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히읗은 2026년 5월 14일부터 6월 13일까지 원민영의 첫 번째 개인전 《타르타르(Tartare)》를 개최한다.
원민영의 작업은 여러 개의 엔딩을 준비하면서도, 그중 어느 하나도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열려 있다. 일견 가볍고 우스워 보이는 장면들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편한 장면을 담고 있는데,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쉽게 설명할 수 없게 만든다. 작가는 이 모호함을 해소하기보다, 그 상태를 지속시키는 쪽을 택한다.
원민영 개인전 《타르타르(Tartare)》전시전경 © 작가, 상히읗
원민영 개인전 《타르타르(Tartare)》전시전경 © 작가, 상히읗
원민영 개인전 《타르타르(Tartare)》전시전경 © 작가, 상히읗
작가가 말하는 ‘거역하기 어려운 힘 앞 기이한 명랑성’은 《타르타르》의 기저를 이루는 감각이 된다. 화면 속 장면들은 웃음과 불편함, 잔혹함과 다정함 사이를 오가며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분노가 기본값처럼 퍼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감정은 특정한 결론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묘하게 가벼운 리듬을 띤다. 이러한 상반된 감각들이 동시에 작동하는 가운데, 장면들은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되지 않고 멈출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세계가 더 이상 어떤 결말을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종말은 도래할 사건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이거나 전제된 조건에 가깝다.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다는 감각은 분명히 느껴지지만, 그것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혹은 어디로 향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장면들—먹고, 먹히고, 붙잡고, 소모되는 행위들—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반복은 의미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지속되는 일종의 원초적인 움직임에 가깝다.
원민영의 회화는 이러한 흐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들로 구성된다. 스파게티를 먹는 인물, 서로를 잡아먹는 사마귀, 서로에게 매달린 원숭이들, 천 마리의 죽은 벌, 그리고 이빨 빼는 염소. 이들은 각각 독립적인 이미지로 존재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놓여 서로를 간섭하고 맞물리며 어긋난 연결 속에서 계속 재배열된다. 이 사이에서 돌봄과 폭력, 유희와 불쾌함 같은 감각들이 교차한다. 어떤 장면은 우스꽝스럽다가도 곧 불편해지고, 잔혹한 장면은 동시에 이상하게 다정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는 원민영이 작업에서 취하는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하나의 장면을 완성하기보다 각 선택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유예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미지와 감각의 충돌은 특정한 의미로 정리되기보다, 계속 이동하며 화면 위에 머문다.
이번 전시에서 이러한 세계는 회화뿐 아니라 공간을 통해서도 확장된다. 전시장 벽의 하단에는 수백 개의 따개비 형태의 부조가 부착되어 있다. 이들은 일정한 형태를 반복하면서도, 마치 표면이 부식되거나 증식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다 속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침식되거나 덧붙여지는 장면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이미 무너진 구조 위에 또 다른 층이 쌓이고 있는 상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서로가 서로를 소모하고, 자연스럽게 부식되지만 또 다른 생명이 태어나고, 또 다른 질서가 그 위를 덮어버리는 메커니즘—를 연상시킨다. 이 낮은 위치에서 이어지는 밀도 높은 형태들은 전시 공간 전체의 기저를 이루며, 이미지들이 놓이는 환경 자체를 하나의 조건으로 만든다.
제목 ‘타르타르’는 날 것의 상태를 연상시키는 음식의 이름이자, 특정한 의미를 지시하기보다 단어의 리듬과 소리에서 출발한 명명이다. 원민영은 오래 공들여 그린다. 완성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정성을 쏟았을 때에도, 충분히 잘 만들어졌다고 느껴지는 순간에도, 언제든 다시 흔들릴 수 있는 가능성을 작업 안에 남겨둔다. 이미 끝났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반복되는 장면들, 《타르타르》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 장면들이 쌓여 이루어진 세계이다.
원민영(b. 2000)은 2026년 상히읗(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상히읗(서울, 2025), KOMPLEX(서울, 2025), 더소소(서울, 2024), YK Presents(서울, 2024), 우석갤러리(서울, 2024)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2024)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서양화과 석사과정(2026)을 마쳤으며,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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