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2024년 2월 경매 개최
김창열, 김종학, 이건용, 이배, 전광영 등 주요 작가들의 수작 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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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수) 오후 4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2월 경매가 개최된다. 109점, 약 80억원어치가 출품되는 이번 경매에는 표지를 장식한 윤형근의 100호 작품 ‘Burnt Umber & Ultramarine’(3억~6억5000만원)을 선두로 박서보의 80호 ‘묘법 No. 980412’(4억1000만~6억3000만원), 정상화의 백색 100호 작품 ‘무제 79-3-20’(2억2000만~10억원), 하종현의 30호 ‘접합 18-05’(1억7000만~3억원)등 단색화 거장 4인의 작품이 모두 매력적인 가격에 선보인다.
김창열 물방울 CSH34
또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국제적인 위상과 명성을 가진 이우환의 10호 작품 ‘바람과 함께 S8708-28’(1억6000만~3억원)를 비롯해 종이에 수채로 그린 작품 ‘무제’(6500만~1억2000만원) 등 총 4점이 경매에 오른다. 물방울 작가 김창열의 작품은 1993년에 제작된 120호 대작 ‘물방울 SA930-02’(1억8000만~3억원)과 100호 사이즈의 ‘회귀 SH97038’(8000만~2억원) 그리고 영롱하게 찍힌 물방울이 매력적인 1979년 작 ‘물방울 CSH34’(5500만~2억2000만원) 등 총 5점이 새 주인을 찾는다.
이중섭의 ‘돌아오지 않는 강’(1억5000만~3억원)은 작가가 작고하던 1956년 그린 것으로 유사 도상의 작품이 다섯 점 남겨져 있는데, 본 경매 출품작이 가장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리고 4월에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개인전 ‘달집 태우기’를 개최하는 이배의 작품도 시리즈별로 5점이 출품돼 눈길을 끈다. 몸이라는 가장 일차원적인 요소를 활용해 신체 드로잉이라는 작품을 완성한 이건용의 작품 ‘Bodyscape 76-2-2021’(2억8000만~4억원)은 작가가 화면을 보지 않고 등지고 서서 사방으로 선을 그어 작가의 신체 부분만을 여백으로 남기는 ‘76-2’ 시리즈이다. 또한 이 작품은 관람자에게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 ‘그리는 행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해외 부문에는 시장에서 꾸준한 수요가 있지만 국내 경매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캐롤라인 워커, 이즈미 카토, 코헤이 나와, 샤라 휴즈, 치하루 시오타 등의 작품이 골고루 출품된다. 국내 경매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캐롤라인 워커의 ‘Study for Pool Views’(8500만~1억3000만원), 최근 국내 전시를 마무리한 코헤이 나와의 작품 ‘Pixcell-Ram Skull’(1억5000만~2억원),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생명체를 자신의 손을 이용해 독특한 작품 세계를 완성한 이즈미 카토의 ‘Untitled’(2억2000만~3억원), 울트라 컨템포러리 여성 작가로 큰 인기를 얻은 샤라 휴즈의 작품 ‘Winter Blues’(4000~6000만원) 등이 출품된다.
한국화 및 고미술 부문의 대표작은 금동으로 만든 천문도인 ‘금동천문도’(1억5000만~3억원)인데 이는 1652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물로 지정된 양산 통도사의 소장작과 제작일시, 크기, 지름이 같다. 여기에 후면에는 소나무를 제외한 동일한 구성의 오봉도가 새겨져 있다. 이 작품은 조선의 중요한 과학적, 미술사적 산물로서 매우 큰 가치를 지닌다. 이외에 서암 김유성의 ‘화조도’(5000만~1억원), ‘백자청화매국죽문사각병’(3200만~1억원), 몽인 정학교의 ‘매화도’(2500~5000만원), 율곡 이이의 ‘제문’(1000~2000만원) 등이 경매에 부쳐진다.
