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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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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재단: 론 뮤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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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월 8일부터 11월 5일까지


La Fondation Cartier : Ron Mueck





1994년에 설립된 까르띠에 재단은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현대 미술 재단이다. 디자인에서 사진, 회화에서 비디오, 패션에서 라이브 공연에 이르기까지 현대 창작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까르띠에 재단은 관람객들이 현대 미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수용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재단 안뜰에 위치한 정원은 도심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이고 주세페 페노네의 청동 나무 조각도 발견할 수 있는 숨은 진주 같은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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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까르띠에 재단에서는,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엑 (Ron Mueck)을 초대해 그의 작가경력상  상징적인 작품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을 전시한다. 이번에 최초로 선보인 그의 기념비적인 대규모 조각품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론 뮤엑과 까르띠에 재단의 인연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2005년 프랑스 대중에게 처음 공개된 이후  세번째 만남이다. 갤러리가 한 예술가를 발견하고 그의 성장과 발전을 함께 추구하고 장기적으로 예술적인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이 의미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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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 멜버른에서 태어나 1986년부터 영국에 거주하고 있는 론 뮤엑은 작품의 주제는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을 다루지만 그의 조각을 통해 완전히 새롭게 개발한다. 그의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함과 기이함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그의 조각품은 엄청난 대규모 작품인데다 살아있는 듯한 디테일을 지니고 있는데, 이 때문에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개월, 때로는 수년이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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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개의 거대한 인간 두개골로 구성되어 죽음의 탑처럼 보이는 작품 « Mass »는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개념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숙고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한다.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다의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디.  덩어리, 많은, 대규모 뿐만 아니라 대중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mass" 는 각 관람객들에게  특정한 해석의 원천이 된다. 작가는 “인간의 두개골은 복잡한 물체이며  강력한 그래픽 아이콘으로 즉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며 거부감과 끌림을 동시에 지닙니다.  이는 잠재 의식 수준에서 우리의 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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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전시되는 « Dead Weight »는 무게가 거의 2톤에 달하는 주철 두개골로 평소 자연주의적인 그의 작품과 대조를 이룬다.  이는 « Mass »의 청동 버전으로 주조된 검은색 해골이고 무게가 무려 1톤이 넘는다. 이 검은 해골은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 자주 등장하던 바니타스화의 영향을 받았기에, 인류의 아름다움과 혼란을 포착하며 인간의 경험을 통한 육체적, 심리적 여정이 된다고 재단 측은 설명한다. 참고로 바니타스는 시들어가는 꽃이나 꺼져버린 촛불, 해골 등을 정물화 속에 그려 넣으면서 인간 삶의 유한성과 덧없음 즉, 메멘토 모리를 나타내며 삶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중시하던 화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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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갓난아기 « A Girl » 은 그 크기와 사실적인 디테일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름진 피부, 핏자국, 축축한 머리카락, 탯줄의 묘사가 정말 처음으로 세상을 보는 신생아와 같았다. 작가는 우리 각자에게 잊혔으나 근본적이고 인상적인 순간인 탄생의 기적과 시련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론 뮤엑은 1990년대 후반부터 정밀성을 통해 살아있는 존재를 재현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보통 점토 주형에서 레진이나 실리콘으로 만든 인물에게 페인트를 칠하고 머리카락과 옷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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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엑의 이러한 정교한 표현 기술이 그를 극사실주의 조각의 선두 인물로 자리 잡게 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뮤엑의 작품들을 보며 현대 미국 조각의 대표작가 찰스 레이(Charles Ray)가 떠올랐다. 거대한 크기의 조각으로 주변의 공간이 축소되는 느낌을 주기도 하고 마네킹의 무표정한 얼굴은 마치 영혼이 없는 기계적 인간같이 보이게 묘사하는 그의 작품들이 생각났다. 찰스 레이에 관하여는 2022년 3월 퐁피두센터, 같은 해 4월 피노 컬렉션에 다녀온 포스팅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그렇게 전시장의 도입부에서 출생에서 죽음이라는 상충되는 감각이 느껴지고 그 사이의 모든 아름다움과 혼란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정교함과 기이함이 공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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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titled (Three Dogs) »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 대형견 세마리가 지하 전시장을 지키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신작이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 세계의 입구를 지키는 머리가 3개 달린 개 케르베로스가 생각나는 작품이다.  죽은 자들이 하데스의 지하 세계에서 탈출하지 못하게 하고, 살아있는 사람의 출입을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하는 신화 속 동물이다. 현대 예술과 건축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세 마리 개들의 위협적인 태도가 주는 긴장과 호기심이 외형은 조금 다르지만 느낌이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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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 in a boat »는 팔로 자신의 나체를 가린 남자가 긴 배의 뱃머리에 앉아 고뇌에 빠진 듯한 시선으로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다. 극도로 사실적인 묘사와 몽환적이고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은 경이롭기도 하면서 어쩐지 불안감을 증폭시켜준다. 헤어나올 수 없는 무력감과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이 남자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지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인생에서 그의 자리를 잃은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곳에서 길을 잃어버린 듯 하다. 엄청난 외로움이 둘러싸고 있으며 그의 주위를 돌아보거나 가만히 서서 보는 모든 관람객에게 그의 고독이 공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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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과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흥미롭고 초현실적인 론 뮤엑의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였다. 론 뮤엑의 매혹적인 작품세계에 빠져듬과 동시에 극사실적인 작품을 대규모 사이즈로 감상해 보니 무언가 큰 울림이 전시장을 나와서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 사진 원본은 https://blog.naver.com/mangchiro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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