퐁피두 센터 : 제라르 가루스트// 앨리스 닐- 헌신적인 모습// 2022년 마르셀 뒤샹상 (재업로드)
본문
Centre Pompidou : Gérard Garouste 2022년 9월 7일 - 2023년 1월 2일
Alice Neel Un regard engagé 2022년 10월 5일 - 2023년 1월 16일
Prix Marcel Duchamp 2022 2022년 10월 5일 - 2023년 1월 2일
2023년 말 예정이던 퐁피두 센터 공사는 2024년 올림픽 이후에 비로소 시작될 예정이다. 2021년 6월에 임명된 로랑 르 봉 퐁피두 신임 회장이 2024년 올림픽이 끝난 후 공사를 시작할 것이라 발표했다. 거대한 리노베이션이 한 해 미루어진 만큼 올림픽이후 2028년까지 퐁피두는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미리 미리 많이 다녀 두자는 마음으로 지난번 < 즉물주의 전시 >이후로 짧은 시일내 재방문하게 되었다. 공사가 연기된 이유는 올림픽과 관련된 이벤트에 퐁피두측이 참여할 수 있고 퐁피두의 문화 프로젝트를 구축하는데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그리고 다행히 공사기간 동안, 퐁피두가 소장한 12,000점의 작품을 여러 박물관에 대여해주면서 프랑스 전역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한다.
이번에는 현대 프랑스 주요 화가 중 한 명인 제라르 가루스트(Gérard Garouste)에 대한 대규모 회고전을 보고 왔다. 120개의 주요 그림과 함께 전시회는 설치, 조각 및 그래픽 작업을 위한 공간도 제공한다. 제라르 가루스트의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불안’ (l'intranquille) 과 '광기' 를 상징하는 작가의 삶과 작품에 대한 흥미진진한 대화를 보여준다. 작가는 거대한 조형적 캔버스를 통해 예술의 역사를 재조명한다
1948년생인 가루스트는 과감하게 시대와 유행을 초월하고 있다. 1960년대 말, 파리 보자르 재학 중 마르셀 뒤샹과 피에르 카반느의 인터뷰를 읽고 충격을 받은 후 질서 있는 회화의 금지된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되었다 한다. 그는 푸생, 엘 그레코, 틴토레토 등 루브르 박물관의 거장들을 관찰하면서 완벽한 예술적 기법에 초점을 맞추면서 가장 전통적인 의미의 화가가 되는 동시에, 그 위에 자신의 개인 신화를 겹쳐 놓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기존 관념을 뒤집는 그림, 즉 혼란스러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미술사를 재조명하는 동시에 인상적인 구상회화를 보여준다.
가루스트는 위대한 문학적 서사인 단테의 신곡에 영감을 받아 주제와 이미지를 새로운 추상화에 도입하면서 지옥으로의 하강을 텍스트로 표현했다. 그 외에도 성경이나 세르반테스, 카프카와 같은 작가들의 문학 작품에서 주제를 차용한 그림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문학적 감수성을 자극하기는 했지만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해주거나 유혹하기 위한 그림이 아니라 굉장히 기괴하고 무서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가루스트에게 주제는 시선과 생각을 활성화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작가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이 개인적인 독서를 통해 성찰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작가가 인물이나 사물의 변형이나 절단 및 재구성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관람객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이를 통해 관람객은 오히려 기존의 관념을 끊어내고 재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시장에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지만 전시 규모가 커서 둘러보는데 조금 힘들었다. 그러나 작가의 작품세계는 문학도로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다음 전시로 넘어간다.
