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 개인전 《CALDER》 개최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한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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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칼더(1898-1976), 〈Guava〉, 1955.
Sheet metal, rod, wire, and paint, 180.98 x 372.11 x 118.11 cm
알렉산더 칼더(1898-1976), 〈Guava〉, 1955.
Sheet metal, rod, wire, and paint, 180.98 x 372.11 x 118.11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알렉산더 칼더(1898-1976), 〈London〉(maquette), 1962.
Sheet metal, wire, and paint, 88.9 x 114.3 x 25.4 cm (이미지 : 국제갤러리)
알렉산더 칼더(1898-1976), 〈Black Squids〉, 1963.
Gouache and ink on paper, 68.58 x 101.6 cm.(이미지 : 국제갤러리)
알렉산더 칼더(1898-1976), 〈The Signed Balloon〉, 1969.
Gouache and ink on paper, 109.86 x 74.61 cm.(이미지 : 국제갤러리)
알렉산더 칼더(1898-1976), 〈The Signed Balloon〉, 1969.
Gouache and ink on paper, 109.86 x 74.61 cm.(이미지 :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2023년 4월 4일부터 5월 28일까지 K2 1층과 K3에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개인전 《CALDER》를 개최한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예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칼더의 이번 전시는 대표적인 ‘모빌(mobile)’과 과슈 작업을 선별해 아우른다. 국제갤러리에서 2014년 전시 이후 9년 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이자 2004년의 첫 개인전 이후 마련된 네번째 전시인 만큼, 특히 이번에는 작가가 방대한 양의 작품을 제작하며 왕성하게 활동한 시기인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작품들을 조명한다.
칼더의 조각은 재료의 물성을 실험하고 추상적 형태를 그리며 작품이 놓인 공간을 활성화함으로써 해당 공간과 소통한다. 시적으로 가볍되 관념적으로는 묵직한 힘으로 근대적 이상으로서의 자유와 지성을 은유한다 평가받아온 그의 작업은 오늘날에도 전세계 관객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공중에 매달려 공기의 진동에 의해 움직이는 칼더의 작품에 (‘움직임’을 뜻하는 불어의 언어 유희로) ‘모빌’이라 이름 붙인 건 바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었다. 칼더는 뒤샹과 동시대에 활동하면서 당대 유럽의 모더니즘과 미국의 신생 아방가르드 흐름을 연결하는 주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후 미술사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으며,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매체를 탐구하는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게 되었다. 양차대전 사이 파리에서 광범위한 조형언어와 작업의 골조를 발전시킨 칼더는 전쟁 이후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예술가가 되었다. 특히 그 특유의 유희성과 조각적 엄밀함(sculptural rigor)의 조합은 즉흥적인 움직임이 녹아 든 칼더 작업의 명백한 특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전시는 칼더 작업에서 ‘제스처(gesture)’라는 요소가 어떤 방식으로 그 근간을 구축하는지, 곡선 내지는 끊어진 선 등의 가장 단순한 형태의 물리적 구현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임과 생동감에 대한 작가의 비전을 뒷받침하는지 조명하고자 한다. 이같은 양상은 균형을 유지하며 유유히 회전할 때 그 물리적 형태가 우아한 그림자로 공명하기도 하는 조각 작품은 물론, 잉크 및 과슈로 작업한 회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칼더는 본인 작업을 구성하는 모든 재료들에 마치 안무를 하는 듯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음(sound)과 움직임으로 회귀되는 이러한 작업의 성향은 지난 2007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최된 대규모 개인전 《Hypermobility》에서도 주요하게 조명된 바 있다. 칼더는 동작을 풍성한 감각적 경험의 영역으로 들여옴으로써 작품이 차지하는 공간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공기 자체를 활성화할 수 있었고, 이로써 작가가 가용할 수 있는 영역을 근본적으로 확장시켰다. 휘트니 미술관의 담당 큐레이터는 그의 전 작품에 걸쳐 드러나는 이러한 예술적 가능성에 대해 “특유의 움직임과 그것이 자극하는 감각적 반응에서 드러나는 내재적 수행성”이라 부연한 바 있다.
