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혁 개인전, 《探(탐)》
한지와 화선지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만들어 새로운 회화를 구축
본문
이유진갤러리는 오는 2023 년 6 월 15 일부터 7 월 14 일까지 한재혁의 개인전 《探(탐)》을 개최한다.
이유진갤러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한재혁의 전시에서는 동양적 재료인 한지와 화선지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만들어 새로운 회화를 구축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깊이 연구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探(탐)’ 이라는 전시 제목처럼 작가는 기존의 것을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과정으로부터 오는 낯선 이미지로써 사유하게 하며, 내면과의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의 계기를 유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tipping point>, <跡(적)>, <積(적)> 시리즈의 회화 작업 23 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한재혁,tipping point-117, 2023, Mixed media, 181.8x181.8cm
한재혁, 積(적)-5, 2023, Mixed media, 34.8x27.3cm
한재혁, 跡(적)-8, 2023, Mixed media, 53x45.5cm
한재혁, 跡(적)-5, 2023, Mixed media, 27.3x27.3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의 주체적인 삶, 자유로운 삶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라는 존재론적인 화두로부터 시작된 고민은 작가가 기존에 오래도록 수행해오던 서예에서는 표출하기에 어떠한 한계점이 있음을 판단하고, 재료적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통한 탐구로 지금의 작업에 이르게 된다. 하여 작가의 작업은 살아오면서 배우고 습득한 모든 것을 의심함과 동시에 無로 회귀하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을 가정으로 한다.
현재 작업은 종이를 종이로 만들어지기 전의 모습으로 회귀시켜 종이라는 존재가 갖는 보편적 기준으로부터 해방시킨다. 이 행위는 有에서 無로 되돌리고, 또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개념의 탄생이 가능함을 시사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기존에 존재해온 것을 無로 되돌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채 태동하는 無는 외부적 영향의 개입으로 전혀 다른 有로서 탄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이다. 작업에서 보여지는 종이 조각들은 보편적 기준에서 벗어난 또 다른 有다. 작가는 종이 조각들을 캔버스 화면에 채우며 그 위에 흑연을 칠하고 털어내거나 사포로 긁어내고, 때로는 색을 입히기도 한다. 작가의 실험 의지는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로 나타나지만 어떠한 의미도 강요하지 않는다. 화면을 가득 채우지만 그 끝은 역시 낯선 화면으로서의 無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고민과 노동을 담아낸 추상적 이미지는 관람자에게 어떠한 사유를 불러일으켜 사색의 시간으로 인도하며 내면과의 소통, 즉 有에 도달하기 위해 도움을 주는 길잡이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 부분을 중점으로 <tipping point> 시리즈를 통해 작가 본인의 생각을 발현해 보인다. 티핑 포인트는 사전적 의미로 작은 변화가 점차 쌓여 결국 큰 영향이나 변화로 귀결되는 시점을 설명한다. 작가의 작업에서의 주안점은 시행착오를 통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는 것이다. 즉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진 작은 변화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축적되어 전환점에 이르게 되고, 그로 인한 작가 자신만의 정체성 확립을 목표로 한다. 작업 과정에서 지속적인 끈기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지향하는 주체적인 삶 또한 빠르고 쉽게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노력과 헌신이 쌓여 이루어짐을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그런의미에서 작가의 작업은 장기적 관점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하고 개선되는 현재진행적인 태도를 지닌다.
작가는 성찰과 깨달음이라는 반복된 경험으로 이루어진 과정들이 결국 인간의 주체적인 삶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중간 어느 지점에서 타협하는 삶을 살고 있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 ‘나’라는 존재가 무엇이고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를 통해 얻은 온전한 나의 생각으로 이루어진 서사들이 결국 진실된 삶에 근접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한재혁 작가는 경기대학교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 전공 석사 재학 중이다. 오브제후드,
H 컨템포러리갤러리,OUDO 갤러리,아트스페이스엣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해치아트프로젝트(싱가포르), 디언타이틀드보이드, 그림손갤러리, 리서울갤러리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하였다. 이번 전시는 그의 6 번째 개인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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