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앤제이 갤러리는 그룹전 《After Hours》를 2024년 12월 19일부터 2025년 1월 25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하나, 김한솔, 현정윤 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이 작품 속에 담아낸 즉흥적인 감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전시 《After Hours》는 우리가 동시대 미술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작품을 창작할 때부터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기까지, 미술을 향유하는 전 과정에서 모든 주체가 경험할 수 있는 감각 중 하나인 ‘즉흥성’을 중심으로 이 질문을 살펴본다. 여기서 말하는 즉흥성은 한 개인이 제 마음대로 뽐내는 것이 아닌, 주어진 조건과 구조를 비롯해 나아가 사회 속에서 개인의 감각을 발휘해 변주하는 특성을 말한다. 이러한 즉흥성은 동시대에 끊임없이 반응하는 진동이자, 동시에 작가들의 창작 활동에 대한 동력이 된다. 작가 개개인의 과정 중심적인 접근 방식에서 비롯한 즉흥적인 제스처가 자연스럽게 두드러지면서, 웅장한 담론을 이야기한다거나 작품의 기념비성에서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김하나, 〈플랫 13〉, 2024. 캔버스에 오일 파스텔, 유채, 면 천 콜라주, 50 x 72.7 cm, © 작가, 원앤제이 갤러리
김한솔, 〈A Hole〉, 2020. 밀랍, 가죽 조각, 자수틀, 가구천갈이 폼, 33.5 x 67 cm. 이미지 제공: Studio Salt, © 작가, 원앤제이 갤러리
현정윤, 〈On the Move〉, 2024. 실리콘, 실리콘 안료, 아크릴, 알루미늄 이동식 대차, 119 x 51 x 31 cm, © 작가, 원앤제이 갤러리
전시 《After Hours》도 그와 유사한 태도로 전시를 기획했다. 관람객 또한 기존의 미술에서 익숙하게 경험해왔던 형식과 동시대성 속에서 작가들의 즉흥성을 포착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에서는 3명의 작가들이 각자만의 방식으로 즉흥성을 발휘한 지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각 매체의 기본 요소, 물성, 형식 등을 충분히 탐구한 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점이 되었을 때 자신의 감각을 반영한 변주를 꾀한다. 김하나는 안정적인 조건에서 벗어나 취약한 감각 속에서 회화를 그려낸다.
작가는 폴리에스터 담요와 같이 물감이 잘 스며들지 않고 연약한 재료를 회화의 지지체로 취하거나, 절제된 색 사용을 통해 미세한 감각을 조율하거나, 미완성처럼 보이는 듯 하얀 빈 화면을 구성하기도 한다. 김한솔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입는 옷을 통해서 사회·경제·역사적 변화 등에 따라 발견되는 여러 기호와 현상을 탐구하고 재구성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위장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카모플라주 패턴를 활용한 작업들을 선보이는데, 다양한 환경에 따라 각자의 형태, 색상, 문양을 비롯한 외형을 가변적으로 바꾸는 방법론이 적용된다. 현정윤은 끊임없이 우월과 열등으로 나뉘는 이분법적인 구조를 넘어서, 타자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주체가 되는 대안적인 존재 방식을 추구한다. 작가에게 전시장은 그가 지향하는 것을 내보이는 대안적인 공간이 되는데, 이 곳에 놓인 작업들은 관람객, 주변의 다른 작품들, 공간과 상호주체적으로 매개하고자 자기 몸을 꿈틀거리며 존재한다.
전시명 ‘After Hours’는 1940년대 미국 뉴욕에서 생겨난 재즈 사조 ‘비밥(Bebop)’이 시작된 ‘After Hours Session’에서 따왔다. 같은 방식으로 연주하는 것에 싫증난 당시 재즈 연주자들이 빅밴드 공연을 마친 후 After Hours Session에 모여서 자신들을 위한 연주를 펼쳤다. 당시 지배적인 재즈 사조인 스윙으로부터 벗어나, 격정적인 리듬과 즉흥적인 연주의 재즈를 즐기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멜로디와 이를 구성하는 코드 체계 간의 관계를 새롭게 연결하는 리-하모니제이션을 첫 시도했다. 비밥 이후로 연주자가 원곡에 자리잡은 코드의 구성음을 적절히 연결하면서 독창적인 개성을 불어넣는 음악으로 변화했다. 재즈의 발전 과정에서 주요하게 작동한 즉흥성의 특징을 동시대 미술에서도 생각해보고자 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을 엿보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작품과 소통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변화된 우리의 삶 속에서 예술이 어떤 위로와 영감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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