경매 프리뷰는 설 연휴 기간인 2월 9일(금)부터 경매가 열리는 2월 21일(수)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설 연휴 기간에도 전시장은 무휴로 운영되며, 작품 관람은 예약없이 무료로 가능하다(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 경매 참여를 원하는 경우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또는 전화나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또 경매가 열리는 21일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 주요 출품작
이번 경매에 출품된 윤형근의 작품 ‘Burnt Umber & Ultramarine’은 1996년 작으로, 1990년대 작품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순도 높은 검정색을 바탕으로 한 간결한 화면 구성이 두드러진다. 번짐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테두리는 엄중하고 절제된 표현을 강조하고, 오일의 비율이 줄어든 화면 속 어둠은 한층 더 깊은 정적을 느끼게 한다. 또 흐트러짐 없는 단순한 검은 기둥은 윤형근 특유의 표현력과 깊이감으로 인해 그 울림이 그림에 국한되지 않고 공간 자체를 꽉 채우며 공간을 압도하는 듯하다. 추정가는 3억에서 6억6000만원이다.
정상화의 작품은 페인팅으로 대표되는 회화의 개념을 벗어나 ‘뜯어내기’와 ‘메우기’라는 촉각적 행위의 반복을 통해 완성된다. 작가는 작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단순 행위를 되풀이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한 기록으로 여겨, 작업의 결과물보다는 ‘과정’에서 창작의 의미를 찾는다. 출품작은 1979년에 제작된 것인데, 이 시기에 이르러 격자 무늬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욱이 정상화는 ‘백색의 화가’로 불릴 정도로 백색 연작을 통해 명성을 얻기 시작했기에 이번 출품작은 더욱 눈길을 끈다.
용암이 뿜어져 나온 뒤 굳어진 흔적 같은 강렬한 마티에르가 돋보이는 하종현의 작품 ‘접합 18-05’가 경매에 오른다. 작가는 2000년대 이후부터 본 작품과 같이 수직적인 양상의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구도상으로는 상당히 단순한 형태로 표현돼 있지만, 하종현 특유의 배압법을 통해 캔버스 뒷면으로부터 물감을 밀어내어 쌓은 물감 덩어리는 화면 전체에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추정가는 1억7000만원에서 3억원이다.
박서보의 작품 ‘묘법 No. 980412’는 후기 묘법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박서보가 다소 까다로운 소재인 한지를 소재로 사용한 것은 1980년대 현대 작가들 사이에서 다시 그린다는 ‘손의 복권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지는 우리 고유의 재래 물질임과 동시에 고유한 정서를 지닌 것이었기에 작가들에게 한지는 낯선 것이 아니었다. 출품작 ‘묘법 No. 980412’는 선의 직조가 수직 방향으로 길게 늘어서면서 선이 지나간 자리와 선과 선 사이의 돌출 부분이 서로 조응되면서 화면이 단순화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추정가는 4억1000만원에서 6억3000만원이다.
해외 부문에서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작가의 탐구와 호기심을 바탕으로 기괴하고 미스터리한 아우라를 지닌 대상을 그린 이즈미 카토, 최근 국내 전시를 마무리한 코헤이 나와 그리고 울트라 컨템포러리 작가 캐롤라인 워커의 작품이 주목할 만하다. 캐롤라인 워커의 작업은 네일아트 가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화면에 담기 시작해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측면에서 본 현대 여성들의 모습을 소재로 한다.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하는데 전형적인 여성성이 가공해 온 이미지와 현대의 일상적 환경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담고 있다.
4월 개최되는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개인전 ‘달집 태우기’가 예정돼 있는 이배의 작품이 시리즈별로 골고루 경매에 오른다. 이건용은 몸을 활용해 미술가로 ‘그리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 성찰하게 한다. 이번 경매 출품작은 작가가 화면을 보지 않고 등지고 서서 사방으로 선을 그어 작가의 신체 부분만을 여백으로 남기는 ‘76-2’ 시리즈로 이건용의 독창적인 미학과 사유의 정수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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