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 미술관: 에드바르 뭉크. 삶과 사랑과 죽음의 시 > 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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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의 봉주르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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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 에드바르 뭉크. 삶과 사랑과 죽음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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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ée d'Orsay : Edvard Munch. Un poème de vie, d’amour et de mort (2022년 9월 20일 ~ 2023년 1월 22일)


 

오르세 미술관의 새 전시를 보기 위해 아주 머나먼 여정을 떠났다. 사실상 거리가 먼 것은 아닌데 버스의 배차간격이 20분이나 되어 기다리는 시간이 버스를 타는 시간보다 오래 걸렸다. 휴~ 게다가 이 말도 안 되는 배차간격과 더불어 엄청난 인파의 관람객들을 뚫고 전시를 다녀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뭉크의 전시라는 점이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은데다 오늘이  전시 오픈 딱 2일째이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뭉크의 « 절규 »를 보고 오빠와 웃으며 그 놀라는 포즈를 따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뭉크의 그림들을 실제 보러 간다고 하니 두근두근 설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절규' 말고는 딱히 뭉크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것 같아 이번 기회에 나도 공부해보고픈 마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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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세 미술관은  오슬로의 < 뭉크 박물관> 과 협력하여 노르웨이 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 의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뭉크 작업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100여개의 작품, 그림뿐만 아니라 드로잉, 판화 또는 조각된 블록도 선보인다. 회고적 차원의 이 대규모 프레젠테이션은 예술가의 작품세계 전반을 관통한다. 독창적인 회화적 사고의 맥락을 따라 화가의 작품 전체를 고찰하면서 근본적으로 일관적, 강박적이며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의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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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의 작품은 예술적 근대성에서 19세기에 뿌리를 둔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강력한 상징주의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뭉크의 독창적인 창작 과정은 그로 하여금 동일한 주제의 여러 변형과 다양한 버전을 만들도록 하기에 상징주의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순환의 개념은 뭉크의 사상과 예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특정 주제가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그의 캔버스 구성은 뭉크에게 인간과 자연은 삶, 죽음, 재생의 순환에서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는 프리드리히 니체와 앙리 베르그송의 생철학에서 크게 영감을 받은 독창적인 도상학을 개발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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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모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에드바르 뭉크는 « 절규 »라는 하나의 이미지로 국한되어 다소 예술가적 위치가  축소된 느낌이다. 분명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역설적으로  <절규> 외 다른 작품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오르세 미술관은 미술사에서 뭉크의 위상을 확실하게 회복시키기 위해 방대한 회고전을 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는 뭉크가 표현하고자 하는 외로움, 사랑, 실종, 죽음의 주제를 탐구하면서 작가의 고통을 추적할 수 있었다. 따라서 뭉크의 생애와 60년의 작품 활동 동안 경험한 다양한 실존적 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다채로운 팔레트와 더불어  구불구불한 선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불안함, 우울함 같은 것들이 어쩌면 관객들이 화가의 작업에 정면으로 뛰어들며 소통하게 유도한다.


 

뭉크의 « 키스 »라는 판화 제작과정을 보여주는 영상이 있었는데 뭉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찍어보았다. 남녀 간의 사랑과 질투를 주제로 자주 다루었던 화가여서 여성편력이 심했을거라 지레 짐작 했는데 의외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고 한다. 뭉크는 키스 하는 커플을 어둠 속으로 뛰어든 두 얼굴이 서로 합치며 표현하며, 한 번의 입맞춤으로 연결된 두 존재의 융합으로 소속감과 친밀감을 보여준다. 


 

그리고 « 절규 » 속에 배경이 되어준 다리와 그 외의 다른 다리들이 많았다. 그리고 막상 « 절규 »가 없으면 아쉬울 관객을 배려했던 것일까? 우리가 아는 작품이 탄생하기 전에 그려낸 가장 첫번재 버전의 « 절규 »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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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스케치와 원본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아픈 아이를 간호하고 있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은 너무 애절하고 슬퍼서 기억에 가장 남는다. 비록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않아 부모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을지라도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사람이 많다 보니 기념품 샵도 분주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고 있기에 '나도  뭐 좀 사 볼까'  둘러보다 귀여운 <절규> 양말을 발견했으나  너무 비싸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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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귀스타브 쿠르베의 « 오르낭의 장례 »와 « 예술가의 작업실 »이라는 작품들이 있는 공간과 마주보고 있는 곳에 원래 토마스 꾸뛰르의 « 로마의 멸망 » (Thomas Couture- Les Romains de la Décadence)이 있었는데 이번에 가보니 잠시 사라지고 새로운 현대 작품이 올라왔길래 한번 찾아보았다. « 케힌데 와일리 Kehinde Wiley » (2022년 9월 13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동안 조르지오 치니 재단 (Fondazione Giorgio Cini)에서 조직된 전시회의 확장으로, 이 예술가의 세 가지 기념비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누워있는 시체들을 통해 그는 폭력, 고통, 죽음, 황홀경이 울려 퍼지는 회화와 조각의 고정 관념을 연주하면서 현대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한다. '케힌데 와일리' 는 유럽과 미국 초상화의 위계질서와 관습을 뒤엎는 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의 역동적인 묘사로 유명한 세계적인 시각 예술가이다.  회화, 조각 및 비디오 매체를 활용해서 작업하며 오랫동안 금기시되어 온 복잡한 사회 정치적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2018년에는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공식 초상화를 그린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라한다. 팔레드도쿄와 피노컬렉션에서도 그랬듯 최근 파리 미술계는 아프리카 미술과 아티스트에 대한 관심이 아주 높은 것 같다.



다시 뭉크로 돌아오면,  뭉크의 그림에는 사랑의 감정이 매우 규칙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따라서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와 질투를 담은 작품들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제의 지속성이 결국 삶, 사랑과 죽음에 대한 뭉크 인생을 담은 서정시가 되어주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르웨이 거장이 세상을 떠난 지 78년이 지났지만 그의 예술을 형성하는 주제는 여전히 우리 삶을 돌아볼 계기가 되므로 뭉크의  이번 전시는 반드시 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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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날의 마지막 스케줄이었던 오페라 바스티유에서 오페라 « 카풀렛 가와 몬테규 가 »를 관람한 내용도 잠시 소개한다. 이 오페라는 빈첸조 벨리니 (Vincenzo Bellini)가 1830년 «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 영감을 받고 작곡하는데 단 6주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오페라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이야기 보다는 두 가문의 싸움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제목이 가문의 이름으로 붙여졌다. 이 오페라의 매력적인 점은 모든 극적인 힘은 로미오를 연기하는 메조 소프라노에 의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메조 소프라노 로미오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강인하고 대담한 목소리로 표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줄리엣에게는 섬세하고 애절한 낭만적인 감정을 표현한 아름다운 오페라였다. 연출도 너무 좋고 벨리니의 부드럽고 몽환적인 음악들도 좋아서 공연이 끝나는게 아쉬울 정도였다.




글ㆍ사진_한지수 (파리통신원ㆍ에디터)
소르본파리노르대학교에서 현대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텍스트 이미지 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갤러리자인제노의 파리통신원 및 객원 큐레이터, 주 프랑스 한국문화원 도슨트로 활동 중이며,
문화예술신문-아트앤컬쳐에 에디터로 리뷰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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