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 빨레 : 앙드레 데밤베즈- 상상의 현기증//월터 시케르트- 그림을 그리고 위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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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it Palais
André Devambez - Vertiges de l’imagination 2022년 9월 9일 ~ 2022년 12월 31일
Walter Sickert - Peindre et transgresser 2022년 10월 14일 ~ 2023년 1월 29일
금요일 오전 수업이 취소된 덕분에(?) 원래 일정에서 미술관 나들이를 하나 더 추가했다. 이날은 쁘띠빨레, 주드폼, 루브르박물관 순서대로 계획을 세웠는데 주드폼이 그 추가목록이다. (그건 다음편에 계속~ ㅋ) 이 세 박물관들이 샹젤리제 거리를 축으로 일직선 상에 10분 정도씩 걸어갈 수 있는 위치라 스스로 아주 좋은 동선을 짰다고 뿌듯해했다.
패리스 인 더 레인
렌 미술관(Rennes Museum of Fine Arts)과 함께 쁘띠 팔레(Petit Palais)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의 예술가 앙드레 데밤베스(André Devambez) 회고전을 선보이고 있다. 그의 사랑스러운 개성과 거침없는 유머로 헌정된 전례 없는 전시이다.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는 진정한 만능인으로서 진지한 주제와 가벼운 주제 사이를 오가는 작품관을 보여준다. 후대의 대중들에게는 그닥 알려지지 않았지만 살아 생전 큰 영예와 명성을 누렸던 예술가였다고 한다. 그림들이 어렵지 않고 마치 상업 포스터처럼 보이는 작품이 많아서 ' 돈 좀 벌었겠다'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다 한다.
약 2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현대적 감각과 위대한 환상, 상상력과 창의성을 보여주는 전시라는 설명처럼 작품들이 아기자기하고 재미있어 작가의 센스에 감탄하며 관람을 했다. 앙드레 데밤베즈 (André Devambez)는 파리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만든 판화 및 출판 사업인 메종 데밤베즈(Maison Devambez)의 세계 아래서 자랐다고 하니 역시 어린시절 어떤 영향을 받고 성장하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림에 대한 소질을 일찍부터 보여 파리의 에꼴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에서 예술적 탐구를 시작했고 당대 가장 권위있던 로마상 (Prix de Rome)을 받아 이탈리아에 유학을 다녀왔다.
파리로 돌아온 그는 파리와 파리 시민들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로 만들었다. 조감도에 나타난 파리에 대한 그의 표현은 혁신적인 프레임을 추구한 그의 취향을 알 수 있다. 그의 그림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현기증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가 위성지도를 보면서 느끼는 소름돋고 어지러운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는 자동차, 2층 버스, 특히 비행기를 포함한 현대 발명품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기적으로 비행장을 방문하고 세심한 관찰자로서 항공적 관점에서 완벽한 정밀도로 비행장을 묘사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파일럿인 아버지가 생각나는 전시이기도 했다. 비행기만 보면 아버지를 떠올리는' 나는야 효녀' 이다. ^^ 어쨌든 지금도 비행기는 최첨단 기기인데 그 옛날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신기한 기술이었을까?
동시에 그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신문 <르 피가로> 에서 나온 '피가로 일러스트 (Le Figaro illustré)' , '일러스트레이션(l’Illustration)' 등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이 매체를 통해 자신의 넘치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SF 소설 속 붐비는 군중, 다채로운 캐릭터, 무서운 괴물을 만들어냈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걸리버 여행기 이야기도 있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아서 즐거운 전시였다. 그리고 전시장 밖에는 관람객들이 색칠하여 만들어 갈 수 있는 그림도 있어서 참여도 해보고 왔다.
한편 영국의 테이트 브리튼과 협력하여 영국 화가 월터 시케르트 (Walter Sickert, 1860-1942)에게 헌정한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는데 이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불가사의하고 불안정한 주제를 가진 이 현대 예술가는 프랑스에서 전시로써 알려진적은 드물지만 많은 프랑스 예술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고 파리에서의 머물며 영향받은 회화방식을 영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영국의 구상회화, 특히 사실주의 화가 루시언 프로이드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이 작가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다.
월터 시케르트는 관습에 대한 무관심,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회화 기법, 수수께끼 같은 주제로 60년 동안 영국 예술 혁신의 주역이 되었다. 그는 1880년대 후반 영국에서 '뮤직홀의 그림' 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이 장소는 그림을 그릴 가치가 없는 곳으로 여겨졌을 때였다고 한다. 이후 20세기 초 노동계급 지역의 지저분한 가구가 비치된 방에서 어둡고 불안한 누드를 그림으로써 스캔들을 일으켰다. 누드화가 많았는데 전시를 볼 때는 그닥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 눈으로만 보고 왔는데 이렇게 기록으로 남기다보니 사진이 없는 것이 아쉽다. 충실한 취재를 위해서는 많은 사진과 자료 모으기는 필수임을 또 한번 느낀다.
프랑스와 영국 사이의 중요한 중심축이었던 그는 많은 프랑스 예술가들과 깊은 예술적 교류를 했는데 무엇보다도 그의 멘토인 에드가 드가(Edgar Degas)와 함께 했다. 1차 세계 대전 후 그는 영국으로 영구 귀국하여 영향력 있는 예술가가 되었으며, 프레스 이미지로 만든 이상한 색상의 그림으로 영국 미술계를 다시 뒤흔들며 창의적인 과정에 대한 혁신적인 개념을 보여주었다. 그는 주제와 회화 방식을 수정하여 자신을 계속 갱신하고 특정 형태의 근대성을 구현하고자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혜안을 지니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대 정신을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에 대한 믿음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전시를 다 보고 쁘띠 빨레 안뜰의 정원도 잠깐 산책하고 왔다. 이 정원은 진정한 평화의 안식처같은 곳이라 살짝 나가서 인증샷도 찍고 왔다. 비가 오던 날이라 미술관 나들이를 망설였는데 역시 나와서 문화 생활을 하니 아주 유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