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2024년 예정 전시 소개해...
첫 전시로 오는 2월 1일부터 한국의 현대미술가 김홍석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서울점(K2, K3)에서 개최
본문
국제갤러리는 2024년 갑진년의 첫 전시로 오는 2월 1일부터 한국의 현대미술가 김홍석의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서울점(K2, K3)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성공이 아닌 실패가 목적이 되는 아이러니를 담은 제목이 드러내는 바와 같이, 현대 사회에 팽배한 이분법적 개념을 뒤트는 조각, 회화, 설치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분법적인 체계가 근간이 되었던 모더니즘, 그리고 그에 반발한 포스트모더니즘을 거쳤으나 여전히 근대적 미적 기준의 개념쌍을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작가는 둘씩 짝을 이룬 조각들을 통해 위트 있게 표현한다. 브론즈 혹은 레진으로 제작된 고양이, 손, 신발, 운석 조각들은 극사실적으로 표현되어 실재-허구, 정상-비정상과 같은 대립항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며 하이브리드 개념의 장을 만들어간다. 한편 사군자를 표현한 회화는 아크릴과 모델링 페이스트로 그려낼 예정이다. 묵향 대신 느껴지는 두꺼운 마티에르의 촉감은 동양의 군자(君子)의 정신과 태도를 서구 모더니즘의 개념으로 지워버리고, 현대 동양인의 정신분열적 물질성을 사군자를 통해 보여준다. 4차 산업의 시대에 여전히 강력하게 작용하는 서구 근대성과 이를 어쩔 수 없이 계승하는 전지구인의 비정상적 정체성을 작가는 현재 위치라 스스로 정의하고 이를 미술로 물질화할 계획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이분법적이지 않은, 그러나 뒤섞이고 뒤엉킨 세계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
김용익,〈물감 소진 프로젝트 22-14: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2022
Acrylic paint on canvas, 112 x 145.5 cm(이미지=국제갤러리)
3월에는 부산점에서 김용익의 첫 부산 개인전을 소개한다. 이는 2018년 서울에서의 개인전 이후 6년 만에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전시이다. 김용익은 2018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물감 소진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새 연작을 시작했다. 작가에게 남아있는 물감, 색연필 등 회구(繪具)들을 다 소진(消盡)한다는 개념 및 방식의 본 프로젝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은 회구를 색깔별로 골고루 소진하고자 화폭을 잘게 나누어 작업한 결과, 작품은 기하학적 도형의 모양을 띠며 김용익이 예술가로서 평생 추구해온 ‘저엔트로피(low entropy)적’인 삶의 방식에 부합하는 형태를 드러낸다. 또한 그는 중국의 잘 알려진 철학서적인 주역(周易)의 사상으로부터 상징적인 의미들을 차용함으로써 현 시대에 걸맞은 작업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작업을 도모한다. 해당 전시는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가의 신작을 구작과의 관계 속에서 고찰해보도록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시기 서울점에서는 강서경과 김윤신의 개인전이 동시에 개최된다. 강서경은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 각 개인이 굳건히 딛고 설 수 있는, 나아가 뿌리내릴 수 있는 땅의 규격을 자신만의 그리드로 표현하며 그 범주를 조금씩 확장해 왔다. 《마치(March)》라 명명한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에서 그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에, 마치 행군하듯 힘껏 발걸음을 내디디며 또 한 번 자신의 토양을 넓게 다져보고자 한다. K3 공간에서 진행되는 전시에서는 염색된 울 및 실크로 구축한 회화가 벽면을 수놓고, 천장과 바닥에는 브론즈 캐스팅으로 제작된 신작 조각이 설치될 예정이다. 천장에서는 모빌 형태의 조각이 내려오고, 바닥에는 마치 오뚝이와 같이 기울어질지언정 결코 쓰러지지는 않는 조각이 우뚝 서 있을 것이다. 올 연말까지 리움미술관에서 대대적인 개인전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내년 3월, 그 행보를 이어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다양한 매체로써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같은 기간 K1과 K2에서는 김윤신의 개인전이 선보인다. 국제갤러리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중반 아르헨티나로 이주해 40년 이상을 그곳에 뿌리내렸던 그가 한국으로 다시 터전을 옮겨 꾸리는 첫번째 전시이기에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 남미로의 이주를 통해 한국의 모더니즘에서 물리적으로 단절된 채 자신만의 독자적인 시각문법을 구축한 작가는 재료의 물성, 특히 나무 고유의 성정을 존중하며 탐구해왔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그의 작업 전반이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제목으로 포괄되는 데서 엿볼 수 있듯, 나무와 김윤신은 관조의 대상과 주체가 아닌 온전한 하나로서 기능한다.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는 마음으로 그가 제작해온 나무조각 및 회화작품으로 전시가 다채롭게 구성될 예정이다.
