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향과 만난 AI望산수도 > 갤러리 풍경

본문 바로가기

그림이야기


미술평론, 전시소개, 작가노트 등 



이상향과 만난 AI望산수도

본문



김최은영(2023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전시감독)



일상에서 기술을 분리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매체 시대에 테크놀로지를 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모든 예술은 명명되기 이전 존재한다. 오늘의 AI아트 역시 그렇다. 예술가들은 청각에서 시각으로 그리고 촉지각으로 예술을 변화 혹은 진화시켰다. 예술가를 인류의 촉각이라 부른 마샬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의 주장대로 그들(예술가)은 늘 우리보다 먼저 미묘한 낌새를 눈치채고 수많이 사이속에서 차이를 들어낸다. , 예술은 일종의 레이더로서 기능하여 우리로 하여금 사회 목표와 정신 목표를 발견할 수 있게 하고 시일이 경과한 뒤에는 그것에 대처할 수 있게끔 해주는 일종의 조기경보 체계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인간의 보철적 존재로 공생하고 있으며 그 리얼리티가 오늘날의 또 다시 새로운 예술로 구현되고는 한다.



 fb2fa1b58752ec63adfe2af8652a67d6_1701690908_4218.jpg

Lentiscape-망산수70x100cm lenticular 2023 



fb2fa1b58752ec63adfe2af8652a67d6_1701690909_8967.png

Stable Diffusion, 풍경4 NVIDIA RTX A5000 x2 2023 인공지능작 



fb2fa1b58752ec63adfe2af8652a67d6_1701690910_4039.jpg

망산수도(望山水圖) 130×160㎝ 한지에 수묵채색 2023 



fb2fa1b58752ec63adfe2af8652a67d6_1701690911_0608.jpg

望산수도1 60×90㎝ 한지에 수묵채색 2022 



fb2fa1b58752ec63adfe2af8652a67d6_1701690911_54.jpg

번산수도(Burn山水圖)1 122×170㎝ 한지에 수묵채색 2023

 

 

여기 또 다시 새로운 예술인 AI와 전통채색화의 융합이 있다. 나형민 작가는 전통적 시각매체를 넘어 렌티큘러, 미디어산수, AI페인팅까지 다양한 매체의 결과물로 자신의 예술적 영역을 확장한다. 확장에 대한 가설은 순수 혹은 전통적인 매체의 예술과 다르지 않다. 시각적 아름다움과 작가적 상상, 사회에 대한 발언과 작가의 새로운 철학이 담긴다. 다만 여기서 작동되는 예술의 기술적 재생산은 전통에서 요구되었던 감동의 아우라보다 감탄에 가깝게 보인다. 그렇다면 감탄은 예술이 될 수 없는가. 사실 전통의 예술도 감탄으로 시작된다. 사실과 똑같이 그린 화가의 손끝에서, 생각을 뒤집어 놓은 개념의 시작에서 우리는 감동 이전 분명 감탄의 선행을 거쳤다.

 

산수도

 

하늘은 여유 있는 해와 달을 주었고, 사람은 좋은 원림을 빌리네(天供閑日月, 人借好園林).”_백거이

경계의 위쪽에 떠 있는 보름달은 수묵으로 선염한 비백으로 주로 달()의 이미지로 인식되지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볼 때 해()이기도 하다. 따라서 감상자의 시선에 따라 해()이기도 하고 달()이 되기도 하며, 시간상으로는 낮이 되기도 밤이 되기도 한 경계에 서 있는 풍경이다. 해이든 달이든 여백의 원상에 담긴 상징성은 현대인의 소망과 비움의 뜻을 내포한 기원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하였다.-나형민 작가노트 중

 

