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 개인전 《양혜규: 평평한 작업》 개최
미국 시카고 아트클럽, The Arts Club of Chicago, 2024년 9월 18일(수) – 12월 20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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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시카고 아트클럽(The Arts Club of Chicago)(이하 ACC)에서 지난 30여 년간 천착해온 평면 작업을 조망하는 현대미술가 양혜규 개인전 《양혜규: 평평한 작업Haegue Yang: Flat Works》을 북미에서 최초로 선보인다. 엄선된 주요 평면 작업들을 대거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품세계 전반에 걸친 철학과 평면 작업 간의 맥락을 짚으며, 양혜규의 평면 작업에 대한 학구적인 관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시린 갈기 직조 넋눈 – 황홀망恍惚網 #236, Icy Mane Woven Soul Eyes – Mesmerizing Mesh #236〉, 2024.
Hanji, washi, origami paper on alu-dibond, framed, 62 x 62 cm. © 작가, 국제갤러리
〈첨벙첨벙 화산재 응시 – 황홀망恍惚網 #140, Splashing Volcano Ash Gaze – Mesmerizing Mesh #140〉 2022.
Hanji on alu-dibond, framed, 62 x 62 cm. © 작가, 국제갤러리
〈산산 덥수룩Hairy Shatters〉 , 2023.
Chipboard, wood varnish, wig, chains, dust, insect, hair, 35 x 25 x 2 cm. © 작가, 국제갤러리
〈비非–접기 – 기하학적 넘어뜨리기#15 Non-Folding – Geometric Tipping #15〉. 2013.
Spray paint on paper, 142.6 x 102.6 cm © 작가, 국제갤러리
유구한 역사를 가진 ACC는 1916년에 설립된 이래 세계 미술 동향을 선보이는 미국의 주요 전시를 개최하며 전세계 중견 및 신진 작가와 공연 예술가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예술가와 후원자를 대상으로 멤버십을 제공하고 대중들과 전시의 형태로 소통하는 등 ACC는 지난 한 세기 이상 “보다 높은 수준의 예술 감성을 고취하고 예술 애호가와 예술부문 종사자들간의 상호 교류를 활성화하는” 설립 취지를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양혜규: 평평한 작업》은 총 7종의 연작에서 엄선한 5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건축 자재상 콜라주Hardware Store Collages〉, 〈래커 회화Lacquer Paintings〉, 〈비非–접기Non-Foldings〉, 〈신용양호자들Trustworthies〉, 〈벽지Wallpapers〉, 〈향신료 판화Spice Prints〉 및 〈야채 판화Vegetable Prints〉 그리고 전세계 무속 전통에 사용되는 종이 무구(巫具)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한 종이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Mesmerizing Mesh〉 등 주요 평면 작업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그동안 평면 연작들이 작가의 주요 전시에서 블라인드 설치와 금속 방울을 활용한 〈소리 나는 조각Sonic Sculptures〉 등의 설치물과 함께 부수적으로 보여진 경우는 많았지만, 이렇게 평면 작업만을 독자적으로 집중 조명하는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양혜규: 평평한 작업》은 그동안 2차원의 평면 작업들이 일구어낸 다채로운 영향을 면밀히 고찰하고, 이를 통해 작가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동시대 미술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양혜규는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로 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가는 꾸준히 평면적 매체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왔으며, 이는 작가 작업세계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독자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입체적인 세계를 평면의 이미지로 ‘압축’하는 작가만의 ‘평면성’은 접혀지고 축약되었으나 다시 펼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내부에 상당한 유무형의 공간을 품고 있다. 평면성과 입체성을 아우르는 고유한 인식은 전시에 등장하는 다양한 연작들의 근간이 된다. 평면성에 대한 탐구의 미학은 미니멀하고 소박한 것에서부터 화려하고 흡입력 있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결로 펼쳐진다.
〈신용양호자 터번 #165Trustworthy Turban #165〉, 2012.
Various security envelopes and graph paper on cardboard, framed, 102.2 x 72.2 cm. © 작가, 국제갤러리
《양혜규: 평평한 작업》은 지금까지 꾸준히 이루어진 평면성에 대한 탐구의 결과를 기념함과 동시에 그 과정을 증명한다. 이번 전시에 연작으로 언급된 7종의 작업군 중에는 이제는 작가가 더이상 생산하지 않거나 반대로 여전히 활발히 진행 중인 작업군도 있으며, 마지막 8번째 장은 평면성을 지향하되 매체나 방법론으로는 묶일 수 없는 작품들을 다룸으로써 평면성의 개념을 보다 깊이 재고하게 한다. 즉 이번 전시는 최근작을 통해 현재진행형인 양혜규의 ‘평면’ 프로젝트의 현주소를 담고 있다.
