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 개인전 《디오니소스 송가》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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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을 그리고 동시에 지우는 이인희 작가의 작업은 기억과 망각이라는 반복적 메카니즘과 닮아있다. ‘풀숲 그리기’를 통해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과정에 있는 인간의 기억과 삶을 성찰하는 이인희 작가의 전시가 2024년 7월1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자인제노에서 열린다.
충남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 미술학과(서양화) 석사, 철학과(서양철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가진 이인희 작가는 2023년 개인전 '영원한 현재' 이후 약 1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담은 작품들이 선보인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섬세하고 섬세한 표현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더욱 강렬하고 역동적인 화면 구성으로 이어져 관람객들에게 신비로운 정취를 선사하고 있다.
이인희, 기호의 고독, 53X45.5, oil on canvas, 2023.(사진=갤러리자인제노)
이인희, 지나간 것들의 현재, 72.7X60.6, oil on canvas, 2023.(사진=갤러리자인제노)
이인희, 철학자의 섬, 116.7X91, oil on canvas, 2024.(사진=갤러리자인제노)
반복되는 풀 그리기는 결국 하나의 들판을 만들면서 동시에 은폐시키기도 하는데 열매를 맺지 않는 수많은 풀들에게 그는 인간의 삶을 투영하고 있다. <기억의 경계>, <봉인된 계절>, <영원한 현재> 등 철학적 주제를 다루어온 그는 이번 <디오니소스 송가> 전에서도 모순투성이인 인간의 본성에 대한 성찰을 이어간다.
인간 내면의 이중적인 모습, 즉 배가본드의 삶을 꿈꾸는 동시에 편안한 정착을 추구하거나 정신적인 것을 추구하면서도 물질적 가치를 갈망하고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고결한 인간 속에도 음탕함이 정의로운 인간안에도 비열함이 불량한 인간 안에도 선량함이 존재하는 모순 마저 지극히 인간다운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붓질로 탄생한 풀숲 사이에서는 ‘오늘 하루가 영원히 반복될 것이다’라는 멜랑콜리한 가사가 들리는 듯하다. 언뜻 영원히 현재를 살아가야 하기에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자는 메시지 같다. 대지를 덮은 풀숲, 그 위로 드러난 모순적 상황과 사물의 관계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인간 삶의 본질을 찾는 이인희 작가는 “인간의 삶은 모순적이거나 명쾌하지 않아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늘을 향해 자라는 동시에 대지를 향하는 하나의 풀잎처럼 인간이란 이상을 꿈꾸며 동시에 현실을 향하는 모순적인 양면성을 가진 존재임을 이번 <디오니소스 송가(Dionysus Ode)>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인간을 향한 노래이자 삶에 대한 예찬인 이번 전시에서 풀숲 작품 속에 담긴 진정한 대지의 노래를 들으며 비록 우리 앞에 놓인 삶이 모순적일지라도 그런 현실마저 사랑하게 되기를 작가는 기원한다.