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그라프는 12월 11일부터 1월 4일까지 김진규, 송형노, 전다래, 조현수 4인전 <Touch>를 개최 한다. 이번 전시는 동시대의 다양한 감정과 감각 속에서 예술의 ‘Touch’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Touch’는 단순한 물리적인 접촉이 아니다. 예술에서 작가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종의 언어이 자, 감상자와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 남긴 흔적이다. 반복적이고 절제된 네 명 작가의 ‘Touch’ 흔적 들을 따라가며,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감각과 기억을 예술적 시선으로 되돌아보고자 한다.
‘Touch’는 존재와 존재가 만나는 경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이며, 서로를 인식하고 경험하는 과정이다. 붓질의 한 획, 반복적으로 남겨진 또다른 흔적은 누군가에게는 깊은 위안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질문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처럼 작품 속에 남겨진 흔적은 작가의 경험과 내면을 담아내며 우리의 기 억과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Touch’는 물리적 접촉을 넘어선 ‘와 닿음’으로 예술의 본질이자 우리의 존재 방식을 드러낸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고, 우리를 감각과 존재의 경계로 이끌어간다..
김진규 윤슬3 장지에 분채, 아크릴릭 37.9×45.5cm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김진규 작가는 일상의 사소한 대상을 통해 동서양의 감성과 조형언어를 융합하여 삶의 고귀한 순간을 표현한다. 작가는 예술이 과도하게 발전하는 현시대 속에서 인간의 무력감과 자기 소외를 극복하고, 인 간 본연의 의지를 회복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믿는다. 일상의 대상과 장면을 통해 과거와 미래를 잇 는 ‘매개적 아우라’를 고민하며, 집단사회에서 탈락한 오브제에 자신을 투영해 작업의 소재로 삼는다. 전통적 산수화의 정취와 서양미술적 관찰을 융합해, 동서양의 표현기법과 정서를 결합한 독특한 조형언 어를 탐구한다. 두터운 장지와 분채, 아크릴릭 미디엄을 활용해 다층적인 표현과 깊이감을 구현하며, 일상의 사소한 대상을 통해 온전한 정서를 담아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찰나의 순간에 담긴 삶의 고 귀함을 표현한다.
송형노, Olivia over the fence,wood panel,oil,acrylic,2024, 75X51cm.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송형노 작가는 꿈과 이상향을 주제로 초현실적이면서도 극사실적인 화풍을 구사한다. 그의 작품은 어릴 적 낙서에서 시작된 그림일기 같은 작업으로, 현실과 꿈을 은유적 화법이 돋보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 인형, 사물 등은 작가 자신과 가족을 상징하며, 그의 이상향인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담아낸 다. 특히 돼지는 꿈과 희망을 바라보는 존재로 묘사되며, 담벼락과 푸른 하늘의 대비를 통해 힘든 현실 을 넘어 꿈을 이루려는 작가의 의지를 담고있다. 작품 속 석벽은 현실의 어려움을 나타내고, 동물들은 꿈과 희망을 향한 현대인의 의지와 상상력을 표현한다. 작가의 작품은 동화 같은 분위기로 행복과 희 망을 전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한다.
전다래, Joyful Stroll, 60.6cm x 72.7cm, Mixed media on wooden panel,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전다래 작가는 음악에서 깊은 영감을 받아 색과 선을 통해 마음을 연주한다. 작가는 음악이 소리로 감 정을 표현하는 예술이라면, 회화는 색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예술이라 말하며, 색을 작품의 핵심 요소로 삼는다. 색에는 온도와 무게,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믿으며, 서로 대조되는 색들 이 캔버스 위에서 조화를 이루어 다채롭고 황홀한 색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작품 속에서는 흩날리는 선, 둥근 선, 낙서처럼 자유로운 제스처가 등장하며, 마치 지휘자가 악보를 완성하듯 화면 속 적절한 부분에 선을 긋고 긁는 방식으로 리듬과 균형을 만들어낸다. 작가의 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화면 속 공간의 조화와 균형을 찾는 과정이자, 시간을 초월한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이다. 이러한 선과 색의 결합은 작가의 내면적 리듬과 감정의 흔적을 보여주는 동시에 관람자가 다양한 감각과 공감을 경험하 게 한다.
조현수, Long-playing Record – WHITNEY HOUSTON, resin, 1(h)×40×47cm,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조현수 작가는 입체와 평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특한 방식으로 공간의 추상적 사유를 표현한다. 그는 전통적인 입체 작업 방식에서 벗어나, 평면을 입체화하는 기법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탐구한 다. 레진으로 여러 겹 선을 쌓는 ‘그려진 조각’을 제작한다. 액체화된 레진을 뿌리듯이 드로잉을 하며 진행되는 작업은 드로잉 선이 겹치면서, 평면에서 시작되어 점점 레이어가 쌓여가며 입체를 이루어 낸 다. 망 조직의 복잡한 구조물은 인간의 기억과 사물 간의 유기적 관계를 나타내며, 유한한 기억의 지속 성과 잊혀짐에 대한 애환을 담아낸다. 빛 바랜 오브제를 재조명하며 소중한 추억과 잊혀지는 것들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진다.
예술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다가와 묻는다. 예술이 건네는 ‘Touch’를 느끼며 우리는 예술에 더욱 가까 워진다. 하나의 작품일지라도 관람자에게 가서 닿을 때는 수 만 가지의 작품이 된다. 그것은 모두에게 다르게 다가간다.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결국, ‘Touch’는 예술의 본질을 대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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