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개인전 《New Works》
원앤제이 갤러리, 2024년 5월 12일 - 6월 23일
본문
원앤제이 갤러리에서는 서용선 작가와 첫 개인전 《New Works》을 2024년 5월 12일부터 6월 23일까지 개최한다.
서용선은 1980년대부터 인간 본연에 대해 탐구하며 40여년간 왕성한 작업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새 전시 《New Works》에서는 2007년부터 최근 2024년까지 여러 시간을 축적하면서 감각해오던 현대 도시(서울, 뉴욕, 베이징, 파리)의 정서, 그리고 그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작가 자신의 모습(자화상)을 더욱 폭넓게 바라본 시선을 통해 그려낸 신작을 다수 선보인다.
서용선, 〈N Line 1〉, 2023, 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218 x 291 cm. (이미지=원앤제이 갤러리)
서용선, 〈14번가 스트리트 지하철역〉, 2020-2024. 캔버스에 아크릴릭, 357.5 x 202.7 cm. (이미지=원앤제이 갤러리)
작가는 그동안 특정 한 장면을 회화에 담는 것에 집중했던 반면, 근래에는 도시와 사람들을 여러 시간을 거치면서 폭넓게 관찰하는 태도를 회화에 더한다. 작업이 시작되는 첫 정서가 그림에 반영되기는 하나, 그것이 그림 전체의 흐름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특히 작가는 자신이 본 것을 그림으로 그려내는 과정에서 대상 혹은 상황으로부터 어떤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한다.
그는 그림에서 진정 표현하려는 것을 끄집어내고자 애쓰고, 이를 위해 더 넓은 관점에서 현실을 바라보는 태도를 지향한다. 서용선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실을 그려냄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사실적인 그림이라고 표현할 수 없다. 강렬한 색채, 거친 윤곽선, 과장된 원근법, 배경이 생략된 색면 등 왜곡된 표현법으로 구성된 그의 그림은 비현실적임과 동시에 현실을 더욱 극대화해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마주하게 한다.
서용선은 <도시> 시리즈를 1980년대 서울에서 처음 시작하였다. 그 당시, 국내에 컬러 TV가 첫 도입되는 등 비약적인 기술과 경제 성장을 거친 서울은 흑백에서 점점 형형색색을 띄게 되었고, 세대 및 개인간 의식도 자유로워지는 과도기였다. 이러한 사회 환경에서 복합적인 영향을 받은 서용선은 강렬한 색채와 자유로운 붓터치를 통해 당대의 도시 풍경을 그리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2009년에 미대 교수직을 은퇴한 이후, 작가는 국내를 비롯해 해외도 자주 오가며, 세계에 대한 경험과 시야를 더욱 넓히고 있다. 작가는 각 도시들이 환경에 따른 차별성은 있지만,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공간이라는 보편성을 지닌다고 바라본다. 이에 그는 도시에서 사람들이 저마다 생존하는 방식을 관찰함으로써 그 도시의 정서를 그려낸다.
“전 도시 속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걸 보는 게 참 즐거워요. 특히 전 대도시 속 삶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요. 뉴욕 맨해튼의 경우는 세계 다른 도시들보다도 더욱 다양성이 두드러지는 곳이잖아요. 인간, 인종, 민족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일종의 호기심을 주는 곳인 것 같아요.” - 서용선, 인터뷰 “존재의 확인"(2024) 중
서용선은 본인에게 익숙한 환경인 작업실을 떠나, 종종 해외에서도 작업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모든 것이 낯선 환경에서 오히려 자신에게 오롯이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즐겁다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어디서 무엇을 잘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자신에게 알맞은 조건과 기회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최근, 그는 미국 뉴욕에서 3개월간 머물며 개인전 《New Works》를 위한 신작을 준비했다. 이번 뉴욕 여정에서 주로 작업했던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지하철 N Line을 비롯한 대중교통은 그가 도시를 관찰하는 핵심 중 하나다. 개인적인 일상부터 정치, 경제, 노동 등 도시의 모든 요소들이 밀접하게 엮어서 교통망으로 구축되는데, 작가는 이 대중교통을 각 도시를 움직이는 에너지 공원 역할인 ‘혈류’로 비유한다.
