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현대미술가 클로드 비알라 개인전
45년여에 걸친 작업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회고전의 성격
본문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의 개인전이 부산시 해운대구 조현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조현화랑은 3월 9일부터 4월 23일까지 클로드 비알라의 세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면서,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한지시리즈 작품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이어져 온 작가의 꾸준한 작업 세계를 선보인다.
1966년부터 지난 60여 년의 예술 활동에 걸쳐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려온 모호한 패턴이 이번에는 한국 전통 매체인 한지에 찍힌다. 다채로운 바탕 위로 당당하게 드러나던 패턴이, 고요한 한지속으로 은은하게 머금어 들어갔다.
클로드 비알라 개인전 전경 (사진 조현화랑)
Claude Viallat, 1978/018, 1978. Acrylic on black canvas, 212x122cm.
Claude Viallat, 1990/258, 1990. Acrylic on grey canvas circle, 100x100cm.
Claude Viallat, 2022/316, 2022. Acrylic on parasol, 290x290cm.
Claude Viallat, 1981/038, 1981. Acrylic on curtain with brown woven fabric rings, 260x120cm.
Claude Viallat, 020pp2023, 2023. Acrylic on hanji paper, 145x154cm.
Claude Viallat, 023pp2023, 2023. Acrylic on hanji paper, 145x154cm.
조형적이지도, 기하학적이지도, 상징적이지도, 장식적이지도 않은, 모든 특성을 갖춘 이 패턴은 작가가 보편적인 형태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한 변형을 통해 찾은 것이다. 물과 표백제가 담긴 양동이에 넣어 하룻밤을 그대로 둔 스폰지의 형태가분해되면서 얻게 된 이 형상으로 반복 작업하기로 결심한 이후 모든 우연과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대범하고 이상적인 태도로 주어진 것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작품이 탄생한다.
끝없이 반복되는 추상적 패턴이 특징적인 클로드 비알라의 작업은 표면의 물성이 색채를 끌어들이는 순간의 강렬한 만남을 구현한다. 어떤 것이 붓질이며, 어디까지가 표면이 빚어내는 예기치 못한 우연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모순되는 두 가지 요소를 받아들이는 작가의 대범함은 단순한 패턴을 화려한 리듬으로 변주하는 창조로 이끈다. 표면의 중심부에서 반복을 시작하며 확장하는 색채가 물성과 연결되듯, 반복적인 형태는 작업의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엮으며 영원한 시간의 무한성을 향한다.
캔버스 천, 양탄자, 텐드, 커튼 등 다양한 바탕의 표면은 색의 척도를 다르게 부여할 수 있는 밑바탕인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기보다, 새로운 것과의 만남을 추구하는 비알라의 질학에 대한 표현이다. 그런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시도한 한지 시리즈는, 정련된 흰 표면과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작업과 전혀 다르다. 물성을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한지의 속성 또한, 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곁에 머무는 아크릴 물감을 반복적인 형태와 함께 지속적으로 사용해온 비알라 작업과 대비된다.
캔버스의 하얀 색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회화는 일찍이 프랑스에서 마티스가 시도한 바 있다. 마티스의 색채 해방을 계승하면서, 기존의 회화를 해체하려고 시도했던 비알라가 한지 시리즈를 통해 하얀 바탕에 대한 재해석의 숙제를 비로소 마친 셈이다.
전시는 한지 작업과 더불어 1970년대 후반의 작품부터 최근까지 45년여에 걸친 작업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회고전의 성격을 가진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표면이 작가기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표면 위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색을 입히며 작가 주관성의 거부를 표현함과 동시에, 어떻게 하면 기존의 것을 넘어서고, 동일한 것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창조로 이끌어 왔는지 실감하게 한다.
클로드 비알라는 1936년 프랑스 남부 님(Nîmes)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님에서 거주 및 작업하고 있으며 1955년부터 1959년까지 몽펠리에의 에꼴 데 보자르, 1962년부터 1963년까지 파리 보자르에서 레이몬드 장 르괴(Raymond Legueult) 아래 회화를 공부했다. 1970년대 프랑스에서 결성된 전위적 미술단체인 '쉬포르/쉬르파스’의 창립멤버로, 캔버스의 나무틀을 떼어버리고, 작품의 바탕이 되는 대상을 더욱 확장시키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회화의 표현과 매체를 전복시켰다. 산업용 타폴린 작업을 시작으로, 강낭콩 같기도 하고 또는 팔레트 혹은 관절의 마디 형태와 비슷하게 생긴 추상적인 패턴을 끝없이 반복해 나갔으며, 1966년에 발견한 이 형상은 곧 그의 고유 작업 스타일이 되었다.
클로드 비알라는 1982년 퐁피두센터에서 회고전을 개최했고, 1988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 대표 작가로 참여했으며, 같은 해에 느베르 대 성당 스테인드 글래스창을 만들었다. 니스, 리모즈, 마르세이유, 파리 등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님므 대학의 학장직을 역임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파리 국립현대 미술관, 퐁피두센터, 뉴욕 현대미술관, 몬트리올 미술관 그리고 오사카 국립 국제미술관 등의 수많은 공공 컬렉션에 소장 중이다.
ⓒ 아트앤컬쳐 - 문화예술신문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