5월에는 독일 출신의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가 6년 만에 서울점(K2)에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지난 2020년 부산점에서의 개인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80세가 되는 해를 기념하기도 한다. 회퍼는 지난 50여 년의 시간 동안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도서관, 박물관, 공연장 등의 문화적 공공장소를 정밀한 구도와 디테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해왔다. 각 화면 속 인간의 부재를 부각시킴으로써 공공기관이 상정하는 인간의 풍요로운 사회적 활동과 그 역사를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가 팬데믹 기간 동안 보수 중이던 건축물 및 과거에 작업한 장소를 재방문하여 작업한 신작들을 선보임으로써 전인류적 역경을 회생과 쇄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작가 고유의 시선을 드러낼 전망이다. 한편 그는 최근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가 주최하는 ‘2024 케테 콜비츠 상(Käthe Kollwitz Prize)’의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어 5월 말 서울점(K1, K3)에서는 수퍼플렉스(SUPERFLEX)의 개인전이 열린다. 기후변화에 대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수퍼플렉스의 이번 전시는 2009년에 제작한 영상작품 〈Flooded McDonald’s〉에서 출발한다. 세계적인 대기업의 한 매장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극적으로 그린 이 영상에서는 매장의 의자, 테이블, 컵 등이 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상황의 주인공들이 되어 수중을 떠다닌다. 기후변화의 위협을 우리 일상 속 풍경 안으로 포섭해 만들어낸 이 드라마의 맥락을 기반으로, 수퍼플렉스는 K1과 K3 두 공간에 걸쳐 인류가 새로이 마주할 세상 속의 신작 조각 및 회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꾸준히 상승하는 해수면에 따라 언젠가 지구 표면이 물로 덮였을 때 물고기의 서식지로 기능할 수 있는 조각, 그리고 당장 당면한 전지구적 위기에도 우리가 놓지 못하는 자본에 대한 고찰을 시각화한 회화 등이 두루 소개된다.
그 사이 부산점에서는 김영나의 개인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는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그의 근작들을 살펴봄으로써 전시장 내에서 전개되는 디자인적 요소의 표현 가능성과 효용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그래픽 디자인을 기반으로 시각예술 장르 사이에서 층위를 더하며 작업하는 김영나는 최근 작업을 통해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시각 언어가 캔버스, 텍스타일, 아크릴, 석고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재료의 지지체를 만났을 때 우리의 지각이나 경험에 어떠한 변화를 유발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또한 〈SET〉, 〈Piece〉 시리즈 등 디자인적 태도에서 출발한 작가의 실험이 이미지와 바탕의 관계, 이차원과 삼차원의 경계에 대해 질문해온 회화의 역사 자체와 맞닿아 있음을 환기한다. 더 나아가, 〈Object〉 시리즈를 통해 본래의 맥락에서 벗어난 사물에 허구적 에디팅의 과정이 가미되었을 때 드러나는 흥미로운 결과물을 함께 선보인다.
8월에는 마이클 주(Michael Joo)가 서울점 및 부산점에서 개인전을 연다. 모두 신작으로 구성될 해당 전시에서 그는 촉각적인 유형의 것과 천상의 것 사이의 간극을 오가는 멀티미디어 작품 및 조각을 소개할 예정이다. 디지털 공간에서 만들어진 크리스탈 형태물과 수작업으로 정교하게 빚어낸 오브제를 결합한 이 작품들은 자연계와 인간계 간의 경계와 탄성에 대한 작가의 오랜 관심사를 이어가는 작업이다. 작가의 초기 작업에서 보이던 친밀함이나 자연적 디자인에 대한 탐구의 맥락뿐만 아니라 최근 작업에서 볼 수 있던 블록체인 및 AI에 대한 관심을 모두 담아내는 이 새로운 작품군은 디지털 혁신과 유기적 아름다움의 수렴 과정을 시각화하고자 한다.
