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티스트 권현진 개인전 《☒☒☒ : Pierced Body》 개최
독일 출신 미디어 아티스트 권현진 작가가 선보이는 모니터 아트(monitor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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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은 2024년의 첫 단추를 꿰는 전시로 권현진 작가의 개인전 《☒☒☒ : Pierced Body》를 오는 1월 20일부터 2월 4일까지 개최한다.
본 전시는 2016년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디어아트를 수학한 후 귀국해 유수의 그룹전에 참여해 온 권 현진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총 약 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권현진(b.1983)은 모니터 등 액정으로 구성된 이미지 재생산 기기를 드릴과 레이저로 절단하는 피어싱(Piercing) 과정을 통해 발생하는 우연적 이미지의 생성을 실험하는 미디어아트 작가이다. 사물 연구로도 해석할 수 있는 권현진의 작업들은 미디어와 기계적 요소를 자신의 예술적 질료와 형상으로 정의한다. 그의 작업은 기계적 파손을 통한 시각적 오류의 재현을 넘어, 원형의 파괴를 초월한 변형된 이미지의 존재 자체로 이루어져 있다.
권현진, <monitor works>, 2019, 단채널 영상, 가변설치(사진=아트 포 랩)
본 전시의 제목 'Pierced Body'는 신체 혹은 기계의 몸체(body/hardware)를 관통하는 두 이 미지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은유로 고안되었다. 피어싱(Piercing)은 통상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처럼 귀를 포함한 신체의 특정 부위를 뚫어 장신구를 착용하는 행위를 나타냄 과 더불어, 레이저로 금속을 절단하는 과정에서 가장 처음 구멍을 뚫는 과정을 일컫는 기술적 용어이기도 하다.작가는 모니터 하드웨어의 표면과 내피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소프트웨어로서 재생되는 이미지를 교란하고 변형시키며 모니터가 지닌 대안적인 캔버스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권현진의 작업은 기기의 고장과 작동 사이의 시공간을 벌리고 지연시키며 이미지를 생성한다. 그가 편집하는 것은 영상의 내용이 아닌 기계 그 자체로, 마치 종이 위에 선을 긋고 오려내듯 모니터의 피부와 혈관을 도려내면서 파괴의 인과가 퇴화가 아닌 창조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 명한다. 블랙박스처럼 보이는 전기 미디어는 파손과 흉터의 보존을 통해 '랜덤 이미지박스' 로 거듭나게 되며, 이는 작가에게 모니터를 뚫는 행위가 단순히 기기의 물리적 변형을 초래하 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는 시각적 확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수단임을 의미한다.
구멍(hole)은 미처 정보값을 파악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품고 있는 입구로, 뚫린 구멍의 심연을 향한 관찰자의 시점은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히게 된다. 구멍이 발생하는 순간 안과 밖으로 공간의 배치가 나누어짐과 동시에 이미지를 둘러싼 새로운 차원이 생성되는 것이다. 어쩌면 권현진 작가가 주력하는 매체 실험은 감정을 보는 이를 고양시키는 내용을 담보하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순순히 고정된 것이라 믿어왔던 매체의 물질성을 유동적으로 교란함과 동시에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잠깐이나마 미술이 자신의 쓸모로부터 해방되는 자유의 얼굴을 상상 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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