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임군홍을 아시나요? ‘화가 임군홍, Lim Gunhong The Painter’전 열어
예화랑 정전 70주년 기념전, 7월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두 달간 특별한 전시 개최
본문
예화랑에서는 정전 70주년을 기념하여 7월 27일부터 9월 26일까지 두 달간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 예화랑은 임군홍의 유족인 임덕진씨(임군홍의 둘째 아들)와 함께 ‘화가 임군홍_Lim Gunhong, The Painter:근대를 비추다’전을 기획하였다.
예화랑 김방은대표는 우리에게 묻는다.
‘화가 임군홍을 아시나요? 우리는 왜 모네, 앤디 워홀, 렘브란트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은 줄줄 외면서 임군홍이란 작가는 모르고 있을까요?’라고 말이다.
임군홍은 어떤 작가이며 어떠한 삶을 살았을까?
임군홍(1912-1979)
1912년 서울 종로 관수동 125번지에서 출생한 임군홍(본명 수룡)은 1927년(16세) 서울 주교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종로에 위치한 김연권 치과의원에 취직하였다. 1928년(17세) 경성양화연구소에 다니며 미술 수업을 받은 그는 1931년(20세)부터 녹향회, 조선미술전람회, 서화협회전람회 등 다수의 전람회에 입선하며 미술가로서 두각을 드러냈다. 그러다 1939년(28세) 엄도만과 함께 예림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디자이너로서도 활동하였다.
예림 스튜디오 명함
그는 이 시기에 중국 한커우로 이주하여 미술 광고사 등 상업미술사를 운영하며 산업미술가로서의 활동에도 박차를 가하였다. 1945년(34세)까지 한커우와 베이징을 오가며 중국에서 다수의 작품을 작업하였고 베이징에서 개인전도 개최하였다. 그는 광복과 함께 1946년(35세) 서울로 돌아와 인쇄소 및 광고 미술사를 개업했고, 화가와 함께 겸업하며 예술가로서 활동을 지속하였다. 그러던 1948년(37세) 운수부 홍보 달력에 탈북 무용가 최승희의 그림을 실었다 하여 투옥되며, 당시 미군정청 군정장관이었던 윌리엄 프리시 딘(William Frishe Dean)이 발행한 특별 사면서로 6개월의 옥고 후 사면 복권되었다.
윌리엄 프리시딘(William Frishe Dean)이 1948년 3월 31일자로 발행한 특별 사면장
<자화상>, 1948, oil on wood panel, 33x23.5cm.
<새장 속의 새>, 1948, oil on paper, 22.5x15.5cm.
두 작품 모두 옥고를 치르고 나온 뒤 그린 작품으로 <자화상>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와 허무, 쓸쓸함이 느껴진다. <새장 속의 새>는 자신의 처지를 새장에 갇힌 새로 비유하여 자유롭고 싶은 마음 표현하였다.
이후 1950년(39세) 한국전쟁 직후 임군홍은 서울 명륜동 자택에서 납치 후 행방불명 되었다. 그는 행방불명 무렵 자택에서 <가족>을 그리고 있었다. <가족>엔 아내와 태중의 셋째 딸, 큰딸, 그리고 둘째 아들 덕진이 있다. 작품 속 조선 청화백자, 손잡이가 달린 컵, 맥주잔, 항아리, 꽃신, 그리고 주칠을 한 탁자까지 모두 그가 평소 좋아하던 것들을 구성한 것이다. 그는 애정이 가득 담긴 <가족>을 미완성으로 남긴 채 가족과 생각하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임군홍은 1979년(68세)에 북에서 타계한다.
<가족>, 1950, oil on canvas, 96x126.5cm.
임군홍은 1930-40년대 전쟁과 첨예한 이념의 대립 속에서도 중국, 일본 등을 오가며 활발하게 본인만의 작품세계를 펼친 작가이다. 1950년 납북으로 우리의 역사 속에선 묻힌 작가이지만 한국 미술사에 있어 그의 예술은 꼭 알아야 할 가치가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된다면 일제강점기라는 억압된 시공간 속에서 한국과 중국을 자유롭게 오가며 독학으로 일군 자신만의 화풍을 과감하게 실현시킨 ‘화가 임군홍’의 예술세계를 이해하게 될 것이며, 시대를 뛰어넘은 담대함과 자유분방함, 장르를 넘나들며 캔버스에 펼쳐내는 대단한 힘에 압도될 것이다.
한 작가의, 그것도 근대 작가의 전시 출품 작품이 약 120점인 대규모 전시이다. 많은 미공개 작품과 더불어 국립현대미술관 기증 작품, 그리고 아카이브까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당시 전쟁과 피난으로 근대 작가의 작품이 이렇게 많이 남아 있기란 어려운 일이기에 여기에는 작가 작품을 지켜온 유족들의 눈물 서린 노력도 함께 한다. 빛의 섬세한 변화와 공기, 그리고 바람까지 느끼게 하는 세밀한 분위기를 화폭에 구현하는 임군홍의 초감각적인 예술혼까지 이번 전시를 꼭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이미 충분하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