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핸들러: 소녀와 유령 (Adam Handler: Girl & the Ghost) > 전시평론ㆍ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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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핸들러: 소녀와 유령 (Adam Handler: Girl & the Ghost)

유한한 삶의 허무를 극복하고 희로애락을 위트있게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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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천진난만이요, 망각이며, 새로운 시작, 놀이,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가는 수레바퀴이고, 최초의 운동이자 신성한 긍정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갤러리JJ는 천진난만한 고스트와 소녀 이미지를 통한 소통의 언어를 선보여온 아담 핸들러(Adam Handler, b.1986)의 전시를 마련하였다. 핸들러는 순수한 형태와 질감이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화면 속 유령과 소녀 형상을 통해 유한한 삶의 허무를 극복하고 희로애락을 위트있게 표현한다. 뉴욕 태생의 작가는 현재 미국을 기반으로 유럽과 아시아 등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유망한 동시대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작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번 <아담 핸들러: Girl & The Ghost> 전시는 대형 캔버스 작업들을 포함하여 총 50여점의 회화 작품이 전시됨에 따라 핸들러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컬렉터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작가가 최근에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배틀그라운드’ 시리즈를 비롯하여 ‘모노크로매틱 컬러밴드 회화(Monochromatic Color Band Painting)’를 새롭게 선보인다. 신작의 ‘배틀’ 장면은 히어로물을 참조하여 도전적이며 신화적 상상력이 풍부하며, 모노크롬적 회화 시리즈 역시 빠른 선의 궤적으로 거친 표현의 생동감과 추상성이 짙고, 일부 스프레이페인트의 사용과 함께 그래피티(Graffiti)적인 자유분방함이 있다.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는 이들 시리즈와 함께, 예전 작업에 비해 한결 풍부해진 질감으로 물성이 드러나는 ‘고스트’와 ‘소녀’, ‘납치’, ‘정원’ 시리즈까지 전시는 최근 변화와 함께 그가 모색하고 있는 작품세계를 새롭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즉흥적이고 때로 장난스럽기도 한 그의 이미지 속에는 철학적이자 재치 넘치는 표현이 가득하여, 결코 가볍지 않은 반전 매력이 있다. 동심 어린 시선으로 따뜻한 공감과 내면적 소통을 이어가는 핸들러의 작업으로부터 색다른 시각적, 예술적 경험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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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핸들러 Adam Handler, Finding our spot, 2023, Oil stick, acrylic and pencil on canvas, 52x76in, 132x193cm(사진=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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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핸들러 Adam Handler, Old Fleeting Heart Girl, 2023, Oil stick, 

acrylic and pencil on canvas, 38x30in, 96.5x76.2cm(사진=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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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핸들러 Adam Handler, Python Camo Ghost with Sunbeams, 2022, 

Oil stick and pencil on linen, 18x12in, 45.7x30.5cm(사진=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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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핸들러 Adam Handler, Salem Bat, 2022, Oil stick, acrylic and pencil on paper, 

22x30in, 55.9x76.2cm(사진=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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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핸들러 Adam Handler, Saved By The Bell Abduction, 2022, 

Oil stick, acrylic and pencil on canvas, 40x30in, 101.6x76.2cm(사진=갤러리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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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핸들러 Adam Handler, Toki Girl battles the UFO, 2023, 

Oil stick and spray paint on paper, 40x25.75in, 101.6x65.4cm(사진=갤러리JJ) 




시각적으로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을 연상시키는 자유로움과 순수함, 원시성의 표출은 핸들러 회화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의 순수하고 직관적인 표현의 발로이며, 그가 만든 꿈같은 회화적 장면에서는 작가 개인의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본연의 불안과 상실 같은 삶의 문제들이 유쾌한 삶의 에너지로 치환된다.