나형민의 이상향은 자연을 빌려 원림을 만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모습을 재현한 것이 아닌 꾸며 놓은 산수, 즉 재구성한 산수이자 동아시아의 원림(園林)과 닮았다. 원림은 정원(庭園)과는 다르다. 정원은 조경용어로서 집 앞 뜰에 인위적으로 자연을 꾸며 놓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에 반해 원림은 교외 자연 속에 정자와 집을 만들어 놓은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내 집안에 자연을 만드느냐, 자연 속에 내 집을 만드냐의 차이로 정원과 원림은 다르다. 바로 이 다른 지점이 나형민의 산수를 자연의 일차원적 재현이 아닌 원림으로 해석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이 설정된 원림에서 이상향을 바라보는 행위는 유유자적 그 자체다. 작가는 와유(臥遊)의 대상으로 망산수도를 설명하는데 이는 옛날 중국의 회화이론가인 종병(宗炳)에서 비롯된, “젊어서 산천을 돌아보고, 늙어서 이들을 그려 벽에 걸어 놓고 그 속에 노닌다.”는 와유(臥游: 臥以游之의 준말로서 산수화를 보며 즐기는 일)라는 동아시아 산수화의 전통사상이 담겨 있는 듯하다.

 

미디어 산수도와 AI 산수도

게다가 현대적 실험성이 가미된 나형민의 렌티큘러 망산수도 역시 아름다운 산수 앞에 보기 좋은 나무를 심고 해와 달이 보이는 맑은 곳에 근경과 중경, 원경의 레이어를 두어 심도를 높였다. 심도 있는 공간은 막힘이 없고 보이지 않는 공간감을 제공해서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은 휴식의 장소가 된다. 때문에 이곳은 감상의 공간인 동시에 영혼을 평온하게 해주는 이상향이 된다. 원림으로 산수 한다는 것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 신명이 깃들었네.”라고 말한 당나라 시인 심전기의 말처럼 사람의 성정을 기탁하는 곳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빌려 생명을 위로하고 표현해 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나형민은 자신의 산수를 바라보는 일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바라봄으로 얻어지는 행복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를 통해 얻어지는 편안함을 익히 알고 있기에 자연에 기탁한 마음으로 산수를 바라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탁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눈앞에 새로운 장치를 제공했다. 정신적 이상향에 인공지능을 가미해 새로운 지향점을 찾아가는 실험을 시도한다. 이들의 작품은 보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사유 체계를 확장시켜 때론 무한한 상상을 가시화해 낸다. 인공지능이 나형민의 망산수도를 학습해서 새로운 이상향을 제시하는 일을 목격한 감상자는 적극적 사유의 체계에 놓이게 된다. 어느 때보다 작가가 제시한 예술에 동참하며 개념의 이유를 생각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사유와 신체(화면을 포착하려는 행위)는 능동성을 띄게 된다. 또한 공간예술이었던 시각예술 시간예술로의 확장도 그러하다. 시각적 포착으로만 감상하고 떠나는 전시 공간이 아닌 사유의 시간 할애를 통해야만 진정한 감상이 가능한 작품들은 작품 안에 시간성을 필요충분조건으로 설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유희 혹은 감탄이 발생하고 결국 예술의 궁극 목적 중 하나인 소통에 다다를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열리게 되는 셈이다.

 

예술에 있어서 인공지능은 아직 익숙하지 않아 낯선 인상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나형민이 제시한 작품은 낯설지 않은 체험을 가상이 아닌 현실로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전술했던 전통예술을 가치 판단했던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렌티큘러, 미디어산수, AI페인팅 등 기술이 결합된 망산수도 작품들이 우리에게 선보인 것은 익숙하지 않는 기술이 아닌 누구보다 먼저 발견한 개념처럼 사용된 기술, 그 기술을 통한 사유 감각의 확장성, 확장된 사유 감각에서 오는 새로움, 그 새로움을 통한 신선한 가치 발견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을 통한 사유 감각의 확장 그리고 거기서 우리가 획득한 감각을 뛰어 넘는 새로운 사유와 예술! 바로 그것이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댓글목록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12 건

박용일 《He-story 봄》

너무 많은 삶의 사연, 그릴 수 없어 보따리로 묶다 글 홍경한(미술평론가) ‘보따리’(褓따리)는 보자기에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다. 보따리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생활상에 자주 등장해 왔다. 그것은 본래 물건을 운반하거나 보관하는 데 사용되었…

