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하이딩 인 파리 (Art Hiding in Paris)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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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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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이딩 인 파리 (Art Hiding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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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은 '봉주르 파리' 코너에는 처음 올리는 책 포스팅인데 파리의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한 책이라 자신 있게 소개한다. 재미와 의미, 공감과 연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지향하고 그런 가치를 담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 도서출판 혜윰터의 신간 도서 "아트 하이딩 인 파리(Art Hiding in Paris)" !


이 책이 출간되기 전 혜윰터 대표님께서 원고 검수를 맡겨 주셔서 미리 읽어 볼 수 있었는데, 평소 파리의 예술을 적극적으로 향유해온 나조차도 그동안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디테일들과 흥미로운 포인트들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 무척 유익하고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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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하이딩 인 파리> 는 뉴욕에 숨은 예술, <아트 하이딩 인 뉴욕(Art Hiding In New York>)의 작가 로리 짐머(Lori Zimmer)의 두 번째 책이다. 이번 파리 편은 매력적인 도시 파리에서 평범한 시야에 숨겨진 걸작, 역사적인 예술가 거주지, 상징적인 공공 예술 작품들을 그야말로 매의 눈으로 발견하고 있다. 파리는 빛의 도시, 사랑의 도시, 그리고 예술의 도시라고 불리는 만큼 예상치 못한 장소에 작품들이 쏙쏙 숨겨져 있다. 



작가는 아르누보 시대의 화려한 모습부터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등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들의 집에 이르기까지 파리 도심 속 숨겨져 있는 100개 이상의 보물들을 재조명한다. 독자들이 미술관의 벽을 넘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묘지 또는 한적한 골목골목에 도시의 가려진 걸작들을 경험하도록 초대한다. 이 책에 포함된 많은 예술 작품이 예상치 못한 장소에 숨겨져 있지만 모두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작가 짐머의 어린 시절 친구인 마리아 크라신스키 (Maria Krasinski)의 귀엽고 따뜻한 일러스트 그림들로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매력적인 삽화와 마음을 사로잡는 텍스트를 통해 독자에게 파리의 숨겨진 예술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끼리 모여 아름다운 책을 냈다는 점도 미래에 출판사를 세우고 싶은 나에게는 큰 자극이 되기도 했다.  



특히 하루 날을 잡아 <아트 하이딩 인 파리> 의 저자가 추천해 준 코스대로 몽마르트를 투어했다. 프랑스 살이  7년 차인 나에게도 처음 가 본 길이 있었다. 먼저 '메종 로즈'에서 간식을 먹고 몽마르트 투어를 하라고 제안해 준 작가의 조언대로 일정을 시작했다. 가수 ‘달리다’의 동상 ‘벽을 통과하는 남자’의 조각, ‘바토 라부아’, ‘사랑해 벽’ 순서대로 몽마르트 곳곳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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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몽마르트르 언덕에 자리한 ‘벽을 통과한 남자’는 가장 흥미롭고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벽을 통과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순간 능력을 잃고 벽 속에 갇히는, 슬프고도 기묘한 이야기 속 운명이 조각처럼 새겨져 있다. 아이가 그 남자를 꺼내주려 애쓰는 모습을 보며 순수한 마음이 사랑스러웠고, 그 찰나를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이 장면을 『봉주르 파리』의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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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벽(Mur des je t’aime)’은 한국에서 손님이 오시면 늘 데려갔던  익숙한 관광명소이다. 2021년 부모님도 모시고 갔었고 올해에는 사촌 동생이 파리 여행을 와서 함께 구경을 하기도 했다.  



몽마르트 언덕의 숨은 보석인 사랑해 벽은 진정한 사랑을 향한 공공 예술의 찬가이다. 2000년 프레데릭 바롱, 캘리그래피스트 클레어 키토, 아티스트 다니엘 불론의 협업으로 완성된 이 작품은 가로 4m, 세로 10m의 어두운 파란색 유약 라바 타일 612장 위에 "I love you", "사랑해" "je t’aime"라는 문장이 250개 언어로 311회 새겨져 있는 40㎡ 규모의 예술 벽이다. 벽은 본래 분열과 경계를 상징하지만, 이곳에는 붉은 점들이 흩어져 있어 깨진 마음의 조각을 나타내며, 사랑의 힘으로 이를 하나로 이어주고자 하는 상징적 의도가 담겨 있다. 무료로 개방돼 있으며, 자신의 언어로 적힌 '사랑해'를 찾아보며 진정한 교감을 느끼고,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감상하거나 파트너와 사진을 남기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가끔은 거리 음악이 어우러져 더욱 평화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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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촌 동생과 부모님의 깜짝 출연.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야간 보행자들의 키오스크(Le Kiosque des Noctambules)’는 2000년 파리 팔레 루아얄-뤼브르 지하철역 입구에 설치된 공공 예술 조형물이다. 알루미늄 구조물과 형형색색의 무라노 유리 구슬로 구성된 이 키오스크는 낮과 밤의 이중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돔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따뜻한 색과 차가운 색으로 대조를 이루어 일상의 흐름과 시간의 감성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계단 주변을 감싸는 유리 돔과 섬세하게 배치된 유리 조형물들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며, 단순한 교통 시설을 넘어 예술적 사유의 공간으로 변모시킨다. 역사적 공간인 루브르와 팔레 루아얄 사이에 자리한 이 조형물은 도시의 무심한 동선을 환상적으로 변주하며, 파리 중심에서 마주치는 일상 속 예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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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부렌의 ‘기둥들(Les Deux Plateaux)’은 파리 팔레 루아얄 안뜰에 1986년 설치된 현대 조형물로, 고전적 건축 공간에 흑백 줄무늬의 높이가 다른 원기둥들을 배열해 시각적 리듬과 공간의 해체를 시도한 작품이다. 전통과 현대, 규칙과 변형의 경계를 탐구하는 이 설치물은 관람객이 직접 오르내릴 수 있는 참여형 구조로, 공공예술의 개방성을 강조한다.  



바로 인근에는 폴 베리의 ‘구체들의 분수(Fontaines de Pol Bury)’가 위치하는데, 이는 금속 구체들이 수면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물결을 일으키는 역동적 수경 조형물로, 시간의 흐름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두 작품 모두 고요한 궁정 공간에 현대적 에너지를 불어넣으며, 고전과 실험이 공존하는 파리 예술의 정수를 상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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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과 그림이 한 편의 시처럼 어우러져 책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워 소장 가치가 있다. 독자와 여행자 모두가 저마다의 파리 예술 산책을 통해 도시를 깊이 만끽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나 또한 책을 읽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들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소들을 더듬어가며, 파리를 더욱 풍요롭게 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풍경 속에서도 의미를 길어올리고, 그것을 섬세한 콘텐츠로 빚어내는 관찰력과 성실한 감수성 또한 내 안에서 다듬어가리라 마음먹었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 학사, 동 대학원에서 문화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마쳤다. 갤러리자인제노에서 파리 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로 활동했으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에서 도슨트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신문 아트앤컬쳐에서 에디터로서 다양한 리뷰를 제공하고, 프리랜서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 한인유학생회의 창립멤버이며 프랑스 교민지 파리광장에 문화 및 예술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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