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 단체전 《천천히 걷기 : Take your Time》 개최
전시 오픈식은 12월 13일(수) 오후 5시에 금산갤러리에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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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갤러리에서 12월 13일(수)부터 2024년 1월 11일(목)까지 분주한 현대 사회 속에서 각자만의 시선으로 포착한 장면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 6인의 단체전 〈〈천천히 걷기 : Take Your Time〉〉을 진행한다. 이번 단체전은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가진 6인의 작품 관람을 통해 관람자가 스스로 ‘오늘’의 속도를 낮춰보며 분주히 보냈던 한 해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하는 전시이다. 6인의 작가가 포착한 일상적 장면들 속에서 따스한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가 스스로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가 될 예정이다.
우리는 분주한 현대사회 속에서 매일 변하고 달라지는 순간과 상황들에 휩쓸린 듯이 살아간다. 다변화의 흐름에 맞추어 태동하는 현대미술의 흐름 속 동양화 또한 미술사조 안에서 그 존재 의의와 가치를 증명해내야 하는 위치에 서있다. 이번 전시는 천천히 걷듯이 자신을 둘러싼 주변과 스스로의 감정을 재인식하고 들여다보는 6인의 작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현대 동양화를 선보인다.
김나현 작가는 사랑이라고 감각한 순간을 그린다. 동일한 대상과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발생하는 상황이나 감정은 매번 다르기에 작가에게 그린다는 것은 그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은 행위이기도 하다
김나현, 약속된 과거 현재 미래, 2023, 장지에 분채와 석채, 130.3 × 162.2 cm
생동한 붓질이 만들어내는 모호한 형상을 통해 분위기를 조형화한다. 사실적인 묘사보다 받은 인상과 감정에 주목하지만, 특정 장면을 생략하고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무언가를 연상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남겨두어 각 작품마다 서사가 있음을 암시한다. 장지에 분채. 석채 등 전통 안료를 병치혼합하여 옅게 수백 번 겹쳐 올리는 방식은 붓질에 따라 안료가 스며들고 쌓이며 깊이감이 있는 색을 만든다. 다층적 색과 붓질은 사랑이라는 단어에 내포된 복합적 심상의 표현이다.
김다운, 오늘 그저 좋은 향기 #4, 2023, 장지에 채색, 53 × 45.5 cm
작가는 미래지향적인 태도가 앞으로의 삶에 대하여 긍정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넘어, 다가올 미래에 성과를 내고 보상을 바라는 결과 지향적 태도가 만연한 요즘의 세태를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작가는 ‘오늘’의 가치에 대하여 환기하고, 내가 위치한 오늘이라는 공감각적 시공간에 집중한다. 오늘이라는 시간대는 내가 가장 첨예한 감각으로 임하는 순간이자 새로운 경험이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이다. 오늘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상다반사에 대하여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해 나가고자 한다.
그는 일상의 사물과 장소 특히 누군가의 소유였던 것에 관심이 있다. 그는 이것들이 소유자/관계자의 삶의 증거이자 존재의 허물이며 일부라고 여긴다. 그래서 그는 그 일상의 것들의 사라짐에서 죽음을 보고 일상의 것들의 존재에서 삶을 본다. 그의 작업목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두 가지는 원본과의 정신적 등가성을 가진 기록 만들기와 대유법처럼 소유물들이나 장소로 누군가를 드러내려는 표현이다.
박현욱, Somewhere over the window in Bloomsbury London 1,2, 2020, 린넨에 혼합재료, 80 × 50 cm
‘Somewhere over the window’는 창문과 그 너머의 실내 장소들을 그려, 투명한 장벽 너머의 세상을 들여다보며 그 안의 삶을 상상하게 하려는 작업이다.
성소민, 모네, 모네, 모네, 2023, 목판에 혼합재료,
54 × 122 cm
기억에 대한 접근의 방식으로서 목판에 새기는 방식을 택했다. 행위는 조각도를 이용해 노동집약적이고 반복적인 작업을 수반하는데, 이 모든 과정에서 목판에는 온 정신과 물리적 힘을 동반한 나의 모든 집중력이 가해진다. 그 속에서 나의 기억과 나 이전에 자리했던 수많은 이들, 인위, 혹은 자연으로 말미암은 ‘발자취(-창조, 변형, 생장을 포함한 모든 움직임, 또 흔적-)’들이 겹쳐지고 시간성이 확장된다.
이계진, 소금산수 130, 2023, 장지 위 먹과 소금, 50 × 125 cm
2018년부터 현재까지 약 130점 정도 제작된 <소금산수> 시리즈의 주된 주제는 “먹과 소금을 활용한 다양한 삶의 현장 포착”이다. 작품의 특징은 추상적 요소인 먹과 구체성을 띤 현대 인물들의 조화로운 구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소금과 먹 기법을 활용하여 현대사회 속 이상향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먹과 소금의 우연적 효과를 활용한 <소금산수> 시리즈를 통해 나는 무의식에 내재된 기억들 속에서 나만의 이야기를 조형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학창시절 추억부터 세계 각지로 여행을 떠났던 기억까지 다양한 경험들이 작품 속 먹 방울에 녹아 들었다. 또한 프랑스 철학자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특징 중 하나로 “소서사 (Little Narrative)”를 제시하였는데, 여기서 영감을 얻어 나는 그 동안 주목 받지 못했던 현대사회 속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이야기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장현호, Magnolia 202303201145, 2023, 장지에 아크릴, 호분, 13 × 60 cm
인상 깊었던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시간을 구상화하고 기록하는 행위는 내게 있어 매우 중요하다. 누군가는 흘려 보냈을 찰나의 순간을 카메라로 담아 나만의 시각과 그 순간의 감정을 회화로 표현한다.
우연히 꽃봉오리가 살짝 열린 목련이 눈에 들어왔다. 이른 봄 짧게 피었다 지는 목련이야말로 순간과 같았다. 솜털에서부터 꽃봉오리가 피고, 만개하여 떨어지는 과정을 먹과 호분으로만 그려낸다. 흑백으로 시간성을 지우고 내가 바라본 시간대를 숨겨, 감상자로 하여금 각자의 소중했던 순간과 각기 다른 시간대를 상상하게 한다. 의도적으로 설정된 강한 대비와 제거된 색을 통해 나는 객관적인 시간보다 감상자 개개인의 주관적인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의 작품 속에 있는 장면은 우리의 일상과 거리가 있거나 상상에만 의존하여 만들어진 허황된 이미지가 아니다. 모두 자신들의 감각과 시선으로 포착하고 사유하여 제작한 누군가의 순간이자 ‘오늘’이다. 이러한 이미지를 화폭 위에 기록 혹은 어느 존재의 흔적으로써 새겨 넣는다는 점에서 그들을 ‘시간의 기록자’라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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