살펴보면, 작가는 지금까지 13여년의 오랜 기간 동안 사랑스러운 ‘고스트’와 악동 ‘소녀’가 등장하는 초상 작업을 지속해왔다. 박쥐를 비롯하여 초기의 어두운 느낌의 모노크롬 드로잉과 함께 이들은 한때 작가가 빠져들었던 불가피한 삶에서의 상실감을 오히려 친근하게 상징화하고 편안하게 치유하는 방식이었다. 이어서 UFO의 ‘납치’ 시리즈와 더불어 물고기와 뱀, 여우 등 조력자의 등장과 함께 점차 튤립과 별이 있는 정원 혹은 우주공간과 같은 만화경의 세계가 펼쳐지는 서사적인 작업으로 전개해오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삶의 순간들을 탐구하는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두려움을 상쇄할 수 있는 환희의 순간, 소중한 사람들과의 사랑과 개인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정을 시각화하면서 상상력이 풍부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동화적인 이미지의 이면에는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한 각성과 이를 예찬하는 작가의 철학이 드러나기도 한다. 순수미술의 형식과 대중문화의 수많은 레퍼런스를 버무려내어 특유의 캐릭터적 요소와 회화적 붓터치가 조화를 이루는 독자적 조형 어법을 구축한 핸들러의 작업은 오늘날 네오-팝아트의 다양한 양식 속에서 돌아볼 수 있다.

 

/날아다니는 UFO, 발그스레한 뺨의 귀여운 유령, 배트맨 캐릭터 같은 박쥐… 핸들러의 회화에는 간략하고 납작한 형태로 코믹하게 과장된 신체 비례의 사람과 동물이 커다랗게 화면을 꽉 채우고 있다. 거칠고 단순한 곡선과 명랑한 색채, 한편 강조된 윤곽선은 최근 작품에는 형태와 배경이 경계 없이 서로 스며들기도 한다. 만화처럼 ‘Make me Blush’, ‘Hug Tight’ 등의 글이 그림에 등장하기도 한다. 더불어 UFO의 출몰과 납치, 결투 장면은 마치 히어로물이나 SF장르물 같은 스토리텔링의 구성을 가진다. 작가는 아크릴, 오일스틱, 스프레이페인트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최대한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붓질과 드로잉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오일스틱은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재료인데, 이는 캔버스와의 교감에서 오는 특유의 원시적이고 직접적인 느낌이 있어서 어린아이의 자유롭고 서투른 듯한 표현을 한층 더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흔히 어린이 특유의 나이브한 조형 방식의 특징이라면, ‘낙서 같은 선’과 ‘상징적 형태의 단순성’, ‘주제의 단순화’, ‘나열식 표현’ 등을 꼽을 수 있다. 일견 어린이의 감성을 적극 반영하는 핸들러의 작업은 시각적으로 유년시절의 노스탤지어 감성을 자극하고 때로는 회귀에 대한 퇴행적 취향, ‘키덜트’적 이미지의 유희성이 있다. 어린이의 낙서 같은 그림은 또한 장 드뷔페가 이끌었던 ‘아르 브뤼(Art brut)’의 일면을 떠오르게 한다.

 

천진난만한 어린 시절에 천착하는 특성들은 개인적인 경험 혹은 시대적 조건에서 유발된다. 예술에 있어서 만화, 장난감 같은 오브제나 이미지를 통해 성장을 거부하는 감수성, 팝아트 이후 지속되어 온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자유로운 그래피티 등에서 동일한 경향을 볼 수 있다. 80년대 등장한 네오-팝(neo-pop)은 현대 대중문화를 적극 차용하며 캐릭터, 환상의 세계나 가상현실, 키치, 유희적인 요소 등 각종 하위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만화적인 요소와 작가 개인의 사적인 표현, 서술적인 형식이 등장하고 그래피티 운동이 확산되면서 예술의 외연이 넓어졌다. 주목할 점은 네오-팝은 1950~60년대의 팝아트와 달리 순수미술 형식과 대중문화라는 두 정서를 결합한 복합적 양상을 띠며, 현상의 이면에서 작동하는 억압의 기제에 주목하고 저항한다는 점이다. 핸들러의 작업은 내적으로는 자전적 경험, 외적으로는 대중문화 혹은 서브컬쳐에 대한 관심이 투영되어 있다.

