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2023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2023)’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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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는 오는 3월 21일부터 25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되는 ‘2023 아트 바젤 홍콩(Art Basel Hong Kong 2023)’에 참가한다.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근현대미술을 다루는 세계 정상급 이벤트로 자리매김한 아트 바젤 홍콩은 최근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며 4년만에 다시 세계 각지의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정상화된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 아프리카 등 32개국 177개의 갤러리가 참가한다. 아트 바젤 홍콩의 지역 특색을 살려, 참여 갤러리들의 약 7할이 아시아에 기반하고 있다.
4년만에 행사를 대표하는 모든 섹터들을 정상 개최하는 아트 바젤 홍콩은 페어가 출범한 2013년부터 꾸준히 성장시킨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총체적으로 선보인다.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를 필두로, 호주 시드니 현대미술기관 아트스페이스(Artspace)의 상임이사이자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호주관 총감독을 역임한 알렉시 글래스-캔토(Alexie Glass-Kantor)가 6회째 기획을 맡아 대형 설치작 14점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Encounters)’, 미술사적 접근으로 기획전을 선보이는 ‘캐비닛(Kabinett)’, 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작가들을 집중 조명하는 ‘인사이트(Insights)’, 이번 페어를 위해 신진작가들이 특별히 제작한 신작들을 소개하는 ‘디스커버리즈(Discoveries)’,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겸 프로듀서인 리전화(Li Zhenhua)가 기획한 ‘필름(Film)’, 그리고 작가이자 에디터로 활동하는 스테파니 베일리(Stephanie Bailey)의 주관 하에 시시각각으로 변모하는 전세계의 미술판에 대해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토크 프로그램 ‘컨버세이션스(Conversations)’ 등의 섹터로 구성된다.
2013년부터 아트 바젤 홍콩에 참가해온 국제갤러리는 장기화된 팬데믹 상황 속 홍콩의 엄격한 입국 규정으로 인해 대폭 축소됐던 지난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하며 아시아 지역 미술시장 활성화에 힘썼다. 다시 대대적으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 국제갤러리는 ‘갤러리즈’ 섹터를 통해 국내외 주요 작가들의 작업을 폭넓게 선보인다. 국내작가로는 독자적인 행보와 대담한 실험 정신에서 비롯된 추상표현회화로 한국의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최욱경의 드로잉 작업 〈Untitled〉(1960년대)를 출품한다. 최욱경의 작품은 6월 11일까지 개최되는 제15회 샤르자 비엔날레와 5월 7일까지 런던 화이트채플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그룹전 《Action, Gesture, Paint: Women Artists and Global Abstraction 1940-70》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대표작인 〈묘법〉 연작을 세라믹으로 재해석한 박서보의 신작 〈Écriture (描法) No. 220510〉(2022)을 포함, 한국 동시대 작가들의 다채로운 작품들도 소개한다. 전문 도예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작년에 처음 대중에게 소개된 이번 신작은, 색상은 물론 세라믹의 주재료이자 자연의 핵심요소인 ‘흙’이라는 물질을 통해 작가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었음을 보여준다. 이어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독창적인 배압법(背押法)으로 제작된 하종현의 신작 〈Conjunction 22-38〉(2022)이 있다.
최욱경(1940-1985), 1960. Acrylic on paper, 48 x 64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박서보(b. 1931), 〈Écriture (描法) No. 220510〉,2022. Acrylic on ceramic, 62 x 82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하종현(b. 1935), 〈Conjunction 22-38〉, 2022. Oil on hemp cloth, 227 x 182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김홍석(b. 1964), 〈Stone Construction-black line〉 2022. Acyrlic on bronze, 155 x 18 x 14.5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이광호(b. 1967), 〈Untitled 4558〉, 2022. Oil on canvas, 91 x 116.8 cm. (이미지 국제갤러리)
양혜규(b. 1971), 〈회전하고 반사하며 흐르는 검은 십자형 수도꼭지 – 비늘 원형 #6〉,
2023. 64 x 64 x 18 cm.(이미지 국제갤러리)
