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다미술관 10주년 디자인 프로젝트 《영감의 자리 : The glory of being alone》
소다미술관 (야외 오픈갤러리), 2024.09.05.(목) - 2024.11.09.(토)
본문
소다미술관(관장 장동선)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야외 오픈갤러리에서 4팀의 젊은 디자이너와 함께한 프로젝트 전시 《영감의 자리 : The glory of being alone》를 선보인다.
제목 '영감의 자리'는 물리적인 고립이면서 동시에 자발적 고독을 통한 온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전시는 사회 변화로 이어진 개인주의를 지향하기보다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자아를 만나는 개인의 시간에 집중한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고독 속에서 인간이 진정한 창조적 존재로 거듭난다고 하였다. 그는 고독을 단순한 외로움이 아닌, 자신을 성찰하고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로 보았다. 이러한 니체의 사유처럼, 《영감의 자리 : The glory of being alone》는 고독의 시간을 제안하고, 그 속에서 창조적인 영감을 발견하는 자리를 제안하고자 한다.
소다미술관이 마련한 영감의 자리는 ‘의자’로부터 출발한다. 의자는 단순한 가구를 넘어, 인간의 삶과 연관된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앉는 사람의 신체적 편안함을 충족시키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아와 공간을 정의하는 상징적 사물이기도 하다. 전시는 이러한 의자의 상징성에 주목하였다. 앉는 순간 자신만의 고유한 공간을 형성하는 의자는 넓은 자연 속에 놓이게 되면서, 스스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적인 자리로 변모한다.
김영광,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김영광,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김영광의 <모체 2 (matrix 2)>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태아를 품은 모체의 자궁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금속공예에서 사용되는 정교한 망치질 기법과 달리, 즉흥적이고 거친 망치질로 알루미늄을 두드려 인체의 과장된 모습들을 형상화한다. 의자의 앉는 자리는 외부로 노출되지 않고 내부로 들어가며 단단하게 신체를 감싼다. 관객이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은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가장 안전한 순간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이러한 모습은 모든 인간이 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출발한다는 당연하면서도 낯선 사실을 인지시킨다. 의자는 관객에게 생명의 시작과 연결된 공간을 제공하며 그 안에서 안락함을 느끼게 한다.
신우철,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신우철,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한 나비처럼, 혹은 잡아당기면 풀릴 듯한 리본처럼 자연에 사뿐히 놓여있는 것 같은 신우철의 의자는 단단한 성질의 스테인리스 스틸을 구부려 제작한 의자다. 의자로서 강한 기능적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형적으로 유연하게 변형되어 재료와 형태의 반전을 이룬다. 측면에서 보는 <Heart Chair>는 이름 그대로 하트 실루엣을 띠고 있어 관객이 디자인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과감하게 휘어져 있는 의자의 곡선은 원재료의 무게감을 감추고, 앉았을 때 의자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대어진 몸에 최적화된 상태를 유지한다. 관객은 유기적인 곡선 위에서 자연스럽게 몸의 힘을 빼고 긴장을 덜게 된다.
이예찬,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이예찬,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단단한 암석 의자를 암시하게 만드는 이예찬의 <Immersion Series Chair>는, 자연 속에서 마모되고 침식되는 과정을 거친 돌이 아닌, 작가의 손길을 거쳐 오랜 시간 다듬어진 나무로 완성된 목재 의자다. 이 의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러한 물성의 전환과 역설은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담고 있다. 산화와 탈색을 거쳐 만들어진 색상과 매끄러운 마감 표현은 나무에서 돌이 되는 지난한 과정을 보여준다. 단순히 자연의 흔적을 재현한 인공의 의자를 제안하기보다 그 안에 깃든 섬세한 손길과 시간의 흔적을 전달하며, 관객에게 뜻밖의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최동욱,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최동욱, 영감의 자리, 2024. ⓒ 김동규, 소다미술관
최동욱의 <Tooth Chair>는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영감을 얻으며 탄생한 작품이다. 작가는 채팅창에서 본 어금니 모양의 이모티콘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실제 의자로 구현했다. 어금니는 다른 치아보다 크고 평평하며, 음식을 분쇄하기 위해 윗면의 가장자리에 볼록한 형태의 ‘교두’라는 부분이 돌출되어 있다. 또한 앞니나 송곳니와는 달리 두 개 또는 세 개의 뿌리를 가지고 있어 강한 힘을 견딜 수 있다. 작가는 이러한 어금니의 특성을 의자의 단단한 구조와 연결시켜 의자의 디자인을 완성시켰다. 의자는 적절한 비례와 부드러운 곡선을 갖추고 있으며,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각 요소를 견고하게 재조합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이 탄생하게 되었다. 의자는 알루미늄의 거친 질감과는 대조적으로 편안한 착석감을 제공하여 관객에게 특별한 개인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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