9월에는 사회적 구조와 현상이 개인적 삶에 개입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동시대 미술의 범주 안에서 병치되는 방식을 회화,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등을 넘나들며 탐구해온 함경아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특히 〈SMS〉와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다/다섯 개의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등의 연작으로 대표되는 자수회화는 화려한 색채, 노동집약적 표면, 미학적 완성도로 표현되는 예술적 아우라의 이면에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동과 통제불가한 과정의 변수가 응축된 작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내년의 개인전 역시 가시적인 것과 비가시적인 것 사이를 오가며 다양한 색조의 씨실과 날실을 엮은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지난 2015년 국제갤러리 개인전 이후 스위스 베른 시립미술관, 독일 뒤셀도르프 아르테나 재단, 한국 서울시립미술관, 홍콩 CHAT 등 유수의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여왔고 2020년에는 제1회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엔날레(Asia Society Triennial)에 참여한 바 있다.
11월에는 서울점 K3에 설치될 〈Moving Stillness: Mount Rainier 1979〉(1979)를 중심으로 빌 비올라(Bill Viola)의 개인전이 선보인다. 본 설치에서 공중에 ‘떠 있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산의 이미지는 그 스크린 아래 있는 물 웅덩이에 반사되고, 물의 일렁임에 따라 산의 모습도 함께 흔들리며, 시간이 흘러서야 다시 물과 산 모두 안정을 되찾게 된다. 강직한 이미지의 산은 사실 제각기 개별적인 여러 요소들의 조건이 우연히 맞아떨어져야만 볼 수 있는 우연의 결과물인 셈이다. 작가는 이렇듯 보통은 정적이고 단단한, 시간의 기념비로서 존재하는 산을 여리고 불안정한 이미지로 제시함으로써 이미지로서의 산이 갖는 성격을 고찰하고자 한다. 빌 비올라는 1970년대에 영상이라는 매체를 둘러싼 실험의 선구자로서 후대 미디어 아트의 역사에도 주요한 발자취를 남겨 왔다. 그런 그가 제안하는 ‘흔들리는 산’의 모습을 통해 관람객들은 안정감의 함정에 대해, 또 한편으로는 시간의 축적이 건네는 안식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달 박진아가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일상 속 장면을 스냅사진으로 포착한 후 이를 재구성해 회화로 옮겨내는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부산점에서의 개인전 이후 3년 만에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도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카메라의 시점과 시간성을 경유하여 담아낸 회화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특히 백스테이지의 사람과 사물들에 주목하는데, 이를테면 미술관의 전시준비 과정, 영상 촬영의 비하인드 씬, 식당의 주방 등 '관계자 외 출입금지(Staff only)' 표지가 붙은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작가만의 회화적 시점으로 들여다본다. 국제갤러리 레스토랑의 주방이나 부산시립미술관 커미션 벽화를 준비하며 마주친 찰나의 풍경들은 캔버스 위에서 작가와 물리적인 접촉을 거듭하며 새로운 물질성과 시공간성을 입는다.
한편 국제갤러리는 미국의 현대미술가 로니 혼이 2018년부터 2023년 사이에 제작한 〈프릭 앤 프랙스(Frick and Fracks)〉 수채화 연작을 오는 12월 31일까지 K3에서 개최한다. 〈프릭 앤 프랙스〉 연작을 통해 작가는 쌍을 이루는 것, 이중으로 만드는 것에 대한 오랜 관심을 본인 작업군의 주축을 이루는 드로잉이라는 매체로 표현한다. 국제갤러리는 또한 오는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8일까지 한국의 대표적 사실주의 화가로 알려진 이광호의 개인전 《BLOW-UP》을 K1에서 개최, 작가의 신작 65여 점을 공개한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