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매리, 송수민 2 인전 《혀끝에서 맴도는》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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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리, 송수민이 함께 한 전시 《혀끝에서 맴도는(On the Tip of my Tongue-)》이 5월 22 일부터 북촌의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린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혀끝에 서 맴도는 이름」을 차용한 전시 제목은 이미지 언어의 경계를 탐구하는 두 작가의 스타일을 반영한 것이다.
김매리, Folds, pink on green, 2020. acrylic on polypropylene, 33 x 40 x 3 cm.(사진=갤러리 지우헌)
김매리는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뉴욕으로 건너가 10여 년간 회화와 건축을 배우고, 현재는 독일에서 16년째 거주하며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오랜 경력에 비해 한국에서는 아직 이름이 낯설지만 2018년부터 국내 갤러리 ‘수애뇨339’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활동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그는 건축 구조물에서 언어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숫자와 규칙이 잘 맞아야 건축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에서 발상한 작업은, 식물의 가지가 뻗어 나가는 것 처럼 무규칙적 경우의 수로 기하학적인 구조물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색을 입힌 구조물은 보는 방향에 따라 사람의 형상이나 꽃, 의자, 종이접기 같은 형태로 보이는데 입체 같기도, 평면 같기도 한 착시효과를 낸다. 김매리는 이를 ‘오드라덱 구조물’이라고 이름 붙였다. 오드라덱은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가장의 근심」에 나오는 괴생명체로 작가상상의 구조물이다. 무언가로 규정되지 않고 상대에 따라 변하는 애매모호한 상태가 오히려 신선하다는 김매리의 관점을 대변하는 말이다.
송수민은 활동 초기부터 실력을 인정받아 서울문화재단(2021), OCI 미술관(2020),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7) 등에서 수상했고, 올해 금호미술관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되어 이번 달 5일까지 개인전을 가졌다.
그는 일상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토대로 자연 풍경을 그려내, 익히 알고 있는 대상의 실체와 모호함을 동시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화려한 꽃망울로 캔버스를 수놓은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꽃이 튀거나 화산 폭발의 연기 이미지와 캔버스 겉면을 거칠게 갈아 낸 스크래치 등의 반전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는 일상에서 늘 보던 편안한 풍경이 순간 모호한 풍경으로 바뀌는 아이러니를 선사한다.
송수민,〈불.꽃.(Fire Flower.) 〉, 2024. acrylic on canvas, 100x100cm. (사진=갤러리 지우헌)
최근 육아를 시작한 송수민은 기존 작업에 아이와 함께 본 화단 풍경과 아이가 그린 낙서를 접목한 신작의 일부를 선보인다. 이전보다 대상에 가깝게 접근한 시각이 특징이다
두 작가는 그간 전시장에서 만나보지 못한 서로의 작업 언어에 많은 기대를 품고 전시를 준비했다고 한다. 일부 작품은 가까이 배치해 마치 한 작품으로 보이게 설치한 것도 이들의 감정을 반영한다. 이로써 더욱 모호해진 작품세계를 살피며 전시를 해석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현대백화점 VIP 매거진인 ‘스타일H’의 후원으로 전시장 입구에 두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한 아트워크를 설치해 관람객의 입장을 흥미롭게 만들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