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 고 《Mellow Island》 개최
2024년 3월 15일 – 4월 21일
본문
멜로우 아일랜드는 너무 멀고 찾기 어려워 아무리 노를 저어도 절대 도달할 수 없는 환상 속 섬이다. 사람들은 달콤하게 무르익은 무언가를 찾아 떠나지만 그들은 결코 섬을 발견할 수 없다. 대신 멜로우 아일랜드는 섬을 찾고자 하는 모두에게 관계의 성숙이라는 선물을 보상으로 준다. 따라서 이 여정은 실패로 끝날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자체로 무르익는 것이다.
Simon Ko, Breather, 2023, Acrylic on canvas, 160 x 180 cm(사진=서정아트)
Simon Ko, Slow Waters, 2023, Acrylic on canvas, 112.1 x 145.5 cm(사진=서정아트)
Simon Ko, Away, 2023, Acrylic on canvas, 196 x 250 cm(사진=서정아트)
Simon Ko, A Gathering, 2023, Acrylic on canvas, 160 x 180 cm(사진=서정아트)
사이먼 고의 화면은 일상적인 순간을 특별한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가구를 사러 인테리어 샵에 가는 일, 누군가를 위해 파티 준비를 하다 실패했던 기억, 여행지의 호텔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하루 등은 지극히 사소하고 내밀한 일상이다. 작가는 이 보편적인 순간을 실제와 환상을 오가며 다채롭게 재구성한다. 그의 작품은 사실에 기반한 구체적인 상황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상상에 기반한 배경이나, 소품을 병치한다. 또한 작가는 촉감, 즉 손의 흔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텍스처를 평면에 구현하며 공감각적인 입체적 감상을 유도하면서도 원근감이나 소실점에 개의치 않은 듯한 화면 구성을 통해 회화가 가진 평면성에 충실한 인상을 준다. 이같이 모든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사이먼 고의 장치는 작품 안팎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고 싶은 심상을 자극하며 작품에 담긴 사연, 인물들 간의 관계에 몰입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관객이 스스로를 이입시킬 수 있는 보편적인 상황을 제시하며 서서히 환상으로 이끄는, 사이먼 고의 확장된 세계로의 초대이다. 특히 전시장 초입, 공간을 압도하는 월 페인팅(Wall Painting)은 사이먼 고 작품에서 돋보이는 특유의 질감 표현 재료인 모델링 페이스트를 사용하여 캔버스를 벽 너머까지 확장시켰다. 그 공간을 점유하는 인물 조각은 회화 작품 속 주인공이 잠시 걸어 나와 휴식을 취하는 듯 생동한다. 소용돌이 치는 거대한 이미지는 이 여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을 짐작하게 하면서 동시에 인물에게 이입하여 작가가 제안하는 환상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투신하고 흠뻑 물들을 채비를 하게 한다. 위태로운 배에 몸을 싣고 떠나는 사이먼 고의 여정에는 두렵지만 아름답고, 연약하나 용감한 무언가가 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작업을 시작하는 사이먼 고(b. 1988)는 관계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 충전의 순간들을 포착해낸다. 그리고 사랑의 경험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는 복잡미묘한 과정을 온전히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그림은 사이먼 고에게 더욱 깊은 사색을 필요로 하는 특정한 감정을 지긋이 관찰하고 지켜낼 수 있도록 하며, 그 감정에 걸맞은 관심을 적절히 기울일 수 있게 한다. 사이먼 고의 작품 속 인물들은 인간관계에서 경험하게 되는 신뢰, 희망, 절망, 열병 등의 감정을 폭넓게 담고 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Mellow Island》(서정아트, 서울, 한국, 2024), 《Sparks》(Nathalie Karg 갤러리, 뉴욕, 미국, 2023) 등이 있다. 단체전으로는 《DEAR CABINET》(서정아트, 서울, 한국, 2023), 《Sarang: Conversation on Love》(Wellcome Collective, 뉴욕, 미국, 202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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