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와즈 사강 미디어 도서관: 메모 에디션으로 읽는 어린 시절
본문
Médiathèque Françoise Sagan : lire l'enfance avec les éditions MeMo
한국에서는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소설로 널리 알려진 작가 프랑수와즈 사강 미디어 도서관은 2015년 5월 16일에 문을 연 아동 문학 전문의 프랑스 최초 시립 도서관이다. 파리 동역 근처에 있는데, 70m² 규모의 전시장을 갖춘 이 미디어 라이브러리는 다양하고 개방적인 문화 프로그램과 함께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그림 등 현대적 주제에 대한 전시회를 1년에 세 번 개최한다.
2월 초중순에 아동 문학 교수님과 전시 큐레이팅 관련 공부를 위해 동행했었는데 <봉주르파리> 독자들에게 미술관이나 박물관 외 프랑스의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컨텐츠는 적극 소개하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린 후 뒤늦게 포스팅을 한다.
독자들이 거닐수 있는 정원은 쥘 베른의 경이의 여행(Voyages extraordinaires)에서 영감을 받아 조성했다고 한다. 어쩐지 두근 두근 설레고 사람을 들뜨게 하는 느낌이 다가오긴 했다. 도서관 1층은 어린이(0~12세)와 가족을 위한 공간이다. 물론 13세 이상을 위한 컬렉션도 있다. 2층에는 다큐멘터리, 만화, 자율학습 공간, 작업실, 디지털 워크숍이 있다. 3층 메자닌에는 미술 컬렉션과 아뜰리에가 있고 최상층에는 문학, 음악 및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동 문학을 위한 도서관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고 아동문학 분야에 많은 연구가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도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해피 아워 청소년 헤리티지 펀드 (Le fonds patrimonial jeunesse Heure joyeuse) 주최의 이번 전시회는 메모 에디션을 기념하며 진행된다. 메모 에디션 (Éditions MeMo, 에디시옹 메모)은 낭트에 본사를 둔 프랑스 출판사로 연간 약 30권의 책을 출판하는데 주로 아동, 청소년과 같은 젊은 독자를 위한 책을 만든다. 지난 해, 아동 문학 박람회에 갔을 때 알게 된 출판사인데 문학사적으로 상당한 의미있는 작업을 많이 하는 곳 같다.
아동 문학 도서관이다보니 귀여운 그림책들도 많이 있었는데 그 중 가장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천으로 만든 책이었다. 종이책 버전보다는 간소화되었지만 천으로 제작해서 책으로 뿐만아니라 인형처럼 가지고 놀 수 있었다. 작가님이 임신했을때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제작했다고 하는데 한 권 사서 가고 싶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나도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를 위한 책을 지어주는 엄마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스쳤다.
프린트물, 포스터, 원본 그림 등으로 구성된 긴 이미지 벽에 반응하여 원본 에디션과 몇 가지 게임 및 장난감이 전시장을 채운다. 오늘날과 과거의 창작물을 함께 모아 MeMo의 정신적 방향성과 생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 접근 방식은 과거와 현재의 아동 도서를 비교해 관련성을 찾고 고서에서 현대 창작물의 아이디어를 찾기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메모 에디션의 선택 및 편집 작업과 관련하여 헤리티지 펀드에 보존된 원본 에디션과 드로잉을 제시하여 메모 에디션에서 진행한 작업들을 설명한다. 원본 문서를 찾아 사용하거나, 텍스트를 번역하거나,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하거나, 인쇄 및 컬러 렌더링을 수행하는 제작 과정을 보여준다.
보라색 라인을 따라가면서 전시가 진행되는데 아주 깜찍하고 방문객의 이목을 끌기 제격이었다. 전시회와 연계되고 미디어 라이브러리 곳곳에 흩어져 있는 다양한 공간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법의 보라 색연필을 가지고 있는 아이가 귀엽게 그려져 있고 마치 이 아이가 상상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귀여운 포인트들이 여기저기 즐비해 있었는데, 어린이용 옷걸이가 인상 깊었다. ㅎㅎ 어린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기 위해 배치해둔 의자와 같은 높이로 설치된 옷걸이는 나중에 아이를 데리고 오고 싶게끔 센스있게 만들어졌다.
메모 에디션에서 출판한 훌륭한 외국 고전을 통해 전 세계를 빠르게 여행할 수 있게 해준다. 어제와 오늘의 예술가를 보여주고 체코인, 미국인, 한국인, 폴란드인, 루마니아인, 브라질인의 시각을 통해 세상에 대한 민감한 접근에서 서로를 보완하고 반응하는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도 있다니 반갑고 놀라웠는데, 도서관을 둘러보면 한국 작가들의 책도 많이 번역되어 있어 자랑스러웠다. 한국의 아동문학이 지금보다도 더 많이 프랑스에 소개되고 한불 아동문학간의 교류가 활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안고 프랑수아즈 사강 도서관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