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구 개인전, 베를린, 캔디, 히잡을 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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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진갤러리는 오는 2023 년 12 월 7 일부터 2024 년 1 월 12 일까지 전병구의 개인전 《베를린, 캔디, 히잡을 쓴 여자 Berlin, A Candy, A Woman in a Hijab》을 개최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물이나 장면을 자신만의 회화로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번 전시 제목은 동명의 작품 세 점을 나열한 것으로, 각각 작가가 세계 여러 곳에서 마주한 풍경, 정물, 인물을 의미한다. 이유진갤러리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대상을 재구성한 회화 작품 17 점을 선보인다.
어둠 속에서 In the Dark-_Acrylic and oil on canvas_53x72.7_2023 (사진=이유진갤러리)
그녀 Her_Oil on canvas_34.8x24.2_2023 (사진=이유진갤러리)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 뒷산에 핀 진달래, 비 오던 날의 동네 하천 등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특별하게 포착된다. 작가는 특별하지 않았던 대상이 새롭고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그 대상이 갑자기 변화한 게 아니라 대상을 관찰하는 주체, 즉 나의 상태가 변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바라보는 대상의 의미보다 그 대상을 바라보는 순간과 주체에 집중하려고 한다. 변화의 순간에 나타난 내면의 감각과 정서는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인 엷은 붓질로 표현되어 있다. 서정적이고 차분한 색감의 회화 작업들을 통해, 관람객들은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그 안에 투영시키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내면의 움직임을 발견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에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작가의 작품 세계가 확대 되었다는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베를린, 라이프치히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포착한 모습들을 자신만의 회화로 탄생시킨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둠 속에서 In the Dark>이나 <그녀 Her>는 프랑스 출생의 미국 조각가이자 화가인 루이스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의 조각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직접 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브제를 자신만의 공간 위에 새로 배치하며 본인만의 컬렉션을 완성시킨다. 이렇게 새로운 회화 방식으로 재구성 된 오브제들은 관람객들에게 일상적이지만 독특한 정취를 느끼게 한다. 또한 이번 신작들을 통해 기법적으로도 성숙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에는 짧은 스트로크의 붓질로 빠르게 그리는 방법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옅은 물감층을 여러 번 중첩시키는 글레이징의 방식으로 작품의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다양하고 풍부해진 소재들은 회화를 대하는 유연한 작가적 태도를 강조한다. 그려진 시기나 배경이 모두 다른 작품들은 언뜻 보면 하나로 묶여지기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 특유의 색감과 미묘한 분위기를 통해 한데 어우러진다. 풍경, 정물, 인물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담고 있는 그의 회화는 “때로는 바깥 세상과 연결시켜주는 창으로써, 때로는 자신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써” 기능을 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시각적 경험을 확장시키고, 그 안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전병구는 계원조형예술대학에서 매체예술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개인전으로는 《밀물이 들어올 때》 (이유진갤러리, 2021), 《Letters》 (OCI 미술관, 2018), 《Factotum, 1996, Untitled》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17), 《Afterimage》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7)을 개최하였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신한갤러리, 에이라운지 갤러리, 단원미술관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하였고,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경기문화재단, OCI 미술관 등의 기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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