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섭 개인전 《색동의 미학: 시공을 넘어》 개최
갤러리마리, : 2026. 10.14일. – 12.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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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이영섭의 개인전 《색동의 미학: 시공을 넘어(Colors in Stone: The Modern Saekdong)》가 2026년 10월 14일부터 12월 4일까지 갤러리마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작가의 독창적인 ‘발굴 조각’ 작업과 함께, 돌과 유리, 자개 등으로 확장된 새로운 조형 세계를 선보인다.

어린왕자(색동)2026-2 혼합재료 64x43x20 2026 5 ⓒ 작가, 갤러리마리

봄봄(2026-3) 45x23x16 2026년 혼합재료 5 ⓒ 작가, 갤러리마리

달과아이 (44x24x16) 혼합재료 2025 ⓒ 작가, 갤러리마리
이영섭의 조각은 일반적인 제작 방식과 달리 땅속에서 형상을 발굴하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땅 위에 형태를 그린 뒤 흙을 파내고, 그 안에 백자와 분청사기 조각, 유리, 보석, 조약돌 등 다양한 재료를 배치한다. 혼합 재료를 부어 굳힌 뒤 다시 흙으로 덮고,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마치 유물을 발굴하듯 작품을 꺼낸다. 이 과정에서 생긴 균열과 구멍, 거친 표면까지 작품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1990년대 후반 여주 고달사지 인근에서 작업실을 운영하며 천년의 시간을 견딘 유물이 발굴되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에서 비롯됐다. 1993년 첫 개인전에서 붉은 테라코타 인물상으로 주목받은 작가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만드는 데서 나아가, 조각이 어떻게 스스로 태어날 수 있는지에 주목했다. 작가의 의도뿐 아니라 흙과 물질, 시간과 우연이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2026년 신작에서는 재료와 색채의 확장이 두드러진다. 유리 보석과 주얼리, 자개, 대리석, 오닉스 등은 기존의 흙 중심 작업에 빛과 색, 반사와 장식성을 더한다. 특히 색동과 조각보의 구성 원리는 전통문양을 재현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 다른 색과 물질이 고유한 개성을 유지하면서 하나의 조화를 이루는 조형 언어로 나타난다.
돌의 비중이 커진 점도 주목된다. 오랜 지질학적 시간을 간직한 광물은 흙을 통해 탐구해 온 시간의 의미를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한다. 흙이 형상을 품었다가 드러내는 장소라면, 돌은 그 자체로 긴 생성의 역사를 간직한 물질이다. 이는 기존 작업과의 단절이 아니라, 작가가 지속해 온 조형적 질문을 다양한 재료와 감각으로 넓혀가는 과정이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조각뿐 아니라 작품이 땅속에 머물렀던 시간과 우연히 형성된 흔적, 이를 다시 꺼내는 발굴 행위까지 사유하게 한다. 이영섭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로 조각의 관점을 전환하며, 흙과 시간, 물질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조형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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