 

/자전적 경험, 그리고 대중문화의 정서와 순수미술 형식의 결합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와 사춘기 시절을 거치고 이러한 성장과정에서 경험하는 자아의 불안전성, 분노, 거친 도전의식 등을 기억하고 있다. 핸들러가 20대 한때, 감당할 수 없는 죽음의 불안과 상실감에서 탄생한 고스트 캐릭터는 한결같이 늘 큰 눈과 미소를 가진 심플한 형태로 작업에서 반복되게 등장한다. 마치 삶과 죽음이 필시 한 페이지 위에 있음을 내포하는 듯하다. 배경의 반복된 패턴과 짧은 붓 스트로크 역시 마찬가지로, 이러한 반복적 작업 성향은 작가 스스로의 두려움을 완화하는 치유의 한 방식으로 작용한다. 감각적이고 즉흥적인 제작 방식으로 사전 밑그림 없이 패턴을 반복하는 일은 그에게 있어 수행의 과정이 아닌 놀이의 일종이다. 여기에는 목조 공예가인 할아버지의 작업실에서 각종 예술작품과 서적에 둘러싸여 지냈던 예술적 환경, 항상 곁에서 자신을 지지해주던 할머니와의 즐거운 놀이로 대표되는 유년 시절의 감수성이 작가의 내면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 유년시절은 지금까지도 작가에게는 마치 초라하고 우연적이고 죽어야만 하는 존재임을 잊어버리게끔 하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을 입에 베어 무는 순간’의 행복감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작업에는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미국 민속미술 및 수많은 오래된 대중문화의 레퍼런스들이 있어 문화적 기호로 작동한다. 화면 속 캐릭터들은 뭉크의 작품이나 예전 공포영화를 참조하고 ‘화성 침공’같은 초기 SF영화의 장면, 어릴 때 일상적으로 접했던 슈퍼이어로물의 장면 등을 짜깁기한다. 앨런 긴즈버그,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비롯하여 밥 딜런 등 대중 가요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노스탤지어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심연의 무언가를 포착하기 위한 작가로서의 몰입이라고 할까, 그는 “어린 시절과 10대에 경험하는 순수하고 억제되지 않은 감정을 일깨우려 한다.”고 말한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에 대한 작가의 욕망은 60년대 ‘히피’문화에 대한 관심에서도 알 수 있다. 작가는 자연으로의 회귀, 인간의 가장 기초적이면서 본능적 욕구인 자유와 사랑을 추구한 히피 정신에 깊이 동의하여, 그들이 즐겨 했던 동양풍 복식과 프린트나 액세서리로 사용했던 꽃 문양을 화면에 적용하곤 한다.

애초에 작가의 작업에서 이러한 순수함을 향한 형식적 표현은 ‘아르 브뤼’에 관한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미술사를 전공한 작가는 ‘어떠한 목적성도 띠지 않는 순수한 창조적 열망’에 빠져들었고, 이는 즉흥성과 생명력이 있는 소박한 조형,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을 향한 형식적 표현으로 이끌었다. ‘아르 브뤼’는 ‘아웃사이더 아트’의 원류이자 어린아이의 그림에 남아있는 문명 이전의 원초적 성격을 탐색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미술을 추구하여 미술 자체의 순수함을 찾고자 했던 미술 경향이다.

한편 핸들러의 형상들은 주로 화면을 꽉 채우는 구성과 정면성의 특성이 있는데, 주로 무표정하고 납작하게 표현된 큰 입과 큰 가슴을 가진 소녀는 양식화된 특징으로 나타난다. 소녀 형상은 특히 작가가 이탈리아에서 인체드로잉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미술사적으로 탐구한 영역으로, 서구 인물화의 진화에 있어서 과거와는 구분되는 새로운 여성 형상을 제시하고자 탄생했다. 고전미의 여성상부터 현재까지 여성을 표현한 기존의 많은 작업들 가운데 작가는 특히 추상표현주의의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의 <여인> 연작으로부터 ‘원시적이고 거친 선의 형상’에 관한 영감을 받았다. 언어의 규범과 관습에 의해 정형화되기 이전 형상의 본질을 포착하고자 한 드 쿠닝의 묘사는 핸들러의 순수한 형상에 관한 인식과 맞닿는다. 특히 초기의 작품에서 이러한 드 쿠닝과 아웃사이더 아트로 취급되었던 바스키아, 빌 트레일러 같은 작가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정확한 재현을 벗어난 추상적 형상은 보는 이에게 더 큰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삶과 죽음, 애수적인 감성과 괴기스러움 등의 표현을 담은 핸들러의 작업은 오늘날의 하위문화를 버무린 그래피티, 네오-팝의 특성과 더불어 추상표현주의의 표현적 방식, 프랑스의 아르 브뤼의 창조적 충동을 작업의 문맥으로 끌어들여 복합적인 양상을 띤다. 대중문화의 정서와 순수미술의 형식을 결합한 독특한 소통의 언어에 앞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소녀와 영웅