지난 2022년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당시 팔라초 볼라니Palazzo Bollani에서 열렸던 병행전시 《플래닛 B: 기후 변화 그리고 새로운 숭고Planet B: Climate Change and the New Sublime》에서 작가는 ‘벽지’ 작업 〈주문呪文 – 휘감기, 인고 그리고 멸종Incantation - Entwinement, Endurance and Extinction〉(2022)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 작품은 이번에 ACC의 계단실로 들어가는 유리로 된 입구 전면에 설치되어 있다. 특히 해당 벽지 작품은 지난 1995년 철거된 후 1997년 ACC 재개관 때 복원된 전설적 건축가인 미스 반 데어 로에Mies van der Rohe의 부유하는 계단과 중첩되어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당시 ACC는 문제의 계단을 지상층의 전시장과 2층의 도서관 및 강연실 사이를 잇는 새 건물의 중심축으로 상정하는 등 이 건축적 유산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공간을 설계했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관객이 마주하게 되는 목재 구조물 또한 시카고의 세계적인 근대 건축 유산의 위대함에 대한 작가의 논평으로 읽힌다. 〈황홀망〉 연작은 물론 관련 자료의 전시를 위해 고안된 이 구조물은 철골, 유리와 같은 서구의 근대적 건축 재료로 이루어진 공간 안에 아시아 건축의 전통 재료인 목재를 중첩시켰고 동시에 일반적으로 평면 작업을 벽에 걸어 전시하는 방식을 탈피한다. 작가의 가장 최근 평면 프로젝트인 〈황홀망〉의 진화과정을 보여주는 출판물과 연구 과정에서 발굴한 주요 자료들이 각목으로만 구성된 해당 구조물에 진열된다.
〈먹거리 두폭화 – 메이디야 마트, 겐팅 가든사, 샐러드 로얄, 176 g, 169 g
Edibles Diptych – Meidi-Ya, Genting Garden, Salads Royale, 176 g and 169 g〉 2021.
Vegetable pressed on paper, 2 parts, each 91.5 x 57.5 cm. © 작가,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는 ACC의 전무이사 겸 수석 큐레이터 재닌 밀리프Janine Mileaf의 기획 및 스마트가(家) 재단을 비롯한 개인 후원자들의 아트 클럽 앰비션 기금Arts Club Ambition Fund 지원으로 실현되었다.
한편 2024년 10월 10일 저녁에는 세계적인 음악가 크리스 와일드Chris Wild와 메이벨 콴Mabel Kwan이 한국 작곡가 고(故) 윤이상(1917-1995)의 피아노와 첼로 작품을 연주하는 콘서트와 음악학자 라이언 도허니Ryan Dohoney의 사전 강연이 예정되어 있다. 지난 수 년간 윤이상을 연구해온 양혜규는 이번 행사에서 텍스트 작업 〈융합된 분산의 연대기 – 뒤라스와 윤A Chronology of Conflated Dispersion – Duras and Yun〉(2018)을 유인물 형태로 배포할 예정이다.
전시를 기념하여 스키라 출판사Skira Editore는 96페이지 분량의 전면 도판 삽화가 삽입된 하드 커버 도록을 출간할 예정이다. 오리아나 카치오네Orianna Cacchione의 평론과 이번에 출품되는 7종의 연작과 기타 작업을 아우르는 주석 및 색인이 포함될 도록의 디자인은 시카고 독립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비드 칸-조르다노David Khan-Giordano가 맡았다. 이는 작가의 평면 작업을 포괄하는 최초의 출간물로 앞으로 평면 작업을 연구하는데 주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서울 국제갤러리가 『양혜규: 평평한 작업』의 출간을 지원하였으며, 뉴욕과 멕시코시티의 쿠리만주토Kurimanzutto, 그리고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Barbara Wien도 함께 지원했다.
양혜규 작가 프로필 이미지. © 작가, 국제갤러리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Die Staatliche Hochschule für Bildende Künste – Städelschule에서 수학하였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모교에서 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종이 콜라주, 수행적 조각, 그리고 전시 공간을 가득 채우는 감각적인 설치 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양혜규의 작품은 유사점이 없는 역사나 전통을 독창적인 시각적 언어로 이어낸다. 건조대에서 블라인드, 한지, 인조 짚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공예 기법과 재료로 그에 내재된 문화적 특성을 활용한다. 시각을 넘어 지각을 활성화하는 다감각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양혜규는 이를 통해 노동, 이주 등의 문제를 미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양혜규의 작품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시 기획을 맡은 재닌 밀리프 ACC 전무이사는 전간기(戰間期) 시대 아방가르드 연구의 권위자로, 양혜규의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도록 필자인 오리아나 카치오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산타바바라 부속 미술관 부관장은 양혜규와의 오랜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욱 깊이 있게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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