작가는 뉴욕 지하철을 출퇴근 시간부터 한적한 시간까지 여러 시간대에 걸쳐 관찰하면서 그린 신작 〈N Line 1-3〉(2023-2024)과 〈14번가 스트리트 지하철역〉(2020-2024)에서는 팬데믹 이후로 보편화된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웅크린 채 휴대폰을 바라보거나, 허공에 시선을 두고 기대어 서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지하철을 탄 순간, 규율화된 시스템에 따르면서 목적지까지 자신의 몸을 맡긴 채 획일화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작가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그 모습을 관찰하지만, 한편으로는 현대 도시 속에서 개개인의 의사는 숨겨지면서 집단화된 자세와 정서를 고발한다.
최근 들어 여러 도시를 옮겨다니면서 작업해오고 있는 서용선은 주어진 공간의 환경에 따라 표현 방식도 유기적으로 변화한다.
작가는 올해 초 뉴욕에서 공사장 인근에서 머물던 것을 회상하면서, 그 곳에서 자주 접한 색채를 당시 팔레트에서 즐겨 사용하게 되었고, 캔버스 화면 위에 그려내는 형태와 색채 또한 더욱 대담해졌다고 말한다. 특히 공사장에서 우연히 수집한 잘린 나무 합판 위에 그린 신작 〈자화상 1-2〉(2024)는 새로운 환경 덕택에 작가가 처음 시도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정형화된 캔버스에서 벗어난 〈자화상 1-2〉는 실제 여백 공간을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보는 이로 하여 여백과 그림 사이를 오갈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다. 파편화된 얼굴을 나름대로 연결해보려는 우리의 잠재적인 의식이 본능적으로 발현되면서, 저마다 상상 속에서 연결된 자화상을 그려내보는 시각적 즐거움을 경험해볼 수 있다.
서용선, 〈자화상 1〉, 2024. 잘려진 합판에 아크릴릭, 131 x 123 x 1.5 cm.(이미지=원앤제이 갤러리)
《New Works》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24. (이미지=원앤제이 갤러리)
《New Works》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24. (이미지=원앤제이 갤러리)
《New Works》 전시 전경, 원앤제이 갤러리, 2024.(이미지=원앤제이 갤러리)
서용선이 그려내는 도시 풍경과 자화상의 주체는 모두 인간이고, 인간을 탐구하는 것은 작가로 하여 예술 활동의 근원이자 끊임없는 질문인 ‘자기 존재의 확인’으로 귀결된다. 작가는 현대인들의 삶에 대해 “당장의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다른 이들의 생사 문제보다는 당장의 내 목적지에 도달하느냐, 오늘은 살아내느냐가 중요한 상황”을 어쩔 수 없이 겪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 생기는 무기력한 감정과 여러 생각들을 내 안에 쌓지 않고, 건강하게 흘려내보내는 방식으로 ‘예술’을 꼽는다.
그는 “매순간 수없는 생각을 흘려 보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예술이라고 말한다. 전시명 《New Works》과 같이, 서용선은 자신의 사유를 세상과 공유하는 매개로서 신작(New Works)을 끊임없이 창작해낸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기 자신과 관람객 모두에게 새로운 순간(New Moment)을 건네고, 나아가 매일 늘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오늘과 다르게 새로운 내일(New Day)을 생각할 수 있도록 환기해준다.
개인전 《New Works》에 대한 서용선 작가와의 인터뷰는 글과 영상으로 제공된다.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던 시기인 올해 2월 미국 뉴욕에서 김태이 큐레이터와 나눈 인터뷰 “존재의 확인”은 전시장에 비치 및 보도자료로 배포되며,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의 일상과 함께 최근 작업 태도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 인터뷰는 오는 5월 18일(예정)에 원앤제이 갤러리 SNS 및 유튜브를 통해 게재될 예정이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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