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그라프는 2025년 4월 9일부터 5월 10일까지 김지희, 도병규, 손진형, 송효원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 《Song of the Siren》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신화 속 존재인 세이렌 (Siren)의 노래처럼 관람객을 낯설고 매혹적인 감각의 흐름 속으로 초대하며, 익숙한 현실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각과 인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고대 신화에서 세이렌의 노래는 인간을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상징으로 등장하지만, 그 이면 에는 무의식과 직관을 자극하고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숨어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유혹과 탐험 사이의 모호한 경계에서 탄생하는 예술의 본질에 주목한다. 현실과 환상, 이 성과 본능, 질서와 혼돈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지점에서, 네 명의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감각의 깊이를 확장시키며 관람객을 새로운 인식의 흐름 속으로 이끈다.
참여 작가들은 회화, 설치, 조형 언어를 통해 지금-여기의 현실을 해체하거나 확장하고, 우리 내면에 잠재된 감각과 기억을 환기한다.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서 관람자의 인 식에 균열을 만들고, 당연하게 여겨온 세계에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은 그 틈 사이에 서 자신도 모르게 낯선 감각과 마주하게 되며, 마치 세이렌의 노래를 들은 항해자처럼 자신만 의 길을 모색하게 된다.

김지희 Unknown Land Acrylic on canvas 80.3x116.8cm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김지희는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공간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여는 작업 을 지속해왔다. 아크릴화, 터프팅 아트, 모듈 설치 등을 통해 가상의 풍경과 공간을 재구성하 며, 불확실성과 감정의 지층을 시각화한다. 그녀의 작품은 “좌표는 있으나 실존하지 않는” 공 간들을 마치 꿈처럼 제시함으로써 관람자로 하여금 익숙한 현실의 뒤편을 상상하게 만든다.

도병규 Twins 100x100cm acrylic urethane on AL panel 2013, © 작가, 갤러리 그라프
도병규는 극사실 회화를 기반으로 인형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인간 내면의 무의식적 감정과 페 티시(fetish)의 층위를 드러낸다. 그의 대표작 시리즈 'Fetishrama'는 유년기의 기억, 억압된 욕망, 분열된 자아의 시각화를 통해 관람자에게 내면 깊은 곳의 감정을 환기시키며, 인형이라 는 고전적 소재를 새로운 상징적 자아로 재해석한다. 그는 서울, 뉴욕, 아부다비 등지에서 개 인전을 열었으며, 서울디자인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손진형 Soaring Hope Mixed media on canvas 60.6 x 72.7cm 2025,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손진형은 동양 신화의 상상적 존재인 기린과 말의 형상을 통해 생명력과 희망의 에너지를 탐 색한다.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의 'Élan Vital(생명의 비약)' 개념을 바탕으로 한 작업 은 드리핑 기법과 추상적 형상 속에 응축되어 있으며,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존재의 동적 흐 름과 생명성을 전달한다. 최근 개인전 『Hymne A Élan Vital』(갤러리 애프터눈, 2024)과
『Gala of élan vital』(갤러리위, 2024)을 통해 강렬한 색채와 유기적 형상이 어우러진 독창적 조형언어를 선보였다.

송효원 나비 Oil on canvas 50.0x72.7cm 2024, © 작가, 갤러리 그라프
송효원은 현대인의 자기 미화와 변화에 대한 욕망을 시각화하는 작업을 이어간다. 그녀는 사 회적 시선과 타인의 인식 속에서 끊임없이 변형되는 자아의 모습을 유기적 형태와 다채로운 색면으로 풀어낸다. 특히 시선이라는 개념을 중심에 둔 작업은 외부로부터의 인정과 내면의 결핍 사이에서 발생하는 양가적인 욕망을 그려내며, 관람자로 하여금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자아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Song of the Siren》은 초현실주의가 말한 ‘이성의 통제를 배제한 자유로운 사고’의 영역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감각과 직관, 환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예술의 가능성을 사유 하게 한다.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오늘날 개인과 사회, 실재와 상징 사이에서 흔들리는 존재로서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관람객은 마치 세이렌의 노래를 듣는 항해자처럼, 낯 선 감각의 파도 속에서 길을 잃고 다시 찾아가는 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포스터 © 작가, 갤러리 그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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