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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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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F | 리슐리외 : 몰리에르, 참과 거짓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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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F | Richelieu: Molière, le jeu du vrai et du faux (9월 27일 2022년 1월 15일까지 2023년)

 


파리 중심부에 자리 잡은 (오페라 가르니엘에서 걸어서 10분거리) 리슐리외 유적지는 300년 동안 프랑스 국립 도서관이 있는 역사가 깊은 곳이다. 장엄한 타원형 방, BnF 박물관 및 900개의 보물, 마자랭 추기경 궁전과 비비엔 정원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인데 얼마전 재개방을 해서 나도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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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너무나 멋있어서 연간회원권을 끊을 뻔했지만 다행히(?) 참았다.  다들 공부하고 책을 읽는데 나는 사진 찍고 감탄만 하다 온 것 같아서 약간 반성했는데 이런 도서관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작품처럼 즐기는 것이라고 나의 이모가 말씀해주셔서 양심의 가책을 덜었다. (Merci Ja-emo je t’aime 이모에게 보내는 짧은 감사인사 ㅋㅋ) 



역시나 이번에도, 몰리에르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국립 도서관은 코메디 프랑세즈(Comédie-Française)와 협력하여 뛰어난 작품, 아카이브 작품, 오리지널 에디션, 의상, 사진, 세트 모델 및 시청각 컬렉션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이 전시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업을 하는 몰리에르를 재발견하고 기념하기 위한 초대이다. ‘’프랑스어’’를 의미하는 "몰리에르의 언어"의 주인공이자 프랑스 문학의 대명사인 그의 전시회를 통해 그의 작품은 계속 읽고 연구된다. 



몰리에르는 1673년 자신의 희곡 '상상병 환자'(Le Malade imaginaire)의 네 번째 공연 중 무대에서 사망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였다. 몰리에르는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집에서 죽었고 그의 죽음을 다룬 그림과는 다르게 두 명의 수녀가 아니라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이 전시회가 ‘참과 거짓의 게임’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를 여기서 깨닫게 되었다. 몰리에르의 생애가 수많은 역사 이야기, 소설, 연극, 영화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잘못된 이미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몰리에르’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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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극에서와 같이 무대 위에 놓인 그의 삶의 이야기에서 몰리에르도 참과 거짓의 분별하기 힘들만큼 극장이란 곳은 남다른 힘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여태까지 몰리에르가 앉아서 죽은 의자가 코메디 프랑세즈에 남아있다는 점을 근거로 무대 위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믿던 것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었다 ㅋㅋ 몰리에르도 그저 인간인데 내가 그를 그냥 연극 속 주인공처럼 가상의 인물로만 여겨 그의 삶을 극적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몰리에르의 죽음 이후부터 프랑스 배우들 사이에선 미신이 하나 퍼지기 시작하는데, 프랑스 연극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가급적으로 초록색 의상을 입지 않는다. 왜냐하면 몰리에르가 마지막 무대에 올랐을 때 초록색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초록색은 불행과 죽음을 상징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를 교수님이 해 주셨을 때 그냥 그런 가보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라는 프랑스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사회 초년생 매니저가 원로 배우에게 초록색 스카프를 선물해서 그녀가 극대노하는 장면을 보고 ‘아, 이게 아직까지도 유효한 미신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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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몰리에르의 시계, 초상화, 흉상, 그의 서명이 있는 공증 증서, 그의 극중 의상 등을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전시였다. 몰리에르가 물론 훌륭한 극작가이고 배우였지만 작품의 의미는 보는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므로  관객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깨닫았다. 관객이 없다면 아무리 정교하고 아름다운 연극일지라도 그저 리허설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극작가가 만들어 낸 인물과 상황들은 관객의 감정을 입체적 복합적으로 움직이고, 관객은 무대 위의 상황을 관찰하고, 배우의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한다. 관객, 극작가, 배우들이 함께 연극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듯이 전시장도 기획자, 아티스트, 관람객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했다.



전시된 조각중에 몰리에르 분수의 미니어처 버전이 있어서  전시를 보고 나와서  근처에 위치한 실제 분수에 다녀왔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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