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운(Zaun) 개인전 《___ thin section》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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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LVS(신사동)에서 이자운(Zaun)의 8년만의 국내 개인전 『___ thin section』 을 2주간 선보인다. 이자운 작가는 전시명 ‘thin section’에 대해 ‘*박편, 얇은 단면 : 암석이나 광물에 빛을 투과시켜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약 0.03mm 두께로 자른 얇은 조각’ 라는 각주를 달아 설명한다. 이 것은 지질학자가 대상을 깊이 연구하기위해 가장 작은 조각인 박편을 준비하여 탐구를 시작하는 것처럼, 여러 개의 지층으로 쌓인 삶의 연대에서 인식되는 하나의 풍경의 가장 작은 조각을 관찰하며 시작되는 작업 방식을 의미한다.
이자운(Zaun) , thin section 802, 97.79 cm x 35.94 cm , 2024.ⓒ 이자운, Gallery LVS
NYC makers and printmakers (Eight Lego Blocks and Two Holes), 2023
. ⓒ 이자운, Gallery LVSthin section: -90 to +90 degree arc>(2024). ⓒ 이자운, Gallery LVS
다양한 재료가 ‘thin section’ 시리즈를 이룬다. 동판에 다양한 형태의 블록을 조각하고 여러 수채물감 색으로 찍는다. 모눈종이 위에 실크를 덧댄 순지를 올려 정교하게 블록 모양을 겹치듯 콜라주한다. 제각기 다른 색의 블록들은 순지 위에 교차되고 겹쳐진다. 모눈종이를 기준으로 붙여지는 블록들은 오차 없이 정교하지만 콜라주를 이루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듯 분산된다. 어떤 블록과 블록 사이는 컷아웃으로 텅 빈 공간을 연출했다.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을 형상화 하듯 종이 뒤의 빈 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떤 블록들은 실크 자수를 꿰매어 격자 종이를 유연하게 지나며 물성을 가진 저마다의 실로 존재한다.
모눈종이에 그려진 블록들은 관람자 눈에 보이는 작은 크기로 콜라주 되어있지만,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현미경으로 보는 것 같다. 세포만큼 작은 물질 하나 하나를 면밀히 관찰하며 분석하고자 정교하게 만들어진 창작자만의 설계도와 같이, 눈에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과 아는 것에 대한 인식의 간극을 그린다. 공간에 지배당하는 시간, 시간에 지배당하는 공간에 대한 탐구를 이 작은 조각 하나를 찍어내며 이어 붙이는 행위를 통해 조형언어의 세계를 구축한다. 한 조각 씩 떨어져 사이를 유지하는 블록들은 사회관계를 확대해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슷하지만 저마다 다른 모양, 겹쳐진 블록들과 사이가 텅 빈 블록들, 한 땀 한 땀 수 놓인 블록을 가로지르는 실이 닿는 곳은 블록이 아닌 종이의 끝이다. 마치 멀리서 보면 하나의 대중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여지없이 홀연히 자리 자리를 지키는 한 사람인 것처럼, 블록의 존재방식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thin section’ 은 경직과 유연을 넘나드는 가장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작은 파편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진 하나의 공간과 성질을 이루는 각각의 다른 모양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작업의 끝없는 연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