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누스키 박물관 : 움직이는 먹, 20세기 중국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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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Cernuschi : L'encre en mouvement, Une histoire de la peinture chinoise au XXe siècle 2022년 10월 21일부터 2023년 2월 19일까지
늘 궁금하긴 했으나 기획전들에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아 그간 방문을 미루던 체르누스키 미술관에 다녀왔다. 이 곳은 20세기 중국 회화로의 시간여행으로 관람객을 초대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근현대 중국 회화 컬렉션을 소장 중인 이 박물관은 아시아 미술관 (Le musée des arts de l'Asie) 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금융가이자 컬렉터였던 앙리 체르누스키가 1871-1873년 세계 여행을 떠나서 일본과 중국에 머무는 동안 약 5,000점의 예술 작품을 수집했고 아시아 여행에서 돌아와서는 그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 될 개인 저택을 지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저택과 아시아 컬렉션을 파리시에 기증한 후 1896년 사망했다. 그래서 박물관은 꽤나 오래전인 1898년 10월 26일에 개관했다. 이 곳은 아시아 예술에 대한 서양의 시선을 바라볼 수 있는 거의 140년 간의 유산이다. 박물관이 일반에게 공개되었을 때,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예술적 표현이 담긴 전시회의 현장이 되었다. 그러나 아시아 컬렉션을 표방 하는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극동 문화인 중국 고대에만 치중하는 느낌이 강했다.
한편 이 곳에서는 첸 젠 (Chen Zhen 1955-2000)의 두 작품을 전시한다. 1955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2000년 파리에서 사망한 그는 중국 아방가르드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으로 국제 현대 미술 분야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공명(Résonances)> 전시회는 소리에서 침묵으로, 움직임에서 부동으로,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두 설치물은 박물관의 심장부에 있는 부처의 방 공간에서 서로 반응하고 있다.
이 유기 고치는 불교의 묵주와 중국의 주판 공으로 구성되어 마치 영적 세계와 물질 세계 사이의 돌이킬 수 없는 합금과 같지만 고치는 아기 의자의 천진함에서 솟아나오며, 종으로 만든 장난감이 조개 껍질에 부딪히는데 이는 인간의 역설을 강조하는 의미라 한다. 언뜻 보기에 이것은 서로 반대되는 두 개의 의자지만 인체의 상징인 두 개의 북을 두드려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만나고 교류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화"는 갈등 해결의 전제 조건이며 평등, 존중, 선의, 이해 및 관용도 전제한다는 작가의 깊은 뜻을 짐작케 한다.
이번 전시는 움직임과 창조의 세기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촬영된 아카이브로, 수묵화의 엄격한 잉크와 붓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빛에 영구적으로 노출될 수 없는 잉크와 종이로 만들어진 이 깨지기 쉬운 보물 같은 작품들을 전시하는 만큼 전시 공간을 어둡게 차분하게 구성했다.
<움직이는 잉크(L' Encre en mouvement) >전시회는 20세기 전반기의 회화 즉 숭고한 풍경화나 전통에 도전하는 기이한 인물들이 스케치, 추상 또는 실험적 잉크와 함께 처음으로 소개된다. 제국 말기부터 1949년 혁명까지, 20세기 중국은 심오한 변화의 현장이었고 중국 회화는 이러한 변화를 함께 해왔다. 수세기 동안 먹이나 잉크를 사용한 이 작품들은 유화, 사진과의 접촉을 통해 과거의 모습을 재발견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재창조하게 한다.
사실 기대한 것보다는 규모나 의미가 크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한 번 쯤은 이 곳에 와봐야 궁금증이 풀렸을 것이에 실망보다는 오히려 다행스러웠다. 언젠가 이 곳에서 한국과 관련된 전시가 열리면 무조건 올 것이므로 늘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