국제갤러리 3관에는 모빌의 독특한 생동력과 그로써 추동하는 공간적 역동성이 잘 드러나는 조각 전시가 준비된다. 〈Untitled〉(c. 1940), 〈Grand Piano, Red〉(1946) 등 금속판과 와이어 등으로 세밀하게 구성된 스탠딩 모빌(standing mobile) 작품은 칼더 조각의 수행성이 가장 부드럽게 작동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칼더의 조각을 수 놓는 와이어와 금속의 표현력은 2관에 전시되는 과슈 작업들과도 공명하며 조화를 이룬다. 그의 과슈 작품은 모빌 작업의 개념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예컨대 악보를 연상시키는 일련의 검정색 선을 품은 〈Untitled〉(1963)는 조각 작업을 할 때 작가를 스치는 발상들을 미술적으로 표현한 듯하다. 사운드에 대한 작가의 지대한 관심은 바람을 연상시키는 나선형과 물결치는 듯한 형태의 구현에서 보이는 묘사와도 연결되며, 모빌의 역동성은 춤이나 음악, 드로잉 등과 다시 연계된다. 압도적인 호(arc)를 그리는 〈White Ordinary〉(1976) 및 〈Untitled〉(1974) 등에서는 동력을 포착하고자 한 작가의 관심이 지질학과 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환기시킨다. 변화하는 공기의 흐름은 칼더의 작품 〈Guava〉(1955)의 긴밀한 협업자가 된다. 공기의 순환에 모빌 작품들이 반응하고, 이 반응이 움직임으로 증폭함에 따라 전시장 전체가 마법적으로 변모한다. 이러한 이끌림과 반발, 힘과 우아함 사이의 섬세한 줄타기는 1944년에 제작한 세 점의 브론즈 작품 〈The Flower〉, 〈Fawn〉, 〈Whip Snake〉에서 이미 완벽히 구현되었다.
비가시적 요소들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K2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K2에 설치된 과슈 작품들은 공간 구성에 대한 작가의 실험적 발상을 구현하는 조각 작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작품군인 동시에 더 나아가 무의식에 대한 고찰의 발현이기도 하다. 산업적 재료를 이용해 손으로 직접 형태를 매만지는 칼더의 조각 작업 방식은 무형의 동력과 원형의 형태를 탐구하며 인지하고 감정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그의 탁월함을 방증한다. 〈Yellow Flower, Red Blossoms〉(1974)와 〈Black Squids〉(1963)에서 발견되는 산, 물, 식물 등의 자연적 요소와 기하학적 상형문자의 형태들은 이 같은 산업적 재료와 본 재료가 띤 연약함 간의 긴장관계에 대한 고찰의 연장선상에서 비롯되어 회화적으로 완성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K2와 K3에 나뉘어 전시된 칼더의 작품들은 마치 보컬과 각 악기들이 서로 호응하며 상호작용하듯이, 선창과 후창이 이어지는 악구의 반복처럼 일종의 음악적 대화를 만들어낸다. 특히 과슈 작품들은 마치 반주(伴奏)로 기능하면서 전시장의 다양한 작업들을 마주하는 관객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조각과 총체적으로 어우러져 공상적이고도 시적인, 풍성한 시각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 소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조각가로 꼽히는 알렉산더 칼더는 1898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조각가의 손자이자 아들로 태어났다. 스티븐스 공과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뒤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던 그는 1923년 뉴욕 아트 스튜던츠 리그에 다시 입학하여 4년 간 회화를 전공하였다.
칼더는 철사를 구부리고 일그러뜨리는 방식으로 대상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새로운 조각법을 개발한다.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 후 그는 철사를 비롯하여 평범한 조각적 재료들을 사용한 퍼포먼스 작품 〈칼더의 서커스〉를 제작하여 당대 파리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1933년까지 주로 파리에 거주하던 칼더는 1930년 피에트 몬드리안의 스튜디오 방문을 계기로 구상에서 추상으로 변하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며, 곧 그의 유명한 키네틱 조각을 발명해 선보인다. 마르셸 뒤샹에 의해 '모빌(mobile)'이라 명명된 이 조각들은 초기에는 손이나 작은 전기 모터로 구동되었으나, 1934년부터 기류에 의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조각으로 발전한다. 부동적 조각을 일컫는 스테빌이라는 명칭은 이후 조각가 장 아르프에 의해 제안되었다. 1950년대 이후부터 칼더는 거대한 규모의 야외 설치작업에 몰두했으며, 이 조각들은 오늘날 세계 각지의 공공기관에 설치되어 있다.
금속과 움직임을 도입한 칼더의 움직이는 조각은 받침대 위의 ‘고정적 오브제로서의 조각’이라는 관습적 개념에서 탈피함으로써 후대 미술사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1933년 이후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하던 칼더는 1943년 뉴욕 현대미술관을 시작으로 1964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1976년 휘트니 미술관 등에서 회고전을 개최했다. 1952년 베니스비엔날레 최우수상과 1958년 피츠버그카네기국제전 1등상 등을 수상했으며,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만들어진 그의 작품 대부분은 커미션을 통한 야외 설치용 대형 공공 조각들이 주를 이루었다. 대표 조각으로는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의 〈.125〉(1957), 파리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본부의 〈Spirale〉(1958), 이탈리아 페루자도의 고대 도시 스폴레토에 설치된 〈Teodelapio〉(1962), 그리고 일리노이 시카고의 연방정부 사무소에 놓인 〈Flamingo〉(197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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