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 도서관: 마르셀 프루스트-작품의 공장//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 - 눈꺼풀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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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F François-Mitterrand : Marcel Proust-La fabrique de l’œuvre (2022년 10월 11일 ~ 2022년 1월 22일 2023년) //Françoise Pétrovitch - Derrière les paupières (2022년 10월 18일 ~ 2022년 1월 29일 2023년)// Tomi Ungerer, saute-frontières (1931-2019) : langage des images, langage de l’enfance
오랜만의 포스팅~!
한 달여 동안 학업과 일, 공연관람 등의 문화생활을 하느라 바빠서 포스팅할 여력이 없었다.
이번 포스팅은 프랑스 국립 도서관( 프랑수와 미테랑 도서관/BnF로 불린다) 에서 본 전시를 소개한다. 사실 전시를 보러 갔다기 보다는 원래 우리 교수님이 진행자로 참여하시는 아동문학가 토미 웅거러 (Tomi Ungerer) 관련 콜로키움이 진행되어 참석한 바람에 운좋게도 그 곳서 진행중인 두 전시까지 알차게 볼 수 있었다.
이번 콜로키움은 11월 17일 부터 이틀간 교수님들과 전문가들의 연구 발표와 토론이 도서관과 아일랜드 문화원에서 진행된다. 토미 웅거러는 세계적인 아동문학가로 알자스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의 표현에 따르면 "국경을 뛰어 넘는 사람" 이다. 여러 언어들 사이에서 자라서 언어의 경계를 넘었던 작가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책이 « 세 강도 », « 곰 인형 오토 », «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 등으로 번역 출판되었다.
다양한 연구주제 발표를 들으며 2019년 세상을 떠난 웅거러를 대신해, 그의 딸 아리아 웅거러가 나와서 축사도 해서 흥미롭고 시간이 가는 줄 몰랐으나 언제나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배가 고팠던 나는 리셉션 장에 마련된 크루아상과 빵오쇼콜라를 잔뜩 먹었다. 어쨌든 웅거러는 아동문학 분야의 언어 혁명을 일으키며 세상의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대담하고 과감한 문학 앨범을 제공했던 아주 중요한 작가이다. 그의 모든 작업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연구자, 예술가 및 출판 편집장들이 모여 이 위대한 예술가의 정신과 스타일을 탐구하는 학회였다. 게다가 12월에 스트라스부르에 갈 예정인데 그때 그의 박물관에도 가 보려 한다.
학회가 끝나고, 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을 맞아 그의 명작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통해 실제 여행을 기획한 전시를 보러갔다. 올 초, 카르나발레 박물관에서 마르셀 프루스트(1871-1922)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다녀온 이후 이번 전시를 보니 뭔가 감회가 새로웠다. 관람객들을 소설 구성의 단계로 안내하면서 약 370개의 자료(필사본, 그림, 사진, 오브제, 의상)가 도서관의 뛰어난 컬렉션을 통해 위대한 문학 작품의 탄생 과정을 설명한다. 위대한 걸작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세세히 보고 나니 정말 프루스트가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깜짝 이벤트로 마르셀 프루스트 서거 100주년을 (1922.11.18) 기념하여 2022년 11월 18일 입장이 무료로 진행된다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17일에 다녀왔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어떻게 써내려 갔고 1922년 작가의 사망 이후 세계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될 때까지 어떻게 제작, 전승되었는지를 권 별로 정리해놓았다. 그리고 지난 20년 동안의 프루스트 관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의 스토리를 들려준다. 그의 저술 단계의 다양한 초안을 볼 수 있었던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엄청나게 많은 양의 글을 써 놓고 엑스 표시나 Supprimé 을 표시해가며 삭제하는 그의 결단력에 정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나름의 글쟁이인 나로서는 글을 쓰고 나서 발견하는 이상한 부분이나 어색한 문장을 발견하면 그것을 고치는 것이 얼마나 번거롭고 신경쓰이는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맥상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두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점을 크게 반성하게 되었다. 본인이 공들여 쓴 글을 과감히 삭제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만 그런가 !? 게다가 글을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친다는 것이 얼마나 성가신 작업인데 수도 없이 고쳐나간 그의 원고들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다.
소설 ‘스완네 집 쪽으로’ (Du Côté de chez Swann)에서 1927년 사후 출판된 ‘되찾은 시간’ (Temps retrouvé)까지, 프루스트가 선택한 원래 권 번호를 존중하고 소설의 불완전성을 가리지 않고 책의 순서를 펼쳐나간다. 각 권은 전시실에 해당하며, 마들렌과 같이 매우 유명한 에피소드부터 대중에게 덜 알려진 에피소드까지 소개한다. 이 전시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프루스트가 그의 모든 원고를 보관했기 때문이다. 1922년 그의 형인 로베르 프루스트가 이 귀중한 유산을 상속받았으며, 로베르의 딸 수지 만테 프루스트가 1962년에 국립 도서관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BnF의 마르셀 프루스트 컬렉션에는 그의 학교 논문, 초기 작품, 비평 기사 및 존 러스킨 (Ruskin)의 작품 필사본 등 모든 그의 원고들이 보관되어있다.