청동으로 주조한 돌을 기둥 모양으로 쌓은 김홍석의 신작 〈Stone Construction-black line〉(2022)도 선보인다. 이 청동 주석들은 검은색, 회색, 흰색 등 실제 돌의 색을 띠도록 채색되어, 결과적으로 실존하지 않지만 작품의 주 매개체 역할을 하는 돌을 모방하며, 이 모든 것이 실은 ‘만들어진 것’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뉴질랜드 남섬의 케플러 트랙(Kepler Track) 습지에 자생하는 나무, 덤불, 수풀 등이 다채롭게 어우러진 지역의 생태를 그려낸 이광호의 풍경화 〈Untitled 4558〉(2022)도 소개한다. 이광호는 올해 말에 국제갤러리에서 약 10년 만의 개인전을 통해 특유의 섬세한 회화적 표현이 돋보이는 신작들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가정성(domesticity)’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탐구해온 양혜규의 일련의 조각들 중 반사형 스테인리스강 물호스와 수도꼭지를 거울면에 부착해 벽에 거는 신작 〈회전하고 반사하며 흐르는 검은 십자형 수도꼭지 – 비늘 원형 #6〉(2023)이 부스에 설치되어, 작가의 다른 조각과 같이 수동으로 작동될 때 독특한 시각적 패턴을 만들어낸다. 양혜규는 이달 초부터 5월 28일까지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에서 남미 최초 대규모 개인전 《의사擬似-구어체》를 연다. 아울러 제7회 싱가포르 비엔날레 《나타샤(Natasha)》와 2022 제5회 코치-무지리스 비엔날레 《우리의 혈관에는 잉크와 불이 흐른다(In Our Veins Flow Ink and Fire)》에서 각각 오는 3월 19일, 4월 23일까지 양혜규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작가는 향후 몇 달 간 도쿄 모리 미술관의 그룹전 《전지구적 수업: 교과목에 따른 현대미술》에 참여하고,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 S.M.A.K.와 캔버라의 호주국립미술관에서 각각 《양혜규: 몇몇 재연》과 《양혜규: 부터-까지로부터의 변화로부터》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선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양혜규는 최근 탈라 마다니(Tala Madani), 투안 앤드류 응우옌(Tuan Andrew Nguyen), 프리다 오루파보(Frida Orupabo), 미카 로텐버그(Mika Rottenberg)와 함께 호안 미로 상(Joan Miró Prize)의 최종 후보 5인에 선정되었다. 올해의 최종 수상자는 오는 5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해외작가로는 미국의 비디오 아트 거장 빌 비올라(Bill Viola)가 이례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Self Portrait, Submerged〉(2013)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하상지에 누워있는 작가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빌 비올라의 작업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인 ‘물’은 변화, 전환, 탄생과 부활 등을 의미한다. 이 영상의 판본은 2017년에 작가의 개인전 《Bill Viola. Electronic Renaissance》가 열린 피렌체 우피치 갤러리에서도 소장 중이다. 빌 비올라는 현재 멕시코의 몬테레이 현대미술관과 밀라노 팔라초 레알레에서 각각 오는 4월 2일, 6월 25일까지 개인전을 선보인다. 오는 9월에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는 인도 출신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오목한 디스크 형태의 작업 연작 〈Lime to Teal〉(2022)도 소개한다. 이어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 작가 바이런 킴(Byron Kim)이 본능적이고 몰입적으로 물의 감각을 담아낸 신작 시리즈 중 〈B.Q.O. 30 (Mako)〉(2022)를 선보인다. 색조의 미묘한 변화를 통해 물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하는 이 회화 연작들은 면밀한 관찰을 토대로 미니멀한 표현기법을 보여준다. 해당 연작의 다른 작품들은 3월 17일부터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 《Marine Layer》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카운터스
국제갤러리는 페어장 중앙 공간에서 대형 설치작을 소개하는 ‘인카운터스’ 섹터에 현대미술가 김홍석의 〈침묵의 고독〉(2017-2019)을 선보인다. 이 작품에는 배우, 난민, 청소부, 태권도 사범, 학생, 트럭 운전사, 무용수를 포함하여 현대 사회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우리의 평범한 이웃이 등장한다. 비정규직 몇몇에 대부분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로 구성된 〈침묵의 고독〉은 '노동자'라는 현대적 정의가 세계화 이후 붕괴되어 특정 카테고리에 포함시키기에 모호해진 점을 지적한다. 비서구권의 모더너티가 서구의 모더너티를 수입, 흉내, 해석, 번역의 과정을 거쳐 이른바 ‘잡종적 모더너티’가 사회적 인식으로 공고해진 지 대략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규정하기 어렵고, 제도화하는데 실패한, 확장된 '노동자'의 정의를 마주하며 살고 있다. 김홍석은 미술가가 이러한 이슈를 다룰 때 발생하는 "작가와 노동자인 이웃"과의 불편한 만남과 결과에서 벗어나고자, 실제 살아있는 노동자들이 아닌 인형으로 대체하여 연극화 했다. 그리고 실존 인물을 작품으로 불러들여 작품화 하는 위계적 오류에서 벗어나 예술가와 작품이 퍼포머와 오브제에 대해 가지는 권위, 더 나아가 노동의 가치에 대한 판단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한편 국제갤러리 부산점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한국계 미국 회화작가 바이런 킴의 개인전 《Marine Layer》를 4월 23일까지 개최한다.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의 개인전 후 5년만에 막을 연 이번 전시의 중심에 선 신작 회화 연작 〈B.Q.O.〉는 세 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물에서 바라본 하늘(상단), 물의 표면과 그에 비친 모습(중앙), 수면 아래에서 본 풍경(하단)을 묘사한다. 병치된 패널에 걸쳐 은은하게 변화하는 물감의 색과 겹겹이 발린 두께, 그리고 섬세한 붓칠 등이 조성하는 모노크롬 화면은 작가가 꾸준히 연마해온 회화적 기술을 함축한다.
서울의 국제갤러리 한옥에서는 4월 16일까지 프랑스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Wonder Blocks》를 통해 개인전 신작들을 소개한다. 지난 2020년에 개최한 작가의 국제갤러리 개인전에서 처음 소개된 유리 벽돌 연작 〈Precious Stonewall〉에서 변주된, 벽에 걸리는 기존의 형태가 아닌 스스로 서있는 큐브 형태의 미니멀리즘적 〈Wonder Block〉 조각을 새로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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