퐁피두에 가기전에 미리 찾아봤을 때도 이 두 전시가 더 궁금하긴 했는데 실제로도 그럴줄이야. 어쨌든 그 중 하나는, 2022년 마르셀 뒤샹 상 전시이다.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마르셀 뒤샹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마르셀 뒤샹 상은 2000년 프랑스 미술 국제확산협회의 컬렉터들 주도로 제정됐다. 프랑스 예술의 확산을 위해 해당 세대의 가장 대표적인 예술가를 국제적으로 선정하고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전시의 당선자들은 총 4명이었다. 줄리아 안드레아니 (Giulia Andreani)는 역사적 기록에 뿌리를 둔 실천, 이반 아르고테 (Iván Argote)는 급진주의를 통해 공공 공간을 재고하고 있다. 또한 미모사 에샤르 (Mimosa Échard)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단일한 동맹을 제공하며, 필립 드크로자(Philippe Decrauzat)은 모더니즘의 역사와 중요한 관계를 확립한다.
그리고 세번째 전시! ‘앨리스 닐- 헌신적인 모습’을 보러 갔다. 북미 미술의 주요 인물인 앨리스 닐(1900-1984)은 평생 동안 소외된 사람들의 그림을 그렸는데 오늘날 미국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예리하게 묘사한 것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전투적 페미니즘의 아이콘이자 선구자인 닐은 여성의 누드를 많이 그렸다. 남성의 시선에 의해 형성되는 전통적인 규범과는 매우 거리가 멀고 감상적인 느낌도 없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여성인 작가는 당시의 아방가르드를 거스르며 구상화를 통해 추상화의 시대, 팝아트, 미니멀, 개념미술의 시대를 넘나든다. 전시는 계급투쟁과 젠더투쟁의 개념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디자인된 두 부분으로 나뉜다. 총 75점의 회화와 드로잉이 전시되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퐁피두 측에서 앨리스 닐에 대한 전시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늦춰졌으며 전시가 열리기까지 우여곡절 또한 많았다한다. 그런 사정을 알고 막상 전시를 보고 나니 내가 다 나서서 홍보해주고 싶을 만큼 좋은 전시였다. 공산 당원이었던 이 급진적인 여성은 평생 동안 미국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 즉 자신의 출신, 피부색, 이민자, 성적 지향성 때문에 배제된 사람들을 그렸다고 하는데 정치적 신념을 떠나서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가진 그녀에게 호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오는 길에 ‘Move 2022’(2022년 10월 6일 - 23일) 의 행위 예술이 진행되고 있어 구경하다 왔다. 프랑스, 체코 순으로 유럽 연합 이사회 의장국인 퐁피두 센터와 프라하 국립 미술관이 협력하여 무브 페스티벌의 특별판을 제공한 것이었는데 "저항으로서의 친밀함" (L’intime comme résistance)을 주제로 개최중이다. 이번 파리 에디션의 무브 페스티벌은 집합체의 문제에 집중한다. 팬더믹으로 인해 개인의 몸과 마찬가지로 예술과 오락의 장소 폐쇄로 인한 접촉 제한을 겪었던 이 경험을 통해 같은 공간에서 함께 펼쳐지는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고, 지금 그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힘, 에너지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보여주었다.
Move는 12명의 아티스트의 작업을 통해 이러한 다양한 접근 방식을 탐구한다. 즉, 행동할 수 있는 힘과 집단적 행동을 요구하는 개인의 자유라는 개념을 완전히 벗어나는 오늘날의 복잡한 세상을 보여준다. 팬데믹 기간 동안 관찰된 바와 같이, 자유를 단순히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권리로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 어느 때보다 진정한 의미의 집단적 단체를 찾기 위해 자유의 일부를 기꺼이 제쳐두려는 사람들 사이의 분열은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이다.
퐁피두의 이런 전시기획들을 보며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2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고 다른 한편으로는 뭔가 아쉬웠다. 왜냐하면 퐁피두의 포토 부스를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어 본적이 없는데 이제는 줄을 서서 찍어야했기 때문이다. ㅋ 농담이고 그래도 일상으로 돌아와서 여기저기 활력이 넘치는 도시가 되다보니 참 감회가 새롭고 에너지를 갖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훠궈를 먹으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