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희 개인전, Where the feeble lines live
여리한 선線들이 사는 곳
본문
황정희_the feeble 4_130x92cm_Acrylic colors on canvas_2022 (사진 갤러리가비)
선이 생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선을 살리는 공간, 선과 함께하는 공간을 만드는 황정희 작가의 개인전 <Where the feeble lines live>이 2023년 3월1일 부터 3월 29일까지 갤러리가비에서 진행된다.
회화작업을 객관적인 개체로 보고, 그 생로병사를 생각할 때, 개체의 자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아마도,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것을 함께 경험한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판단이 정확해서라기보다는, 오랜 시간 많은 것들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작업, 좀 더 정확히는 그 공간과 시간의 경험들에 대해 글을 쓰고, 비물질(de-material)의 공간이면서, 보편적인 소통의 매체(media)인 글(text)을 회화작업의 일부분으로 선택한다.
황정희_the surface 1_130x162cm_Acrylic colors on canvas_2019-2020 (사진 갤러리가비)
황정희_the surface 2_130x162cm_Acrylic colors on canvas_2021 (사진 갤러리가비)
황정희_the surface 4_65x53cm_Acrylic colors on canvas_2022 (사진 갤러리가비)
황정희_the feeble 6_130x162cm_Acrylic colors on canvas_2022 (사진 갤러리가비)
황정희_the feeble 5_72.7x60.6cm_Acrylic colors on cavnas_2022 (사진 갤러리가비)
‘The feeble lines survive between the colors’ 라는 문장이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색과 표면의 작업을 진행하면서, 시각적인 것과는 거리를 두게 되었고, 그래서 그림이 아닌 회화(non-pictorial picture of painting)를 진행하였다. 붓질(brush stroke)과 물질의 변화에 맞닥뜨리고, 처음의 붓질이 색에 덮여져서 여리한 선으로 남는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을 보는 듯했고, 그러한 은유적인 상상이 아마도 이 작업의 매력 중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작업을 하다 보니, 많은 시간, 결과물을 보게 되고, 보는 것을 너머 직면하고, 직면을 지나 관조하게 된다.
긴장된 직면의 과정 후, 관조의 상황을 맞게 되면, 감정이입이 덜어져서 명확한 인식으로 흐른다. 과거 그 시점에서는 둘러싸여진 상황이 무엇인가를 뚫고 지나가야하는 터널같이 느껴졌고, 그곳에서 생존해야 존재감을 갖는 듯 했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터널도 아니었고, 뚫을 것도 없었다는 생각이다. 선과 컬러의 표면이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느껴졌다. 과정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었고, 색이 덮여져야 선이 생기는 것이고, 색의 표면이 생기는 거였다. 무엇인가 계속 된다면 일어나야 할 일들이 있고, 처음의 붓질을 그냥 둘 수 없었기에 색이 덮여진다. 그리고 덮여진 색의 표면은 공간이 되어 선을 움직이고, 선을 존재하게 한다.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간이 궁극적으로 남겨진 선을 만들고, 선의 느낌을 더욱 분명하게 하며, 성격을 결정한다.
이제, 선이 생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선을 살리는 공간, 선과 함께하는 공간이 된다. 자연스레 공간을 만드는 표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이 지점으로 좀 더 깊게 들어가고자 하며, 이를 위한 매개체(media)는 컬러이다. 컬러를 통해 물질감(materiality)을 획득하고, 촉감(the tactile)을 실험하며, 제스쳐(gesture)를 남기고, 표면과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역시 각자의 개인이 살아가는 환경과 상황을 암시한다. 결과로 보니, 지난 번 주제가 기본적인 요소(primary element), 선(line)에 대한 접근이었다면, 이번에는 너무나도 익숙하게 그리고 당연히 접해왔던 컬러에 대한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의 정리이다. 이 과정에서 선택한 색과 표면에 대한 주제가 이번 전시의 제목, ‘여리한 선線들이 사는 곳 Where the feeble lines live’이다. 덧붙여서, 이러한 흐름에 따르는 일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선택하며 경험하는 실재의 삶과 흡사하고, 현 시점에서 전개의 속도를 내고 싶은 욕구와 결합되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이 역시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
황정희 작가노트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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