아트앤컬처

임현주의 낙화, 그 무지갯빛 감성 치유

임현주의 낙화, 그 무지갯빛 감성 치유인간은 아름다운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주제와 형식의 조화를 추구하려는 유희충동을 느낀다. 이를 통해 인간은 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로 성장한다. 유희충동은 때때로 인간의 감성과 지적 발전을 촉진하며, 이를 통해 더 넓고 깊은 시각으…

아트앤컬처

Cloud Wave: Nick Schleicher 닉 슐라이커

다양한 형태의 셰이프트 캔버스(Shaped Canvas)로 구축한 색면추상회화

글│강주연 Gallery JJ Director  “현존과 부재, 은폐와 폭로의 율동적인 교체만이 시선을 깨어 있게 한다.” –한병철, 『아름다움의 구원』 갤러리JJ는 2024년을 맞이하여 자유로운 형태의 색면추상 회화로 삶의 다양…

아트앤컬처

열람중이상향과 만난 AI望산수도

김최은영(2023광주미디어아트 페스티벌 전시감독) 일상에서 기술을 분리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매체 시대에 테크놀로지를 또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모든 예술은 명명되기 이전 존재한다. 오늘의 AI아트 역시 그렇다. 예술가들은 청…

아트앤컬처

이윤서 개인전 《그림 그린 그림 Painting painted Painting》

그림 그린 그림,  Painting painted Painting 02, 2023, Oil on canvas, 162.2 × 130cm (이미지=갤러리조선)그림 그린 그림 05 Painting painted Painting 05, 2023, Oil o…

아트앤컬처

아담 핸들러: 소녀와 유령 (Adam Handler: Girl & the Ghost)

유한한 삶의 허무를 극복하고 희로애락을 위트있게 표현

"어린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이고,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갤러리JJ는 천진난만한 고스트와 소녀 이미지를 통한 소통의 언…

아트앤컬처

최윤정, Believing is Seeing

 작가노트이번 전시를 통해 욕망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을 보여줍니다. pop kids 시리즈는 미디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삶의 단면에 대한 메시지 중심의 시리즈입니다. 주름의 형태를 중심으로 표현된 다소 추상적인 folds 시리즈는 생명이 …

아트앤컬처

이상엽 - 너를 그리는 시간2’

83년생 이상엽 작가는 2011년 송은 미술 대상전 작가 선정, 2015년 정문규 미술관 청년작가 선정, 2019년 한국미술국제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였고 1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초기 <City as Fiction&…

아트앤컬처

IAM WOMAN, ARTIST, FOREIGNER

마리아 Scent of peace 60.6x72.7cm Oil on canvas 2023(사진=갤러리전} 마리아 Secret garden 116.8x91cm Oil on canvas 2023(사진=갤러리전} 나는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 여성 현대미술…

아트앤컬처

정전 70주년 기념전 ʻ화가 임군홍_ Lim Gunhong, The Painterʼ를 준비하며

2023년 4월 예화랑 45주년 기념 전시 ‘밤하늘의 별이 되어’ 준비로 바빴던 지난해 연말, 우연히 조간신문을 보다가 눈에 확 뜨이는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인 김인혜 선생님이 쓴 임군홍 화가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달력…

아트앤컬처

우리가 마주한 모든 것들의 이야기 : 구성적 기억과 재해석(Re-Interpretation)

서정아트 상반기 기획전 “Reinterpretation”은 재구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파생한 네 가지의 테마로 엮은 전시로서, 시각적 현상과 내적 감각의 발현에 집중하여 이를 메타적으로 들여다보고자 국내, 외 작가 8인의 작업을 조명한다. 작업의 서사는 관객에게 닿…

아트앤컬처

2022지역예술가교류전2 <브레이크 타임(Breaktime)

성남큐브미술관은 2022년 상반기 첫 번째 지역예술가교류전 <공존(共存)>에 이어 두 번째 교류전 <브레이크 타임(Breaktime)>을 개최한다. 지역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지역 예술가와 정보를 공유하는 소통의 장 역할…

아트앤컬처
게시판 전체검색
다크모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