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마초(David Macho) 개인전 《말을 죽일 수도 있는 엄청난 속도, 혹은 냉장고에서 잠을 자기 위해 재봐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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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 갤러리는 5월 3일부터 5월 25일까지 스페인 작가 다비드 마초(David Macho, b.1994)의 개인전 《말을 죽일 수도 있는 엄청난 속도, 혹은 냉장고에서 잠을 자기 위해 재봐야 할 것》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마초의 개인전이다.
I Could Have an Office All to Myself, 2024. oil on canvas, 35x27cm.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It Could be Art, but It's An Afterparty. Andy Warhol I Love you, 2023. oil on paper, 28.5x28.5cm.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Wait, For That, I Should Have 456 Untitled Works Before, Right, 2024. oil on paper, 7.5x11cm.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You can't buy these works but this painting, 2024. oil on paper, 25x25cm. (사진=아트사이드 갤러리)
마초의 작업은 작은 화면을 빼곡하게 채운 작은 인물과 사건들로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너무나 많은 인물이 무언가를 깨부수는 파괴적인 행위, 미끄러지고 부딪치는 등의 커다란 에너지가 느껴지는 액션을 취하고 있어 작품이 무척이나 소란스럽다. 심지어 인간 이외에도 디즈니, 포켓몬스터 등 9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마구 뒤섞어 등장하는 모티프들로 인해 이미 화면은 혼돈이 지배한다.
남김없이 가득 채우는 혼돈
이처럼 때때로 잔인하고 혼란스러운 장면들을 통해 가볍지 않은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마초 작품의 특징이다. 빼곡하게 묘사된 인물과 사건들을 5호 미만의 한정된 지면에 여러 이야기를 풀어 둔 중세 삽화본을 떠오르게도 하고, 16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가 남긴 <쾌락의 정원 Garden of Earthly Delights> 제단화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마초는 작품 속 공간이 무언가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지만 모든 것이 있는 10대의 방처럼 혼돈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전하며 ‘일어날 수 있는 픽션’으로 가득 차 있다고 전한다.
빼곡한 붓질로 전달하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의식
작가의 작품은 개인사에서부터 미술사, 나아가 동시대 사회문화적 이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와 같은 주제의 선택은 작가가 처음 예술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맞물려 있다. 초기에 마초는 스페인이 제공하는 제도권 내에서 지원을 받으며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 제도권에 속하면서 그는 불합리함을 체감하고, 중심 지역에서만 활동해야 작가로 인정받는 스페인의 문화적 상황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작가는 그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도권과의 분리를 선언하고 작업을 시작했다. 이때 그는 작품의 주제를 ‘관료 조직의 가소성(Bureaucratic Plasticity)’이라 명명했다. 가소성이란 힘이나 열과 같은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그 형상이 변화하는 ‘유연한 변형’을 뜻한다. 요컨대 마초의 작품은 외부의 압력(관료 조직)으로 인해 극단적으로 변화해 버린 사회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번 개인전은 문화권과 상관없이 직관적인 마초의 시각 언어를 통해 삶과 열정, 두려움과 집착, 기억, 도피 등의 개인사와 사회 문화적 이슈가 얽혀 복합적인 ‘광기’로 점철된 그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느껴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