치로부터 탈출하려 했던 모습들이 눈앞에 그려지니 이미지만으로도 우울함이 극대화되었다.  



유대인 박해라는 불의에 저항하는 자, 기회주의자와 체념하는 자 등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엇보다 작가가 강조하는 인본주의적인 가치였다. 타인에 대한 공감, 관심,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성찰과 이해가 인간에겐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간에게  내재된 잔인함과 폭력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시간을 잠시 가져보았다. 유한하고 덧없는 인생살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나부터도  좀 더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간직한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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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끄럽고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이 기억의 작업에서 비롯된 인본주의적 사상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과거의 영웅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쇼아가 우리에게는 오래전 머나먼 유럽에서 일어난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언제 어디서든 전체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힌 잔인함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우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어야만 한다.  미래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쇼아의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 아닐까?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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