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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 신화의 속살같은’ 한승원·정해영 시화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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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 그윽한 봄날, 광주 무등갤러리에서 5월 24일(금)부터 29일(수)까지 한국 문단의 거목 해산 한승원 선생과 한국화의 조용한 혁명가로 불리는 정해영 화백의 시와 그림이 어우러진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디자인숲이 주최하는 ‘고요, 신화의 속살같은’ 시화전이 그 무대다. 


 

영상=디자인숲



시화전을 주최하는 디자인숲 곽경화 대표는 이번 시화전을 ‘별빛 앙금을 쫓는 해산표류기’라고 표현한다. 곽 대표는 “한승원 선생의 시 ‘빈센트 반 고흐에게’에 ‘별빛 앙금’이란 표현이 있는데,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 꼭 가슴에 어떤 멍울이 맺히는 듯 하면서 기분이 좋아져요. 그 느낌 때문에 선생님의 글을 읽죠. 우린 이것을 ‘해산표류기’라고 해요. 해산은 선생님의 호인데, 선생님의 문학에 머물며 즐긴다는 뜻이에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 준비했으니, ‘해산표류기’죠”라고 설명했다.

곽 대표가 시화전을 개최한 이유도 오롯이 해산 한승원 선생의 글이 좋아서다. 자신이 느꼈던 ‘별빛 앙금’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곽 대표는 한승원 선생의 열렬한 팬이다. 선생의 책을 필사하는 것이 취미다. 필사하면 읽는 것보다 더 깊이 가슴으로 스며드는 까닭이다. 2022년부터는 한승원 선생에게 청을 해 유튜브 강좌 ‘한승원 글쓰기 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해산 표류자, 정해영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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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 한승원 선생(앞쪽)과 정해영 화백 


곽 대표는 시화전 개최가 가능했던 것은 오롯이 정해영 화백의 공이라 말한다. 2023년 초 식사 자리에서 한승원 선생의 글을 좋아했던 정해영 화백이 곽 대표에게 한승원 선생에 대한 안부를 물었고, 화두는 어느 순간 시화전으로 옮겨갔다. 초점은 마음에 맞는 화가들, 즉 한승원 선생을 좋아하는 화가들을 모으는 일이었다. 시화전을 위해선 최소 50점 이상의 작품이 필요했고, 이는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정 화백이 자신의 작업실로 곽 대표를 초대한 것은 그로부터 한 달여 후였다. 작업실에 들어선 곽 대표는 그곳에 걸려 있는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승원 선생의 초상화였고, 먼지가 내려앉아 있는 것으로 미뤄 꽤 오래전에 그린 것이었다.

사연은 이러했다. 2022년 한승원 문학학교에 머물며 ‘장흥청년문학제 및 장흥문학길 걷기대회’를 준비하던 곽 대표는 선생의 팬이었던 정 화백에게 선생님의 초상화를 부탁했다. 그때 정 화백은 두 점을 그렸는데 한 점은 곽 대표를 통해 한승원 선생에게 드리고, 나머지 한 점을 자신의 작업실에 걸어뒀던 것이다.

정 화백은 그곳에서 다른 한 점의 그림을 곽 대표에게 보여줬다. 한승원 선생의 시 ‘홍매화’를 그린 것이었다. 정 화백은 그때 “나 혼자 준비해도 될까?”라며 곽 대표에게 뜻밖의 제안을 건냈다.

혼자 한다면 오롯이 1년을 쏟아부어야 하니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정 화백도 곽 대표처럼 한승원 선생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고, 그렇게 해산에 표류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해영 화백의 해산해찰록 海山解察錄

한승원 선생이 ‘희망을 잃지 않는 강인하고 끈질긴 생명력’을 소설과 시로 썼다면 정 화백은 이러한 화두를 강렬한 푸른 빛 색채를 배경으로 강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홍매화, 새로운 출발과 희망 등을 상징하는 종이비행기를 그린 작가다.

자신만의 고유한 길을 개척해온 것도 그렇다. 한승원 선생의 소설 9할은 ‘생명력 가득한 바다’가 시원이다. 독창적인 묘사로 가득하다. 한국화의 고요한 혁명가로 불리는 정 화백도 그렇다. 시리도록 푸른 빛 색채, 아크릴 물감 등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지금에 이르렀다. 다만 수묵화의 매력이 가득 머금은 담백함과 이질감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화풍 때문에 실험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이렇듯 닮은 두 사람이 함께 시화전 준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정 화백이 몇 점을 완성한 다음 한승원 선생을 찾아갔다. 흡족했던 한승원 선생은 자신의 좋은 시들과 미발표작 시들을 정 화백에게 건넸다. 그리고 어느 시점부터 자신의 필체로 직접 시를 써 줬다. 그렇게 광주와 장흥을 오가며 1년의 시간은 금세 흘러갔다.

1년간 해산에 표류하면서 느낀 깨달음을 묵향으로 노래한 정 화백은 그렇게 탄생한 작품들을 ‘해산해찰록’이라 부른다. 해찰(解察)이란 ‘세세히 살펴 깨닫다’라는 뜻으로, 해산해찰록은 해산에 표류하며 느낀 점을 그림으로 옮겼다는 의미다. 그렇게 70점의 작품이 완성됐다.

문학 힐링 장르 개척할 것

디자인 숲 곽 대표는 ‘전남 문예르네상스’, ‘남도 문학을 걷다’, ‘장흥청년문학제 및 문학길 걷기대회’, ‘장흥문학제’ 등 문학 관련 사업을 수행하며, 문학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다고 한다.

이번 시화전이 자체 예산으로 마련한 유튜브 문학강좌 ‘한승원 글쓰기 교실’에 이어 두 번째 프로젝트다. 곽 대표는 “문학의 시대는 저물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앞으로 문학 힐링이라는 장르를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24일(금) 오후 5시에 열리는 ‘고요, 신화의 속살같은’ 시화전 오픈식에는 한승원 선생과 함께 유명 작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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