사실 나에게 놀라운 것은, 프랑스 사람들이 문화예술과 관련된 자료들을 개인적인 컬렉션에 머무르지 않고 공개함으로써 사적 재산으로 여기기보다 공공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국가에 보관을 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가치 있는 일이긴 하지만 프루스트 가문의 개인 재산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다. 아무튼 프루스트 가족의 현명한 선택 덕분에, 소설의 정교함이나 편집 과정의 역사를 모두 간직한 이 권위 있는 컬렉션을 도서관 측에서도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니 상부상조이긴 하다. 그리고 오르세 미술관, 자크 두세 문학 도서관, 프랑스 시네마테크, 갈리에라 박물관, 제네바 보드머 재단이 함께 협력해서 그들의 유명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었는데 내가 다 아는 곳들이라 그런지 더 친밀감이 들었고 전시를 더 풍성하게 해줘서 섬세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두번째 소개할 전시는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Françoise Pétrovitch)의 ‘눈꺼풀 뒤에’이다.
현대 미술계의 떠오르는 인물인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는 수백만 장의 뛰어난 판화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고 BnF 컬렉션에 몇 년 동안 등장했다고 한다. 물론 나는 처음 알게 된 작가다. 정말 예술의 세계는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작업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세계, 여성다움을 사생활 보호만큼이나 섬세하게 질문한다. 내면과 외면, 불안과 가벼움, 강인함과 나약함 사이를 오가며 작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에 대해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BnF의 다양한 형식과 기법의 판화, 예술가 책, 드로잉 및 스케치, 오래되거나 아주 최근 작품 그리고 미발표 작품 등 100개의 상징적인 그래픽 작품을 선보인다.
참고로 BnF의 인쇄 및 사진 부서는 지난 수세기와 현대 창작물을 대표하는 풍부한 이미지 컬렉션을 유지 관리하고 그림, 지문, 사진, 포스터, 라벨, 엽서, 직물 샘플, 카드 놀이 등 다양한 유형의 1,500만 개 이상의 도상학적 문서를 소장중이다. 수백만에 달하는 판화 컬렉션은 풍부함, 다양성 및 대표성이 특징인데 오늘날 거의 1,200개의 인쇄물이 매년 BnF 컬렉션에 들어간다. 따라서 BnF는 모든 기술이 결합된 시대의 트렌드와 취향을 반영하는 비할 데 없는 컬렉션을 자랑한다. 그래서 2016년, 프랑수아즈 페트로비치는 출판사 MEL Publisher에서 제작한 그녀의 최신 판화 시리즈가 BnF 컬렉션에 들어가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한다.
그녀는 인간과 동물의 형상, 파편, 스케일의 변화와 대담한 프레임, 미묘한 색상과 투명도를 통해 유머와 진지함, 고뇌와 경이로움이 공존하는 이중성을 특징으로 하는 우주를 구성한다. 판화와 도자기의 즐거운 모임은 도발과 겸손 사이, 불확실성, 양가감정, 청소년기를 특징짓는 꿈과 현실 사이의 긴장, 어린 시절과 성인기 사이의 이러한 상호 관계를 암시한다고 한다.
고요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내면의 이미지와 함께 초상화, 풍경, 비밀 시가 깃든 정물, 눈을 감고 있는 두 명의 사춘기 인물, 접힌 팔에 머리를 기대고 등을 대고 누워 있는 소년 등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환영하고 있다. 특히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는 소녀의 조각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한없이 슬프고 좌절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내 인생 가치관일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고 생각한대로 해석하는게 현대 미술의 매력이 아닐까!
오랜만에 전시도 보고 콜로키움도 참석하고 참 교양인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한 하루였다. 하지만 이렇게 지식인의 삶만 산다는 것은 재미가 없을테니 잊지 않고 음주가무를 즐겨줘야 한다. 그래서 저녁에는 집에 잠깐 들러서 찜기를 사고 (1인 가구 가장의 무게ㅋㅋ) 보졸레 누보(Beaujolais nouveau) 파티에 다녀오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보졸레(Beaujolais) 포도원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 그 해 처음 생산해서 마시는 햇 와인인데, 아무래도 숙성기간이 짧다 보니 깊은 향과 맛을 가지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를 빨리 팔고 소비하기 위해 ‘보졸레 누보가 왔어요‘ (Le Beaujolais Nouveau est arrivé!) 라는 슬로건으로 상업화하면서 와인 소비도 증가하고 가격도 꽤나 비싸졌다. 이 마케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확 후 11 월 세 번째 목요일로 날짜를 고정한다. 참고로 와인은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그냥 알콜을 좋아하는 편이라 열심히 마시고 즐기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