핸들러의 최근 작업은 오늘날 넘쳐나는 히어로물의 장면들을 참조한 것이 많다. 미국에서 자란 작가에게 어린 시절 성행했던 슈퍼히어로의 이미지는 일상이었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을 비롯하여 한때 유행이었던 일본 코믹물의 세일러문과 포켓몬까지, 작가는 장난감이나 만화책, 영화는 물론 옷이나 가방 등 일상용품에서 다양한 이미지와 이야기들을 접하며 자라왔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화면의 스토리 구성으로 나타나고, 특히 이번 ‘배틀’ 시리즈는 악을 이기는 그들의 초인적인 능력을 다루고 있다. 그것은 작게는 죽음의 불안을 이겨내는 것, 인종 문제나 뉴욕의 사회상에 대한 것, 나아가 한계를 넘어 더욱 나은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삶의 허무를 이겨내고 성취하는 실존적 삶에 대한 의지일 수 있다.

작가는 현대의 슈퍼히어로 외에도 잔 다르크 등 중세의 배틀그라운드에서부터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까지 광범위하게 소환한다. 핸들러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는 여성이 있다. ‘파자마 걸’, ‘블루밍 걸’, ‘토키-걸’ 등 이름은 다르지만 마치 다중우주에 존재하는 또 다른 잔 다르크, 또 다른 할머니 ‘닐다’인 듯 여성 히어로가 스토리를 이끌어간다. 영웅적 면모는 작가의 삶을 지지해주는 개인적 기억과 감정의 표현으로, 여성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기억의 초상이다. 작품 <정원에 있는 닐다와 미쇼>처럼 닐다와 고양이 미쇼는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이제 성인이 된 그에게 슈퍼히어로는 다름 아닌 자신을 늘 응원하고 영감을 주는 할머니 닐다, 아내 등 가족이다.

히어로물은 보편적으로 신화의 원형적 구조에 따른다. 일상으로부터 경이로운 모험 끝에 승리로 나아가는 영웅신화의 세계관이다. <전투 중인 토키-걸> 등 신작 ‘배틀’의 장면은 UFO에 -상징하는 것이 악, 죽음, 혹은 절대적 명령이나 최고 가치이든- 대항하여 고군분투 중이다. 마치 니체가 언급한 순종적인 낙타의 정신에서 벗어나 의지를 갖고 자유를 쟁취하려는 사자의 결전으로 보이지는 않는가? <우리의 보금자리를 찾아> 등 ‘정원’ 시리즈에서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행복한 어린아이의 형상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낙타와 사자의 단계를 거쳐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 정신 변화의 종착지는 니체가 보기에는 어린아이의 정신이며 이는 곧 창조적 자유와 초월적 생명력의 은유일 것이다. 즉 어린아이는 주어진 삶을 하나의 유희로써,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다. 키스 해링은 인간존재의 경험이 아기라고 믿었고 피카소는 종국에는 어린아이처럼 그리기 위해서 평생을 바쳤다고 했다.

핸들러의 소녀는 곧 놀이이자 늘 새로운 시작과 창조이다. 그것은 자유로운 창조적 주체이자 작가로서의 정체성이며 또한 유한한 삶의 고단함을 망각할 수 있는 소중한 인연과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어린아이가 숨어있다. 핸들러는 어린아이를 자기 안의 본질로 품고 있음에, 지금까지의 표현형식이 가능할 것이다. 그의 작품세계를 상징하는 소녀와 유령 캐릭터는 우리의 일상을 영원으로 연결하는 매개체가 아닐까? 어딘지 모를 어두움과 귀여움의 양면성을 통해 어른들의 잊어버린 과거를 투영하는 동시에 우리 내면에 감춰진 두려움과 반항심, 누구나 겪는 인생의 유한함을 드러내는 상징적 대상으로 다가온다는 점에서 핸들러의 그림은 특별해 보인다.

​글 | 강주연 갤러리JJ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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